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배경으로 투박하고 억센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며 엄청난 유행어와 명장면을 탄생시킨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는, 청소년 관람불가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800만명이 넘는 흥행을 친 작품이다. "고마해라. 많이 묵었다아이가", "내가 니 시다바리가?"와 함께 선생 역을 맡은 김광규가 고등학생 역의 유오성의 볼을 잡고 "너거 아부지 뭐하시노?" 하고 묻는 대사는 패러디가 돼 널리 회자했다.

이제 겨우 스물여덟살의 오너가(家) 3세이며, 국내 대기업 회장의 아드님께서 대형로펌 소속 신입 변호사들이 모인 자리에 참석해 술에 취해 깽판을 쳤다. 심지어 말리는 남자 변호사의 뺨을 때리고, 여자 변호사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면서 한다는 소리가 "너거 아부지 뭐하시노?"였다. 역시 돈은 위대했다.

허기야 할아버지의 재력과 어머니의 정보력이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하지만, 부모의 능력과 상관없이 본인의 능력만으로 당당하게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를 '공정한 사회'라고 부른다면, 우리 사회는 아직도 이 부분에서는 미진하기 그지없다. 아버지의 능력이 출중하면 없는 상장도 받을 수 있고, 없는 스펙도 만들어 좋은 대학에, 의사도 될 수 있음을 요즘 보고 있지 않는가.

고려와 조선시대의 '음서(蔭敍)'라는 제도는 공신이나 권문양반과 같은 신분의 자식에게는 과거시험 같은 공정한 선발기준이 아닌 단지 출신만으로 관리가 될 수 있는 제도가 있었다. 부모 잘 만난 금수저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서는 줄이 다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할 이 대명천지에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 선거에 후보자 자녀의 '고용세습'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선거 홍보물에 후보자 아들·딸이 현재 뭘 하고 있는지를 공개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문구가 '너거 아는 뭐 하노?'다. 참 잘난 아부지가 있어 좋겠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