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일운면 바닷가에 아름다운 비경지가 있다. 공곶이다. 이곳은 와현 연대봉 남쪽 바닷가에 있는 한적한 곳이다.

따뜻한 해안가에는 전답이 있고, 어패류가 잘 자라서 선사시대부터 인류가 살았던 곳으로 패총의 흔적과 돌칼·돌도끼 등이 발견된다.

1866년 병인년 천주교박해 때 진해에 살던 윤형문·윤봉문 형제가 복음을 전도하면서 숨어 살았던 곳이다. 이후 일본사람들이 어장을 하다 광복이 되면서 두고 간 곳에 민가 서너집이 살았으나 교통이 불편해 외지로 나갔다. 비어 있었던 곳에 강명식씨 부부가 이곳에 정착해 농원을 만들었다.

지형과 기후에 맞는 관상수와 원예 작물을 재배한다. 동백·종려·금사철·조팝나무·설유화·수선화·입세란 등을 층층계단에 조화롭게 심어 놨다. 공곶이란 말은 이곳에서 거룻배가 다녔다는 데서 생긴 이름이다. 나룻배가 다니던 산 끝이란 뜻으로 나룻배 공(鞏)자에 곶이 곶(串)자를 썼다.

조선조 말기까지는 여기서 통영·부산으로 가는 돛단배가 다녔다.

바닷가에는 억겁의 세월동안 파도에 씻기고 달아서 알처럼 반들반들 한 몽돌이 깔려있다. 산 밑으로 오면서 돌의 굵기는 차츰 작아져서 전답 가까이에는 주먹만한 돌이 있고 그 안쪽으로 고운 모래가 작은 동산처럼 쌓여 있다. 산으로 오르는 층층 돌계단에는 동백꽃이 길손을 반갑게 맞이한다.

이 계단을 오르면 확트인 바다가 꽉 막힌 마음을 풀어주고 세파에 찌들은 정신을 맑게 씻어준다. 한순간 광명의 빛과 즐거움이 천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이 계단을 '천국의 계단'이라 한다. 

봄이면 수선화가 만발해 관광객들을 반긴다. 각박한 세상 살다보면 마음과 몸이 찌들어 심신이 괴롭다. 그럴 때  모든 것을 잊고  싶어 이곳에 온다. 그럴 때마다 이런 곳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사람과 한평생 살고싶은 욕망이  충동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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