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서 밥 먹어도 되겠다" 인사가 최고 기쁨
"화장실서 밥 먹어도 되겠다" 인사가 최고 기쁨
  • 백승태 기자
  • 승인 2019.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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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일 마다 않는 거제시청 윤형오 청소반장

행복한 가정을 보면 가족을 위해 궂은 일 마다 않고 묵묵히 내조하는 사람이 있다. 회사도 그렇고 단체생활도 그렇고 심지어 국가도 마찬가지다. 저마다 목적이나 목표를 향해 앞장서 일을 처리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뒤에서 하나하나 챙기고 뒷바라지하는 도우미들이 있기에 행복한 가정이 되고, 튼실한 회사가 되고, 경쟁력 있는 국가가 되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간단한 진리다.

드러내지 않는 숨은 일꾼 윤형오(65) 거제시청 청소반장이 그렇다. 거창할 것까진 없지만 윤 반장은 반원들과 함께 거제시청 청소를 책임지고 있는 진정한 도우미다. 그는 시 회계과 소속 청사 내 화장실과 쓰레기를 도맡아 관리·처리하는 기간제 직원이다. 정식 공무원은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도 거제시청을 아끼고 사랑한다.

그는 아침 6시30분에 시청 지하 휴게실에 출근해 반원들과 간단한 티타임을 갖고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얘기하며 하루일과를 논의한다. 반원은 윤 반장을 포함해 10명. 평균 연령 60세에 그중 8명은 여성이다.

6시50분부터 본격적인 청소가 시작된다. 여성반원들은 화장실과 복도·계단 등을 청소하고, 남성은 시청 내 낙엽을 쓸고 각종 쓰레기를 수거·처리한다. 공무원과 민원인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깨끗하고 깔끔한 청사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손발이 급하다.

막힌 변기와 배관은 없는지, 수리해야 할 사무실 문고리는 없는지, 고장난 수도꼭지는 없는지, 민원인과 공무원들이 불편해 할 문제는 없는지, 위험한 시설은 없는지 세심하게 살피고, 문제가 발생하면 맥가이버처럼 해결한다. 네 일, 내 일이 따로 없이 반원 모두가 집안일처럼 시청을 청소한다.

그런 덕에 공무원들은 쾌적한 분위기 속에 업무를 하고 민원인들은 깔끔한 환경 속에 민원업무를 볼 수 있다. "화장실이 너무 깨끗해 화장실에서 밥을 먹어도 되겠다는 민원인과 공무원의 말이 가장 고맙고, 수고한다며 건네는 간단한 인사에서 보람을 느끼고 힘을 얻는다"는 그는 "청소하는 일이 남들 보기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반원들의 노력으로 여러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 마음까지 깨끗해지고 자부심이 생긴다"고 했다.

특히 지난해 변광용 시장이 취임하면서 첫 오찬 간담회를 환경미화원들과 함께 한 것은 반원들에게도 큰 힘이 됐다고 감사를 표했다.

덕포가 고향인 그는 거제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타지로 나가 10년 가까이 금속회사를 운영하기도 했으나 IMF로 실패하고 업체를 접어야만 했다. 외항선을 타기도 하고 아파트 경비와 회사 취직에 농사일도 하는 등 안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일들을 겪었다. 그러던 중 일자리지원센터를 통해 현재 거제시청에서 6년째 청소일을 하고 있다. 다양한 일들을 해봤기에 용접에서부터 엔진수리 등 못하는 일이 없을 정도다. 전문가가 해야 할 일이 아니라면 사소한 웬만한 일들은 모두 그의 손에서 해결된다.  

시청 청소 일을 해결하고 퇴근하면 또 집청소를 해야 한다. 9년 전 뇌출혈로 쓰러진 사랑스런 아내가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집안청소를 하고 식사를 준비하며 병수발을 든다. 그의 이러한 노력 끝에 아내도 이젠 말도 하고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됐다.

그는 모든 게 감사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함께 회식하고 인사하는 공무원도 고맙고, 명절 때 자그마한 선물을 건네는 공무원노조도 고맙단다. 민원인들이 건네는 '수고합니다'란 말 한마디가 감사하고, 건강하고 열심히 노력해주는 반원들이 감사하단다.

이런 모든 감사의 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는 윤 반장.

"어려운 경기에 60이 넘은 나이에도 일을 할 수 있어 기쁘고, 아픈 아내이지만 곁에 있어줘 기쁘다"는 윤 반장은 "퇴직 후에는 아내와 함께 가까운 여행이라도 다녀야겠다"는 행복한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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