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회 경찰의 날 맞아 경찰청장상 받은 강석복 조선소 외국선주사 감독관

"제가 일반 직장인들보다 연봉을 좀 많이 받습니다. 그것도 35년간 달러로 받으니 외화벌이도 하는 애국자인 셈이죠. 허허. 그렇다보니 주위 어려운 사람들도 돌아보고, 음지에서 힘들게 일하는 경찰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는 편이죠. 거창할 것까진 없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습니다."

제74회 경찰의날을 맞아 대한민국 경찰청장상을 수상한 강석복(59)씨는 거제경찰서로부터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다소 의아했다.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의 중요성을 알기에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 경찰을 돕고 힘이 되려고 노력했지만 경찰 총수의 상까지 받게될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대우조선해양에서 외국선주사 감독관으로 일한다. 경찰서 협력단체에 가입해 활동한 것도 아니고 특별히 경찰을 위한 공적을 내세울 게 없었다는 강 감독관. 그러나 그를 아는 일선 경찰관들의 얘기는 다르다.

이달 초 거제석유비축기지(U2) 상공에 괴비행물체가 나타났다는 소동이 벌어졌을 때도 그는 지대한 역할을 했다. 경찰의 협조요청으로 그가 아끼던 3D 망원 동영상 촬영 드론을 챙겨 현장에 출동해 드론을 띄워 미확인 비행물체를 추적하면서 군과 경찰과 함께 사실파악에 나섰다. U2는 1급 국가보안시설로 사태는 심각했다. 민·관·군·경이 협조해 확인한 결과 괴비행물체는 민항기로 확인됐다.

드러내지 않는 사회봉사에도 적극적인 그는 경찰들과 외국 선주사 감독관들에게 키다리아저씨의 역할을 자처한다. 파출소나 지구대를 지날 때면 치킨·피자 등을 배달시켜주고 아무 말없이 사라진다. 경찰들이 힘이 나야 지역치안이 더 굳건해진다는 단순한 생각에서다.

고국을 떠나 거제에서 일하는 선주사 관계자들을 위해서는 그들의 손발이 돼주고, 국내 물정을 모르는 외국인들을 위해 궂은 일도 자처한다. 가족을 동반한 외국인 자녀를 위해서는 학교를 알선해주고, 주말 여행지를 알려준다. 사소한 교통사고부터 안전과 문화·경제·세무·생활 등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고 도와준다. 그렇다고 대가나 칭찬을 바라지도 않고 받지도 않는다.

그가 이러한 도움들을 줄 수 있는 것도 장기간에 걸친 해외생활 덕분이다. 건설회사 등에 근무하면서 해외근무 경력만 20년이고 가본 나라만도 60여개국에 이른다. 영어는 물론 스페인·태국·인도네시아·말레시아어 등 활용가능한 외국어도 다섯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해외에서 살아가려고 노력하니 외국어도 되더라는 게 그의 설명. 물론 이제 해외생활을 접고 활용하지 않다보니 일부는 많이 잊어버리거나 서툰 외국어도 있다.

그가 치안의 중요성을 실감한 것도 해외생활에서다. 멕시코로 파견을 갔던 30대 시절은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여러번. 마약과 살인·총격전이 밥 먹듯 발생하는 도시에 근무하면서도 회사일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위험을 감수하고 임무를 조기에 마무리하는 성과를 거둬 회사로부터 포상을 받기도 했다. 어디서 날아온 줄 모르는 실탄이 차량을 스치기도 했다. 힘들고 위험한 일이라고 피하면 그 어떤 일도 이루기 어렵다는 게 그의 생각. 모든 결과는 과정이 있고 노력해야만이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는 진리를 소신처럼 여긴다.

해외근무를 마치고 거제에서 선주사 감독관으로 일하면서도 위기는 찾아왔다. 몇년 전 머리에 달걀만한 뇌종양이 발견됐기 때문. 치유가 어렵다는 진단에도 2차례의 큰 수술 끝에 이젠 평상을 유지하고 감독관으로 일하며 드러내지 않는 경찰의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그를 두고 지인들은 '사막 한 가운데 버려둬도 살아남을 불사신'이라고 혀를 내두른다.

그는 "우쭐하지 않고 평소와 같이 봉사할 것이며, 지역경기가 빨리 좋아져 시민들의 표정이 밝아지기를 바란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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