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꾼이 나무를 하고 있을 때였다. 사슴 한 마리가 달려오더니 지금 사냥꾼에게 쫓기고 있으니 좀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측은지심 惻隱之心)'라고 했는데, 동물이라고 어디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랴. 그냥두면 총에 맞아 죽을 게 뻔해서 숨겨주게 된다. 동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의 발단은 여기서 시작된다.

오페라 '카르멘'의 작가 프랑스 소설가 메리메(1803~1870)의 단편소설 '마테오 팔코네'가 있다. 마테오는 산속 외딴 집에서 아내와 아들 하나를 데리고 사는 농부였다. 어느날 아들 혼자 집을 지키고 있는데 총상을 입은 사람이 들어와 지금 헌병에게 쫓기고 있는데 자기를 좀 숨겨달라고 애원했다.

그 사람은 군주의 지배에 저항하는 독립단의 지사임을 알고 짚더미 아래 숨겨준다. 잠시 후 헌병이 들이닥쳤다. 헌병은 어디에 숨겼는지 바른 말을 하라고 윽박질렀다. 그러나 아들은 여기에 아무도 온 사람이 없다며 딱 잡아뗐다.

그때 헌병이 은줄에 매달린 회중시계를 꺼내 보이면서 가리켜주면 주겠다고 유혹했다. 아들은 그 시계를 얻기 위해 숨어 있는 곳을 넌지시 암시하게 되고, 독립군은 헌병에게 체포된다. 때마침 마테오가 집안에 들어오는데 그 독립군이 아들에게 '배신자'라고 말하는 것을 듣는다. 마테오는 아들이 시계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상황을 알게 된다. 마테오는 아들에게 "어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오라"고 시킨 다음 강변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잠시 후 강변에서는 한 방의 총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돌아와 아내에게 "아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라"는 단 한 마디뿐이었다.

우리 정부가 탈북선원 두 명을 강제 북송했다. 돌아가면 처형당할 줄 뻔히 알면서도 사지로 돌려보냈다. 유엔인권사무소(OHC HR)는 "두 사람이 송환 뒤 고문과 처형을 당할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을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측은지심조차 없는 모질고 잔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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