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관광의 거제 섬&섬길 아홉번째] 13코스 '거제역사문화탐방길'

거제역사문화탐방길은 16개 거제섬&섬길 가운데 독특한 면이 있다. 대부분의 섬&섬길이 자연풍광을 감상하며 한가롭게 걷는 길이라면 거제역사문화탐방길은 역사와 문화를 배우며 체험하는 길이라고 해도 이견이 없다. 그만큼 곳곳에 선조들의 얼과 혼이 살아 숨쉬는 역사문화유적이 담겨 있어 꼼꼼히 살펴보고 의미를 되새기며 걷는 길이다.

동부면 일부와 거제면을 아우르는 이 길은 총 4구간으로 나눠져 있으며 임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마을 안길을 걷는다.

1구간은 동부면 산촌마을에서 시작한다. 들머리에는 노거수인 팽나무가 반긴다. 팽나무 옆을 지나 기존 농로와 마을 안길을 둘러보고 임도를 따라 걷는다. 1~2구간을 합쳐 5.5㎞ 남짓되는 거리를 수풀을 벗삼아 나아간다. 선자산과 계룡산으로 오르는 삼거리에서 계룡산 입구쪽 길을 택해 발을 옮긴다.

계룡산 입구에서 내리막길을 택해 옥산금성이라 불리는 옥산성지에 도착해 무거워진 다리에 휴식을 준다. 이 산성은 수정같이 솟아 있다 해서 '수정봉성'이라고도 부른다.

옥산금성은 조선시대 거제부사 송희승이 도민들을 강제로 동원해 쌓은 성으로 지금까지 잘 보존돼 있지만, 송희성은 이 성을 쌓으며 백성들을 힘들게 했다는 이유로 파직 당했다고 하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왜구의 침입을 막겠다고 성을 쌓았지만 파직의 빌미가 된 것이다.

둘레 778.5m에 망루와 집수정 등이 눈에 띈다. 망루에 올라 바라보는 서쪽 전망은 가히 절경이다. 거제면 전경이 한눈에 보이고 멀리 한산도와 산달도 등의 다도해가 올망졸망 펼쳐져 있다. 널따란 명진 들녘은 만추의 황금물결이 눈을 호강시킨다. 들녘 중간쯤 문재인 대통령 생가도 보인다. 경남 문화재 기념물 113호인 명진느티나무(수령 500년 가량)도 세월을 지키고 서 있다.

망루 바로 앞에는 '봉황바위'라고 이름 붙여진 높이 3m·폭 4.5m 크기의 바위와 관련한 얘기가 재밌다. 닭을 닮은 봉황이 왕의 알을 품는 형상의 이 봉황바위의 시선이 신기하게도 문재인 대통령 생가를 바라보고 있다. 문 대통령이 태어난 명진리 남정마을과는 불과 1.4㎞ 떨어져 있다.

'봉황바위'가 왕의 알을 품고 있다가 부화해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했다고 동네사람들은 말한다. 이 봉황바위 이야기는 거제기성관·거제향교·거제자연생태테마파크와 함께 거제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옥산금성에서 내리막길을 따라 마을로 진입하니 고찰인 세진암이 떡 버티고 서 있고 옆에는 반곡서원이 발길을 잡는다.

반곡서원은 조선시대 숙종이 후궁 장희빈이 낳은 아들을 왕세자로 책봉하려는 것을 극렬 반대하다가 거제도로 유배된 유학자 우암 송시열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해 위패를 모신 곳이다.

고개 숙여 송시열의 얼을 기리고 발걸음을 재촉해 1㎞ 남짓 떨어진 문재인 대통령 생가인 명진마을로 향한다. 이 길은 섬&섬길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가까운 거리라 잠깐 들렀다. 기울어져가는 허름한 생가는 대문이 굳게 닫혀 있고 간간이 방문객이 집 주위를 둘러본다. 깔끔하게 복원해 방문객을 맞을 일이지만 사유지인 탓에 거제시도 엄두를 못내는 모양이라 씁쓸하다.

다시 섬길을 따라 거제면 시가지로 들어선다. 거제초등학교와 기성관이 웅장한 모습을 나타낸다. 1907년 설립된 거제초등학교는 거제시 최초의 초등학교다. 개교한지가 112년이 넘었다. 본관 건물은 석조건물로 등록문화재 제356호로 지정돼 있다.

