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Ω)'를 보기 위한 출사들의 해금강 일출 쟁탈전
'오메가(Ω)'를 보기 위한 출사들의 해금강 일출 쟁탈전
  • 정지남 기자
  • 승인 2019.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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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르포】 보라! 南海의 떠오르는 '해금강 사자바위 일출'
지난 10일 아침 6시28분. 남부면 해금강과 사자바위 사이로 태양이 오메가(Ω) 모양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년동안 3월·9월·10월 중에만 해금강과 사자바위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 있다. 또한 오메가(Ω) 일출을 볼 수 있는 것은 기상·습도 등의 조건이 맞아야만 연출되는 귀한 장면이다. '전국3대 일출'이라고 불릴 정도의 장관으로 전국에서 사진작가들이 대거 몰리기도 한다.  사진 = 신순종 작가
지난 10일 아침 6시28분. 남부면 해금강과 사자바위 사이로 태양이 오메가(Ω) 모양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년동안 3월·9월·10월 중에만 해금강과 사자바위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 있다. 또한 오메가(Ω) 일출을 볼 수 있는 것은 기상·습도 등의 조건이 맞아야만 연출되는 귀한 장면이다. '전국3대 일출'이라고 불릴 정도의 장관으로 전국에서 사진작가들이 대거 몰리기도 한다. 사진 = 신순종 작가

거제도라고 하면 생각나는 관광지가 몇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에 포함된 외도·해금강·바람의 언덕·지심도·몽돌해수욕장 등이 유명하다.

이들은 제각각의 깊은 향기를 내며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그중 거제해금강은 대한민국의 국가지정문화재로, 경치가 뛰어난 지역을 대상으로 지정하는 대한민국 명승 제2호다.

많은 관광객들이 유람선을 타고 환상적인 모습을 담은 해금강의 절벽과 신비로운 십자동굴, 바다에 떠있는 듯한 사자바위를 보면 신이 직접 조각해 놓은 착각과 그 수려한 장관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해금강의 진짜 환상적인 장관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해금강 사자바위 일출'이다. 보고 싶어도 마음대로 볼 수 없는 새침데기 같은 해금강 사자바위 일출은 사진작가들이 말하는 '전국 3대 일출'에 들며, 1년에 20여일정도 밖에 만날 수 없는 장면이기에 시기를 알고가는 게 중요하다.

대체로 3월과 9월·10월에 사자바위와 해금강 사이로 태양이 타오르 듯 떠오른다. 시기를 맞춰 간다고 해도 하늘이 허락하지 않으면 구름에 가려진 반쪽짜리 일출을 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오메가 일출(그리스 알파벳인 오메가 'Ω'와 같은 모양으로 떠오르는 일출을 가리키는 말)을 기대하고 온 많은 사람들이 실망으로 돌아가기 일쑤다.   

이토록 만나기 힘든 일출 시즌이 왔기에 부푼 기대를 품고 지난 3일 해금강 사자바위 일출을 찍기 위해 가고자 했으나 눈을 뜨니 해가 중천이라 실패.

지난 10일 다시 도전해 출발했으나 타고 가던 오토바이가 학동해수욕장 고개에서 고장나면서 다시 실패. 더군다나 이날은 오메가가 뜬 날이라 더욱 괴로웠다.

가만 보니 해금강 사자바위 일출을 만나기 힘든 것뿐만 아니라 새벽에 피곤한 몸을 일으키는 것도, 교통수단까지 따져보니 더 희박한 확률인 듯 싶다.

9월과 10월 우리나라 명승2호일 거제해금강과 사자바위 사이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찍기 위해 전국 사진작가들이 대거 거제로 해금강 갈곶마을로 몰린다. 사진은 해금강 사자바위를 찍기 위해 새벽 일찍부터 자리잡고 있는 사진작가들 모습.
9월과 10월 우리나라 명승2호일 거제해금강과 사자바위 사이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찍기 위해 전국 사진작가들이 대거 거제로 해금강 갈곶마을로 몰린다. 사진은 해금강 사자바위를 찍기 위해 새벽 일찍부터 자리잡고 있는 사진작가들 모습.

11일. 얼마나 귀한 일출인지 '삼고초려' 하는 유비의 마음처럼 간절한 마음으로 전날 오메가 사진을 건졌다는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새벽 4시. 같이 가기로 한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더 눕고 싶지만 자연에 맞추지 않으면 그 대가로 몇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서둘러 준비한다.

커피 한 잔으로 피곤함을 달래며 해금강으로 향하던 중 밤하늘을 보니 도시에서 볼 수 없었던 별들이 선명하게 밤하늘을 가득 메워 환영하듯 반긴다. 

