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리는 동부에서 다듬이 두드리는 소립니다"
"이 소리는 동부에서 다듬이 두드리는 소립니다"
  • 백승태 기자
  • 승인 2019.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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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이 소리 맥 이어가는 동부면 생활개선회 산울림 부영애 회장

우리 선조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를 아기 우는 소리, 책 읽는 소리 등으로 꼽으면서 여인의 다듬이 소리도 보탰다. 그만큼 다듬이 소리는 청아하면서 가정의 행복과 어머니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탁기와 다리미에 밀려 다듬이 소리가 사라진 요즘, 이 소리를 재현하면서 옛것을 간직하고 이어나가려는 이들이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동부면 생활개선회 동아리 '산울림' 부영애(73) 회장과 회원들이다.

그들은 다듬이 소리에 모듬북을 가미해 난타가락으로 만들어 연습하고 공연한다. 매주 목요일 저녁이면 동부면주민자치센터에 모여 다듬이를 두드리며 연습에 몰두한다. 회원들이래야 고작 16명. 부 회장을 비롯한 15명이 여성이며 한 명만 남성이다. 평균연령은 65세에 대부분 농사를 짓는 할머니들이다.

모임이 있는 날이면 바쁜 농사철에도 거의 100%로 참석하는 열정을 보인다. 힘든 농사일과 나이 탓에 힘들어도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주며 연습장을 찾는다. '아이고, 어깨야 다리야 팔이야'를 남발해도 연습하고 공연할 때면 모두가 진지하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그런 회원들이 너무 고마워 눈물이 날 지경이라는 부 회장은 "다리가 아파 옆으로 걷는(계단 오르내릴 때 난간을 잡고 게걸음 모양으로 걷는 모습을 빗대서 하는 말) 회원들이 태반이지만 다듬이를 두드리고 힘들어 볼 빨간 할머니가 되면 미스코리아보다 예쁘다"고 부추겨 세우면서 "이젠 조금 젊은 회원들이 들어와 다듬이 소리의 맥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너무 젊은 사람이 두드리는 다듬이 소리는 깊은 맛이 없고, 나이가 지긋해야 소리의 진정한 맛이 난다"며 잔잔한 미소를 보낸다.

2007년 창립된 '산울림'은 농악과 사물놀이를 취미삼아 배우기 위해 동부면 여성 16명으로 시작했다. 지금도 창립 회원 대부분이 10여년째 함께 활동하며 희노애락을 같이한다. 농악에 치우친 전통음악에서 벗어나 옛것을 살리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2013년부터 다듬이 소리를 퓨전난타로 만들어 연습하고 공연한다.

꾸준히 연습한 결과 2017년에는 경기도 평창 전국생활개선회 한마음대회에서 대상을 타는 영광도 누렸다. 그때 받은 상금 일부를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하기도 했다. 이렇게 시작한 것이 이제는 제법 공연단의 모습을 갖췄다. 그다지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충북 예천과 옥천·전북 정읍 등에서도 공연을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거제에서도 공연을 계속하고 있다. 거제섬꽃축제에서도 선보이고, 지난해에는 거제윈드오케스트라와 합주도 했다. 해금강테마박물관과 문화원 초청 공연도 하고, 반야원 등 복지시설도 찾아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옛 것 그대로 가져와 검정치마에 흰저고리·버선발로 방망이로 다듬이를 두드린다.

그는 다듬이 소리는 단순한 퓨전난타 소리를 넘어 추억과 고향에 대한 향수·어머니의 정취가 묻어 있다고 했다. 전북 정읍에서 공연했을 때 60대 관람객이 "이 귀한 소리를 듣게 돼 너무 고맙고 부모를 만난 것 같이 반갑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부 회장에 따르면 전국에 걸쳐 농악 공연팀은 부지기수지만 다듬이 소리 공연팀은 12개 정도에 불과하다. 거제에서는 산울림이 유일하다. 그만큼 귀하고 가치가 있어 후대에 물려줘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동부면 연담삼거리에서 전통향토음식점으로 지정받은 '길손'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길손'은 부 회장이 공연이 있거나 다듬이 소리 연습이 있는 매주 목요일마다 휴업일이다. 다듬이 소리가 우선이고 식당은 뒷전으로 두는 것이 그의 생활습관이다. 그렇지만 고객들에게 대접하는 음식만큼은 다듬이 소리만큼 정성스럽게 만든다는 게 회원들의 설명이다.

'이 소리는 경상남도 거제시 동부면에서 부영애 산울림 회장의 다듬이 두드리는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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