학교와 담장을 마주하고 맞붙은 기성관은 대한민국 사적 제484호다. 현존하는 관아 건물인 기성관은 거제현의 객사로 중심적 역할을 하던 곳으로 단청이 화려하고 웅대한 누의 모습을 보여준다. 통영의 세병관·진주 촉석루·밀양 영남루와 더불어 경남의 4대 전통 건축물로 불린다. 역사적·경관적으로 보존가치가 매우 크다.

기성관을 나와 우측으로 시선을 돌리면 거제면사무소다. 예전엔 동헌이 있던 자리로 동헌 건물이 헐리고 그 자리에 면사무소가 들어섰다. 기성관 도로 맞은편은 질청이다. 질청은 지금의 행정사무실 또는 도서관 같은 역할을 했던 곳이다. 동헌과 기성관 질청이 삼각편대를 이루고 있다. 질청도 국가문화재다.

동헌이 있었던 면사무소 앞에는 수령 40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우뚝 서 역사의 깊음을 고증하는 듯하다. 나무그늘 아래서 땀을 식히고 이어지는 거제장으로 들어선다.

거제장은 거제시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전통5일장으로 4일과 9일에 열린다. 복개천을 중심으로 열리는 길다랗게 늘어서는 장은 온갖 물건들을 사고 판다. 장사치들과 장꾼들의 소통의 장이되고 인간미가 물씬 묻어난다. 굳이 사고팔고가 아니라도 시장 구경 나온 연인들도 제법 눈에 띈다. 

인파를 헤치고 길을 잡아 지척에 있는 거제향교에 찾았다. 경남유형문화재 제206호다. 지방의 관학기관(官學機關)인 거제향교는 교학공간(敎學空間)인 명륜당(明倫堂), 외삼문(外三門)과 배향공간(配享空間)인 대성전, 동·서무, 고자실, 동·서재, 풍화루(風化樓) 등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국가로부터 전답과 노비·전적 등을 지급받아 교관이 교생을 가르쳤으나, 현재는 교육적 기능은 없어지고 봄·가을에 석전(釋奠)을 봉행하고 초하루·보름에 분향을 올리고 있으며, 전교(典校) 1명과 장의(掌議) 수명이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섬길은 거제면사무소에서 마무리되지만 장터와 향교를 둘러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거제역사문화탐방길 1~2구간이 트래킹 길이라면 3~4구간은 역사 탐방길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거제시농업기술개발원 & 섬꽃축제

거제면 서정리 소재 거제시농업개발원은 1997년 개장된 농업테마공원이다. 지역실정에 맞는 농업기술과 지역소득작물을 연구개발 보급해 농업인의 소득을 높이고, 도시민에게는 농업 현장체험과 사계절 꽃 및 난지식물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거제시농업기술센터가 관리·운영하고 있다. 농업과학관·농업교육관·곤충생태체험관·초화류 육모온실 등의 시설이 있어 자연학습장으로 인기가 높으며 선진농업기술을 만나수 있는 공원이자 관광지다. 유치원생들의 견학장소로도 인기다.

거제시 대표축제인 거제섬꽃축제(10월 말~11월 초)가 열리는 장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국화를 주 소재로 한 거제섬꽃축제 시기에는 농업개발원 전체가 국화향이 진동한다. 평소는 무료지만 축제 때는 입장료를 받는다. 오는 10월26일 제14회 거제섬꽃축제를 맞아 임시개장 예정인 거제자연생태테마파크는 농업개발원의 새로운 볼거리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업개발원내에 조성 중인 '거제자연생태 테마파크'는 타원형 모양의 돔형 온실로 사업비 280억원을 들여 개장을 앞두고 있다. 생태파크는 높이 30m, 길이 60~90m, 연면적 4558㎡로 단일 돔형 온실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아열대식물과 석부작·인공폭포·연못·스카이워크·전망카페 등 다양한 시설과 볼거리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용료는 미정.


거제기성관과 질청

1470년 성종 원년 거제현이 거제부로 승격되면서, 일반 행정과 군사업무를 총괄할 수 있도록 고현성에 기성관을 세웠다. 1593년 한산도에 삼도수군통제영이 설치되면서 기성관은 객사로 사용됐다. 고현성에 지어진 기성관은 임진왜란 때 불타버려 1554년 현종 5년에 거제면으로 옮겨져 다시 지어졌다.

1974년 2월16일 경상남도유형문화재 제81호로 지정됐다가 2007년 7월31일 대한민국 사적 제484호로 변경됐다. 거제현의 관아는 배산구조와 안산·관아 배치와 진입로 구조가 시각적으로 뚜렷한 축을 형성해 한양의 광화문-경복궁-백악산의 축과 매우 흡사한 시각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는 곳이다.

