백승태 편집국장

내년 4월15일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주자들의 바쁜 발걸음이 시작됐다. 여의도 입성을 노리는 주자들은 지난 17일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어깨띠를 두른 채 기호와 소속정당 이름이 적힌 복장들을 갖추고 각종 행사와 재래시장 등에 얼굴을 내밀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예비후보 등록으로 선거사무소엔 펼침막이 펼쳐졌고, 주자들은 유권자를 찾아 발품을 팔며 동분서주한다. 연말을 맞아 각종 행사가 잇따르는 가운데 제법 큰 행사에는 후보들 대부분이 한꺼번에 몰려 악수경쟁을 벌이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최근 열린 한 지역단체 행사에도 후보자들이 행사장을 누비는 바람에 주최측이 눈살을 찌푸리며 자제를 호소하기도 했다. 지역과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겠다는 그들의 뜻을 마냥 막지는 못해 행사계획을 일부 수정하는 사례도 발생하는 등 웃지 못 할 헤프닝도 벌어졌다.

각 정당별 공천자가 결정돼 본선주자가 확정되면 줄어들겠지만 현재 자천타천 거론되는 예선주자들은 예비후보자를 포함해 10명 안팎. 그들이 모두 한 행사장을 찾는다면 행사장이 아니라 후보자들만 북적이는 유세장으로 전락할 게 뻔하다.

이들은 행사장은 물론 연일 기자회견과 출근길 인사 등을 통해 저마다 각오를 밝히며 선전을 약속한다. 침체된 지역경기를 살릴 수 있는 인물이며 거제 발전을 이끌 적임자임을 자처한다.

새 인물로 바꿔야 한다는 소신론에서부터 힘 있는 사람, 젊은 일꾼, 든든한 후보, 지역현안을 해결하는 민의의 대변자 등 거창하고 가슴에 와 닿는 문구들이 눈길을 끈다.

그러나 현실의 지역민심은 서민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미래발전이 최대 관심사다. 또 정작 관건은 여러 비전들을 제시하고 그 비전들을 이뤄갈 수 있는 인물이 누구냐는 점이다.

티격태격하며 싸우는 정치보다 먹고사는 문제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선경기 침체로 서민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이 어려운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어쩌면 그것은 경제구조의 탓으로 돌리기보다 정치권의 몫일 수도 있다. 그러기에 주자들은 지역현안을 정확히 파악하고 지역민과 소통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부터 형성된 바닥 민심이 향후 수개월 동안 사람들 입에 회자될 것이다. 또 그렇게 굳어진 민심은 내년 4월 선거에서 그대로 투영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들의 생각을 가감 없이 받아들이고 겸허히 평가해 내년 선거 전략에 반영하는 것이 앞으로 지역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다.

민심은 곧 천심이다. 지역 민심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당리당략과 개인의 영달을 위한 발판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여의도를 향하기 위한 민심을 얻고 신뢰를 얻으려면 도덕성은 기본이다. 지역민들의 눈높이와 현장에 걸맞은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확실한 민심행보를 지금부터라도 보여줘야 한다. 유권자들은 선거 때 잠시 얼굴을 내미는 선거꾼보다 민심을 제대로 알고 가려운 곳을 긁어줄 심부름꾼을 원한다. 인사하고 악수하고 읍소하고 가짜뉴스가 판치는 선거운동보다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한 진검승부를 더 원한다.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출마를 결심한 후보자들에게 바람이 있다면 비방과 흑색선전보다는 유권자가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또 그 비전을 책임감 있게 실현할 수 있는 민심의 대변자가 나오길 기대한다.

또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와 미래지향적 정책대결로 내년 총선이 희망을 주고 화합과 축제의 장이 되길 소망한다. 두 눈 크게 뜨고 참된 선량을 선택하는 것은 유권자인 시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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