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절반 목숨 앗아간 '말라리아' 특효약 퀴닌
인류 절반 목숨 앗아간 '말라리아' 특효약 퀴닌
  • 고윤석 칼럼위원
  • 승인 2019.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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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석 거제시약사회장
고윤석 거제시약사회장

청 왕조 300년의 기틀을 닦은 군주인 강희제(1654년-1722년)는 마흔살에 떠난 원정길에서 말라리아에 걸렸다. 다행히도 예수회 선교사에 의해서 특효약(퀴닌)을 얻어 목숨을 건지게 된다. 그 후 서양 학문에 호의적으로 돼 카톨릭성당이 중국 역사 처음으로 들어서게 됐다.

말라리아는 아노펠레스라는 모기의 일종이 감염매개가 되어 일으킨다. 사람의 피를 모기가 빨 때 타액선에 숨어있는 말라리아 원충이 혈액으로 들어가서 발병된다.

말라리아 원충은 간세포로 들어가 증식한 후 적혈구로 침투해 파괴하며, 이때 감염된 환자들은 고열에 시달리고 의식불명이 되기도 하며 황달 등의 증상이 발생해 사망하게 된다. 그래서 에이즈·결핵과 함께 세계 3대 감염병으로 진행중이다. BC 14세기 이집트 투탕카멘 왕과 정복자 알렉산드로스 대왕, 시인 단테, 영국의 독재자 크롬웰, 마더 테레사 수녀 모두 말라리아로 사망했다.

세계의 수도로 통했던 로마는 바티칸 궁전 주변으로 넓은 늪지대가 있어서 모기 번식을 위한 최적의 조건이었다. 이런 이유로 발생한 말라리아는 로마인에게 이민족을 막아주는 강력한 방어벽과 동시에 큰 위험을 가지게 됐다.역사적으로 훈족과 게르만 민족은 말라리아 장벽으로 인해서 로마 점령에 실패했다.

17세기 중반에 아메리카 대륙의 선교사들은 페루의 높은 지대에서 자라는 '키나 나무'의 껍질이 말라리아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돼  유럽으로 들여온다. 그 후 가루형태로 가공돼 '예수회의 가루'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이 가루 덕분에 영국 왕 찰스 2세와 프랑스 왕 루이 14세 왕자 등이 목숨을 구했다.

키니네(Quinine) 구조
키니네(Quinine) 구조

키나 나무에 포함된 약효성분이 바로 '퀴닌'이다. '퀴닌'은 화학물질로 전염병을 치료한 인류 최초의 성공사례이며 말라리아 원충의 생태 주기를 차단하고 그 증식을 방지한다. 키나 나무 껍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약효 성분을 인공적으로 합성하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남방 지역이 주요 격전지가 되면서 말라리아는 전쟁의 승패를 쥔 열쇠가 됐다. 일본도 오키나와 전투에서 전쟁으로 숨진 주민보다 말라리아 사망자가 훨씬 많았다. 퀴닌의 구조는 너무 복잡해서 초기 화학수준으로 인공 합성이 어려웠지만 1942년 하버드 대학의 로버트 우드워드가 퀴닌 인공 합성에 성공한다. 하지만 대량생산이 힘들어 퀴닌구조 유사체(퀴나크린·클로로퀸·메플로퀸)를 개발해 사용했다.

재미있는 것은 새로 개발한 약물들은 내성이 생겨 어느 정도 약효를 지속하다가 사라지게 되는데, 퀴닌 성분은 수백년이 지난 지금도 내성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지금도 가장 중요하고 탁월한 말라리아 치료제의 지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모기의 서식 지역이 점점 확대되고 있으며 교통수단의 발달로 말라리아는 다시금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감염병으로 대두되고 있다. 아직은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유행하기 때문에 신약투자에 대한 가치가 낮아 의약품 개발이 충분하지 않다.

역설적으로 선진국 사람들의 무관심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경제적인 관점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라도 퀴닌 인공 합성에 대한 연구가 계속 진행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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