기성관은 거제현의 객사로 중심적 역할을 하던 곳으로 단청이 화려하고 웅대한 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비록 동헌 건물이 헐리고 그 자리에 면사무소가 들어서 있지만 부속 건물이었던 질청이 남아 있다. 질청은 지금의 행정사무실 또는 도서관 같은 역할을 했던 곳이다. 거제 읍치의 관아와 거리는 조선후기 읍치의 전형적 경관과 구조를 보여줄 뿐 아니라 주요건물인 객사와 부속건물이 남아 있어 역사적·경관적으로 보존가치가 매우 크다. 통영 세병관·진주 촉석루·밀양 영남루와 더불어 경남의 4대 전통 건축물로 불린다.

거제 기성관은 1911년 이후 거제보통학교 교실로 사용하다 1973년 폭우로 동쪽 지붕이 붕괴됐던 것을 1974년에 복원했고, 1976년에 전면 해체·복원했다.


거제장날

거제시 유일의 전통 5일장인 거제장날은 4자와 9자가 들어가는 날 거제면 서정리 복개천을 중심으로 열린다. 장터는 200여m에 이르며 과일장사와 뻥튀기·양말장사를 비롯해 싱싱한 생선과 풍성한 가을 농산품을 팔러 나온 장꾼들의 좌판 수백여종이 늘어서 있다. 유행가 가사처럼 있어야 할건 다 있고 없을 건 없으며,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매장에 없는 덤이 있고,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정이 넘쳐난다. 볼거리·체험거리도 많다.

일설에 따르면 고려시대부터 열렸다고 전해지지만 그 기록을 찾아볼 수 없다. 5일장의 전신인 장시가 조선 전기부터 정착됐다가 후기에 전국적으로 확산됐다는 점, 1932년의 통영군지에 처음으로 거제시장 기록이 나타났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조선후기 시장으로 추정된다.

시장 입구에 40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있고, 국가지정문화재인 거제현 관아(기성관)와 질청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것은 거제장의 이색 풍경이다. 인근에는 향교도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거제시에서 명맥을 이어오는 유일한 전통 재래시장이면서, 주변에 문화재가 어우러진 것도 거제장의 특징. 거제현 관아와 질청이 시장 바로 앞에, 그 뒤편에 개교 100년이 넘은 거제초등학교, 인근에 거제향교·반곡서원 등이 자리하고 있어 이곳이 예전에 거제의 중심지였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동헌 등이 있는 관가이자 교육의 중심지라 자연스레 사람이 모이는 시장거리가 형성된 곳으로 보여진다.


옥산금성

경상남도 기념물 제10호인 옥산금성은 둘레가 778.5m에 이른다. 거제면 동쪽 계룡산 밑의 수정봉(水晶峰) 정상에 위치한 이 산성은 수정같이 솟아 있다 해서 수정봉성(水晶峰城)이라고도 부른다. 이 산성은 조선 고종 때 거제부사 송희승(宋熙昇)이 거제군민을 동원해 쌓은 성이다.

지름 40∼80㎝의 장방형 자연석의 끝을 가지런히 해 산 능선의 굴곡에 맞추어 타원형으로 쌓아올리고 성내의 요소마다 누각·무기고·호·연못 등을 만들었다. 남쪽과 서쪽은 성문을 ㄱ자형으로 만들고 돌층계를 마련해 성안으로 출입하게 했다.

1873년(고종 10년) 거제부사 송희승이 읍성을 축조할 것을 조정에 건의했으나, 거제는 이미 읍터를 세 차례나 옮겨 백성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그 대신 수정봉에다 산성을 쌓을 것을 결심하고 도민을 강제로 부역케 하고 큰돈을 거둬 8개월 만에 주위 160칸, 높이 13자의 석축을 완공하고 이곳에 군기 및 군량을 비축해 바다 방어에 대비했다. 축성공사로 백성에게 무리한 부담을 입힌 송희승은 파직 당했다고 한다.

현재 거제면의 동쪽에 위치해 동상리·서상리를 연결하는 성으로 동서남북에 4문이 있고 성안에는 우물이 있는데 비교적 보존이 잘돼 있다. 거제는 지리적인 위치상 왜구의 침입이 잦았기 때문에 많은 성이 분포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임진왜란을 전후해 축조되거나 수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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