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불안에 경비원 63.5% 휴게시간 중 근무지 벗어날 수 없어
부당대우 당해도 목소리를 잘 내지 못하는 게 현실
11일 거제시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조사 보고 및 토론회 열려

거제시 아파트 경비노동자가 다른 지역에 비해 임금이나 근로계약기간이 상대적으로 나은 것처럼 보이지만 입주민으로부터 부당대우를 당하거나 휴게시간에 근무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등 여전히 열악한 근무환경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일 거제시 비정규직지원센터 주최로 열린 '거제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환경 실태조사 보고 및 정책 토론회'에서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이같은 거제시 경비노동자들의 실태현황을 보고했다.

실태조사는 거제시를 포함 15개 시가 고용노동부의 '경비노동자 고용안정을 위한 조사연구 및 노사관계 지원사업'에 참여했고, 거제지역내 140여개 아파트 경비노동자 273명·관리사무소 50개소·입주민 150명의 설문조사와 경비직 노동자 8명·입주민 4명의 면접조사를 거쳐 진행됐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경비원은 감시적 근로로 분류돼 있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고 주기적인 고용불안도 크다"면서 "관리소나 입주민의 갑질에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목소리를 잘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거제시 비정규직지원센터 주최로 열린 '거제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환경 실태 조사 보고 및 정책 토론회'에서 거제지역내 140여개 아파트 경비노동자 273명의 실태 현황이 보고됐다. 사진은 지역의 한 아파트 경비실 모습.
지난 11일 거제시 비정규직지원센터 주최로 열린 '거제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환경 실태 조사 보고 및 정책 토론회'에서 거제지역내 140여개 아파트 경비노동자 273명의 실태 현황이 보고됐다. 사진은 지역의 한 아파트 경비실 모습.

# 거제시 경비노동자 휴게공간 부족, 부당대우, 고용불안 등

실태조사에 따르면, 거제시 경비노동자 월평균 임금은 지난해와 비교할 때 약 13만원 인상된 220만원으로 전국 평균 204만원에 비해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계약기간은 1년 이상이 82.6%를 차지, 3개월 이내 계약이 2.8%로 전국 평균 21.7%에 비해 거제시는 단기계약 비율이 높지 않아 양호한 실태를 보였다.

하지만 경비노동자의 휴게시간에 대한 인식이 낮고 부당대우 문제도 적지 않다.

거제시 경비노동자들 36.5%만 휴게시간 중 근무지를 벗어나 자유롭게 쉴 수 있다고 응답한 반면 25.9%는 근무지에서 자유롭게 사용, 37.6%는 근무지에서 비상 대처하는 것으로 나타나 대다수가 휴게시간에 근무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비초소를 휴게공간과 겸용하고 있다는 응답이 55.9%로 제대로 된 휴게공간이 있는 경우는 절반도 안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입주민 33.3%는 경비원에게 휴게시간이 법으로 보장돼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반응이다.

또한 참여자 29%가 입주민으로부터 비인격적 대우를 당한 경험이 월평균 5.9회 있다고 응답했다. 위탁관리회사 또는 용역회사가 변경되는 경우 고용이 승계되지 않거나 전원 계약해지라는 응답도 34.4%로 나타나 경비노동자의 근무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알 수 있다.

경비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일부 내용.
경비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일부 내용.

# 관리비 상승 우려되나 근무환경 해결의지 중요

경비노동자 고용실태 조사 보고 이후 이어진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먼저 양수정 통영지청 근로감독관은 "지침을 보면 가급적 근로 조건을 확인해 실태조사를 하게 돼 있다. 하지만 저희 지역의 연 300~400개가 대다수 공동주택이어서 힘든 부분이 있고 행정기관에서 나오면 그동안 감독관에게 좋은 방향으로만 인터뷰를 해준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간 실제 현장 목소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이 많다는 의견이 많은데 비해 현장과 다소 괴리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여남권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경남남부지부장은 "경비노동자의 노동실태를 통해 장시간 근무시간, 휴게공간 부족 등 우려되는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관리비 상승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고 고령 경비노동자의 채용이 힘들어질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양병효 숲속의아침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경비노동자 근무환경에 대해 무엇을 시도하려고 해도 동대표 동의를 구하기 힘든 것도 현실이다. 시민활동가 등 이런 분들이 입주자대표회의에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기회를 시작으로 사회적 취약 계층인 경비노동자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이 모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노재하 거제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전체 10만208세대 중 72.5%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파트 공동주택 경비노동자의 역할은 중요하고 계속 강조돼야 한다. 지자체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의회에서 근거가 되는 조례를 만들어 내도록 해야 한다. 입주민들 역시 노동인권교육이 필요하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지혜를 모으는 첫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경비원이 있는 아파트가 몇 개인지, 별도의 휴게공간이 실제 있느냐 없느냐 등 설문조사의 미진한 부분에 대해 앞으로 전수조사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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