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때문에 하루하루 사는 것이 고달픈 쥐들이 모여서 대책회의를 열었다. 어떻게 하면 고양이에게 쫓기는 이 지긋지긋한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주제였다. 쥐들의 의견들은 어느 하나 틀린 게 없었다. 그 때 한 쥐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면 그 딸랑거리는 소리를 듣고 피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것 참 좋은 방법이라고 모두 찬성을 했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늙은 쥐가 말했다. "좋은 생각이야, 그런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국 전국시대, 진(秦)나라가 조(趙)나라 들으라고 "조나라 염파(廉頗) 정도야 싸우기 쉬운 상대지만, 조괄(趙括)이 장군이 될까봐 걱정이다"라는 소문을 퍼뜨렸다. 이 말에 휘둘린 조나라 왕은 조괄을 장수로 삼았다. 조괄은 어려서부터 명장이었던 아버지로부터 병법을 익혀 이론에는 그를 따를 자가 없었다. 그러나 실전경험이 없었다. 그런데도 조나라 왕은 고집스럽게도 그를 대장으로 임명하여 전투에 내보냈다. 조괄의 군대는 무모하게 추격하다가 포위당해 대군이 몰살하는 참혹한 패배를 당했다. 사기(史記)에 기록되어 있다. 이를 일컬어 종이 위에서 병법을 논한다는 지상병담(紙上兵談)이라는 말이 생겨났고, 이 말은 탁상공론(卓上空論)의 대명사로 꼽히고 있다.

백년대계를 지향해야할 교육정책은 발표와 취소와 연기를 거듭하기 일쑤였고, 공정이라는 사회적 가치는 조국 사태로 발목 잡혔다. 주52시간 근로제와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명분이야 좋지만 오히려 가계수입은 줄어들었고, 비정규직 제로는 오히려 비정규직 750만 시대를 만들었다. 전기료 인상은 절대로 없다며 밀어붙인 탈원전은 한전의 엄청난 적자를 안겨다 주었고, 집값 잡겠다고 무려 17번이나 발표한 부동산정책은 한마디로 실패다.

정부보조금을 풀어 정부의존 계층만 양산하고, 공을 들여도 북한은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적폐의 본질을 시스템보다 사람에게서 찾으려 했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는 참으로 길고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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