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이 미국 대통령이 되었을 때 언론은 세 가지 H를 조심하라고 주문했다. 첫째는 국가적 골칫거리인 의료보험이고, 둘째는 그의 부인 힐러리(Hillary)였고, 셋째는 휴브리스(Hubris)였다.
휴브리스란 그리스 고전에 나오는 말로, 윤리나 종교에서 인간의 행동을 규제하고 있는 한계를 무시하고 자만에 빠지거나 교만함을 말한다. 이를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현대에 맞게 재해석했는데, 과거의 성공경험에 집착해 실패의 오류를 범하는 사람들 곧, '성공경험의 우상화'로 정의한다. 과거경험이나 능력만을 절대적 진리로 믿고,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이 과거에 했던 방식대로 일을 밀어붙이다가 실패하는 사람들의 부질없는 오만을 일컫는다.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수에즈운하를 10년간의 대공사 끝에 성공적으로 건설한 프랑스 출신 레셉스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유럽의 금융업자들은 수에즈운하로 대박을 치자 이번에는 파나마운하를 건설하기로 하고 이를 레셉스에게 맡긴다. 이미 성공한 경험이 있는 레셉스는 수에즈와 파나마는 지형이나 기후 등의 자연환경뿐 아니라 노동자의 성향도 다른데 이를 무시한다. 수에즈운하 162km에 비해 겨우 64km에 불과한 파나마운하를 8년 동안 끌며 2만 2천명의 노동자를 희생시키면서 결국 1889년 공사는 실패로 끝나고 만다.
흔히 직장에서 남보다 빠르게 승진한 사람 가운데는 "부장 때는 참 유능하더니 상무로서는 감이 안 돼…" 하는 말을 듣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부장은 부장으로서의 임무가 있고 상무는 상무로서의 임무가 있다. 상무가 되어서도 과장이었던 자신의 과거 방식대로 일을 처리하려고 하니 실패한 임원이 되고 만다.
'칼을 쓰는 자는 칼로서 망한다'고 했거늘, 촛불로 성공했다고 언제까지나 촛불의 환상에 빠졌다가는 촛불로 망할 수 있음을 간과하면 안 된다. 성공은 늘 같은 방법을 허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