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과 환자
손님과 환자
  • 김창년 칼럼위원
  • 승인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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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걱정이 많으신 아버지는 뵐 때마다 물으시는 게 있다. "병원에 손님은 많아?" 아버지댁 근처에 병원이 있었다면 매일이라도 찾아오셨겠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지라 그러지도 못하시니 답답하실 터다. 그러면 나는 "그저 그렇죠" 하고 대답은 하면서도 한가지 듣기 껄끄러운 단어가 있다. '손님'이란 단어가 그것이다. 

'손님'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영업하는 장소에 온 사람'이란 뜻이다. 병원 역시 돈을 벌어야 운영이 되는 곳이니 아버지의 물음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사들끼리 대화를 할때 "너희 병원 손님 많아?"라고 묻진 않는다. 손님 대신에 항상 환자라는 말을 사용한다.

'손님'이란 말에 거부감을 느끼는 의사들의 내면에는 나는 영업을 하는 사람, 즉 돈을 벌기 위해서만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자존심이 깔려 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손님으로 대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다만 아파서 나를 찾아오는 환자로만 대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환자가 환자가 아닌 손님으로 대접을 받고 싶어하면 대부분의 의사들은 겉으로는 표현을 하지 않겠지만 속으로는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손님이란 자격이 주어지면 항상 왕이어야 하고 물건을 안 살 수도 있고 필요한 물건을 사기위해 여러 집을 다녀볼 수도 있고 맘에 안들면 환불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손님'이라는 생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내가 알고있는 게 항상 맞으며 치료방법이 별로 맘에 안들으면 권하는 치료를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고 한가지 질병을 가지고 여러 병원을 돌며 진료가 맘에 안들면 돈을 돌려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의사들은 어떤가? 병원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나를 찾아 온 환자이므로 내가 하는 진료방식이 항상 옳고 내 말을 안 듣고 다른 병원을 찾는 환자는 나를 무시하는 환자고 수술이 잘못 됐다고 돈을 돌려 달라고 하는 환자는 수준 이하의 사람으로 치부하곤 한다.

결국 많은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사와 환자와의 이러한 다툼은 같은 행위를 두고 양자간의 해석이 판이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과거 의사가 권위적이었던 때를 그리워하고 환자들은 의사들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돈벌이에 혈안이 돼 있는 그런 일부 계층으로 국한시켜 버리곤 한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의사들끼리만의 교제를 즐긴다. 타 직종의 사람들과 대화가 부족하다. 의업 이외에는 사회적인 경험이 부족해 사교성도 떨어진다. 의사들은 모두 돈을 잘 벌 것 같다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감내하기 어려워 한다.

가족행사나 지인들과의 만남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내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토로하는 의사들을 많이 본다. 로스쿨을 졸업하고도 돈을 벌기 어려운 변호사들처럼 개업을 해서 망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의사들도 굉장히 많다.

사회와 의사와의 사이에는 항상 얇은 벽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벽의 두께는 예전보다는 많이 얇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벽이 없는 것도 문제이다. 의료라는 상품의 특성상 의사·환자간의 100% 수평적 관계란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그 벽은 딱딱한 벽이 아닌 휘어질 수도 있는 그런 벽이어야 한다. 또 진료실을 떠나서는 허물어질 수 있는 그런 벽이어야 한다. 의사들은 더 많은 부분에서 사회와 어울리고 소통해야 한다. 그것이 스스로의 권위를 더욱 지키는 일이다.

환자인가 손님인가의 물음에 대한 100%의 답은 없다. 하지만 의사는 환자를 조금 더 손님으로 대하고 환자는 자신을 조금 더 환자로 생각한다면 약간의 답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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