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성인 남자들이 갓을 쓸때 갓 밑에 받쳐 쓰던 게 탕건이다. 탕건은 선비들이 집에 있을 때 쓰는 모자다. 말총으로 엮어 만든다. 또는 대나무를 얇게 썰어 만들기도 한다. 뒤가 높고 앞이 낮도록 턱이 져 있으며, 맨 위는 반원형으로 평평하다. 말이 많은 제주도에서 만든 탕건이 가장 유명하다. 탕건을 만드는 사람은 기능보유자다.

사진은 1971년 거제군청 앞에서 자신이 만든 탕건을 들고 있는 모반윤씨다. 이분의 윗대 조상은 중국 송나라 때 이부상서를 지낸 모경(牟慶)이다. 그 후손이 우리나라 함평과 광주에 정착했다.

모씨는 통영이 고향으로 그곳에서 탕건을 만들다가 장목면 간곡마을로 이사 왔다고 한다. 가늘고 긴 말총을 손으로 한 올 한 올 엮어서 탕건을 만드는 기술은 대단한 기능을 가져야 한다.

이때만 해도 시골 마을에서는 노인들이 한복을 입고 탕건을 쓰고 다녔다. 탕건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의관이다. 양반들이 쓰고 다니는 갓 밑에는 반드시 탕건이 있어야 갓을 쓸 수 있다. 탕건의 시초는 제주도라 한다.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말의 꼬리부분에 있는 긴털인 말총으로 만들었다.

모씨는 선비의 기풍으로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탕건을 직접 만들어 유림을 비롯해 향교에 공급했다. 모씨를 탕건 기능 보유자로 지정하려고 했으나 경남도에서 연세가 많다는 이유로 보류됐다.

조선시대는 의관이 신분계급을 나타냈다. 임금이 쓰던 왕관은 금으로 만든 금관과 익선관이 있었다. 사모관대라 해 관리들이 쓰는 사모와 허리에 두르는 관대가 있다. 정자관은 선비들이 쓰는 모자고 유건은 글을 배우는 유생들이 쓰는 모자다. 흑립 갓이라 해 검정색 갓인데 제주의 말총과 대나무를 얇게 썰어 만든 것이다.

백립은 대나무를 가늘게 자른 것으로 만든 갓이다. 이런 것은 서민층에서 많이 사용했다. 삿갓은 햇빛과 비를 피할 때 사용했고, 갈모는 종이에 기름을 발라 갓 위에 비 올 때 씌우는 것이다. 굴건은 삼배로 만든 것인데 초상이 났을 때 상주가 쓰는 모자고, 제관은 제사 때 쓰는 모자다. 이와 같이 조선시대는 신분과 계급·직책에 대한 모자와 옷이 구분돼 있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