차 안에서는 여러 명소를 찍은 사진이야기와 어제 오메가 일출 촬영에 성공했던 지인의 이야기로 채워졌고 언제 도착했는지도 모를 만큼 시간이 금방 갔다.

새벽 5시. 남부면 갈곶마을에 도착해 아직도 캄캄한 가운데 차 밖을 나서니 벌써 겨울이 온 것마냥 차가운 바람이 일행을 맞는다. 옷깃을 세우며 빠진 장비가 없는지 점검하고 선착장 바위를 향해 이동했다.

가는 길에는 골목골목 횟집과 모텔들이 눈에 띈다. 해금강 사자바위 일출을 만나는 시즌에는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일주일씩 자리를 잡고 머무는 곳이기도 하다. 모텔에서 카메라만을 쥐고 하나둘씩 나오며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바삐 걸어간다. 촬영 포인트 바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촬영 포인트 바위로 이동하다보니 벌써 먼저 와서 자리를 잡고 있는 사진작가들이 보인다. 날씨가 좋을 때는 하루 200~300명씩 집결한다. 보통 한 시즌에 2000여명이 오가는 출사지이지만 이날은 사진작가 20여명 밖에 보이지 않았다.

10월 해금강 사바자위 일출의 황금시즌인데도 불구하고 지난 몇 개의 태풍 영향으로 비가 오거나 구름이 낀 날씨가 지속되다보니 많은 사진작가들이 미리 포기를 한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날씨가 좋은 날에는 사람들이 대거 몰려 새벽 3시에 도착해도 명당자리는 커녕 근처까지 가는 것도 어림없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지만 올해는 여유 있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머리 치우세요. 머리! 카메라 가리잖아요."
"삼각대 건들지 말고, 딴 데로 가세요."
"야 이 ×××, 조명 꺼."

시즌마다 자주 듣던 날카로운 소리가 갑자기 그리워진다. 전날 일출 촬영에 성공한 지인이 오늘도 출사해 이쯤에서 보일 것이라며 자리를 안내해준다.

해는 매일 같은 지점에서 뜨는 것이 아니다. 지구의 공전 때문에 해 뜨는 지점이 겨울로 갈수록 남쪽에서 뜨고, 여름으로 갈수록 북쪽으로 이동한다. 그런 이유 때문에 어제 촬영했던 자리에서 좀더 남쪽으로 가야만 일출을 만날 수 있다.

일출시간은 아침 6시27분.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기다리던 사진작가들끼리 이야기꽃을 피운다.

지난 11일 아침 6시27분께 해금강 사자바위 일출.  / 사진=정지남 기자
지난 11일 아침 6시27분께 해금강 사자바위 일출. / 사진=정지남 기자

6시10분. 이야기꽃을 피우던 사진작가들의 웃음이 사라지고 긴장감이 흐른다. 침을 꿀꺽 삼키며 카메라에 집중하니 촬영지는 갈수록 조용해진다.

여명이 더욱 밝아오며 붉은 빛을 내자 문제의 답안지를 확인한 듯 자리를 잘못 잡았다는 것을 알아챈 사진작가들이 기존의 자리를 박차고 미리 선점한 사진기를 피해 바쁘게 발걸음을 옮긴다.

자리 잡은 포인트가 정확했는지 지인이 승리의 웃음을 지어보이고는 사자바위를 향해 셔터를 누른다. 곧이어 사자바위 사이로 그렇게 기다리던 붉은 태양이 강렬한 빛을 내뿜으며 얼굴을 내민다.

그 순간 '찰칵 찰칵 찰칵…'. 사격명령에 일제히 총성을 울리는 보병대대 같이 대포같은 카메라를 쥔 사진작가들의 셔터소리가 일제히 울린다. 그 순간 해금강 사자바위 일출 만큼이나 셔터소리에 전율이 인다.

"오늘은 구름을 못뚫고 나와서 망했네, 망했어."

아침 6시28분. 해는 해수면에 형성된 두꺼운 구름을 계단삼아 딛고 올라왔다. 오메가를 보지 못해 아쉬워하는 사진작가들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어느 정도 해가 오르기까지 아쉬운 촬영을 이어가던 사진작가들이 썰물 같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갈곶마을이 한순간에 다시 조용한 어촌마을로 돌아갔다.

아쉬운 마음에 바다 위 해금강을 다시 돌아본다. 2200년 전 진시황제의 방사 서복이 해금강 암벽에 '서불과차'라는 글씨를 새겼고, 우제봉에서 불로초를 캐기 위해 제를 올리던 그때. 서복은 우제봉 마애각에 올라 해금강의 떠오르는 아름다운 일출을 바라보며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난 11일 아침 6시28분께 해금강 사자바위 일출. / 사진=정지남 기자
지난 11일 아침 6시28분께 해금강 사자바위 일출. / 사진=정지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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