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광 칼럼위원
김미광 칼럼위원

요새 나는 가끔씩 두렵다. 우리나라가 베네수엘라처럼 될까봐. 단위면적당 석유 매장량이 세계 1위인 베네수엘라는 단지 6년 전까지만 해도 남미에서 GDP 12,000 달러를 자랑하는 부유한 국가였다. 그런데 최고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고 내전도, 외부 침략도 받지 않는 나라가 중동의 내전 국 시리아보다 더 참혹한 상황에 처해있다.

베네수엘라에서 화장지 1롤을 사려면 화장지 무게의 5배가 되는 돈을 들고 와야 살 수 있고 2.2kg 짜리의 닭고기를 하나 사려면 거의 라면 두 박스가 넘는 부피의 돈을 들고 와야 산단다. 참고로 인터넷에 떠도는 이런 류의 수치는 다양하고 나는 문과이므로 수(數)에 매우 약하다는 점 꼭 기억해주기 바란다. 

2013년까지 집권한 차베스 전 대통령이 좌파와 반미의 선봉장으로 무상교육, 무상의료, 저가 주택공급 등 포퓰리즘 복지정책을 펴서 국민들은 정부가 주는 단맛에 길들여졌다. 게다가 차베스를 이은 사회주의 좌파 대통령인 마두로는 최저임금을 3,000% 인상하고, 석유기업 국영화로 부패가 더 심각해졌다.

물론 보는 시야에 따라 베네수엘라 경제 붕괴의 원인을 국제유가 하락이나 미국의 경제 제재 등 달리 보는 시야도 있지만 한 가지 이유만으로 국가 경제가 붕괴되었다고 말하기에는 베네수엘라 붕괴에는 너무도 많은 원인들이 산재해있다. 나는 진심, 화장지를 하나 사려고 종일 마트에 길게 줄을 서야하고 손수레 가득 돈을 들고 와야 하는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두렵다. 우리나라가 그리스처럼 될까봐. 올림픽의 발상지이고 그리스신화의 나라인 그리스는 2011년 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보다 1인당 GDP가 1만 달러나 높았다. 2005년 사회당 출신의 카를로스 파풀리아스가 집권하면서 방만한 재정운영과 포퓰리즘으로 나라의 꼴이 점점 우습게 돌아갔다. 정치권에서 지지율을 높이고 공직자들을 아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공무원의 규모를 지나치게 키웠다.

전체 노동자의 40%가 공무원이다. 공무원도 세습이 되는 그리스에서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손 씻기 수당이 나오고, 정시 출근 수당도 있고, 1층에서 다른 층으로 간다고 층간이동수당이라는 것도 있다하니 어이가 없다. 이러니 나라가 망해서 EU의 천덕꾸러기가 된 것은 당연하고, 청년 실업률이 무려 54%에 이르는데 이러고도 반성하지 않고 올 1월에 또다시 최저임금 11%를 인상했단다. 그 이유는 올 10월에 국회의원 총선거 때문에 표를 의식해서 올린 거란다. 어디서 자주 보든 포퓰리즘의 한 행태 아닌가.

나는 두렵다. 우리나라가 아프리카의 짐바브웨처럼 될까봐. 짐바브웨는 다양한 광물자원 및 대규모의 상업 영농 등 우수한 농업기반 등을 보유,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 남아공 다음으로 산업화의 기반과 국제경쟁력을 잘 갖춘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런데 재앙의 시작은 짐바브웨의 무가베 대통령이 사회주의 제도를 펼쳐 개인의 재산을 제한하고 국가 재산으로 귀속하자 돈 있는 사업가들은 짐바브웨를 떠난 것으로 시작되었다. 사업가들이 떠나가자 무역량이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외환보유액도 점점 줄어들었다. 투자 자본도 끊기고 살림할 돈도 바닥나자 무가베 대통령은 화폐를 마구 발행했고 결국 무분별하게 찍어 낸 화폐 때문에 돈의 가치는 뚝뚝 떨어졌고 이는 물가 폭등으로 이어졌다. 2008년 한 해 동안 짐바브웨의 물가상승률은 2억%가 넘었다. 이거 말이 되는 퍼센튼가?

국민 열명 중 여덟명이 실업자인 나라, 인플레이션이 너무 심해 자기나라 돈을 믿지 못하고 달러를 써야하는 나라, 생필품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나라, 나는 그런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 우리나라는 결코 베네수엘라와 같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정말 그러기를 바란다.

베네수엘라 국민들도 자신들이 이런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원하지도, 예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은 정치가들이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온갖 것을 다 약속하고 퍼붓는 순간에 벌어졌다. 작금의 돌아가는 현실을 보면 우리나라가 앞으로 그들 나라와 결코 같지 않을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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