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주 서울아동병원 원장
정유주 서울아동병원 원장

우리는 대개 잠을 많이 자는 것이 키를 크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사람의 하루평균 수명시간은 대개 연령에 따라 다르나 일반적으로 어린 나이일수록 수면시간이 길며 나이가 들수록 수면 시간이 짧아지게 됩니다.

수면은 인체 내부의 자극에 대한 반응보다 외부자극에 대한 반응이 저하되는 무의식 상태를 말합니다. 하지만 이런 수면의 무의식 상태는 가역적으로, 언제든지 각성상태로 회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혼수 등 다른 무의식 상태와는 구별이 됩니다. 인간에게 수면은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니라 수면동안 다양한 신경들의 신호작용 및 호르몬 분비를 통해 집중력과 기억력의 향상 및 면역력 증진과 다양한 질병에 걸릴 위험을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키를 크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성장호르몬은 뇌하수체 전엽에서 만들어집니다. 이 성장호르몬은 간으로 가서 성장인자(IGF-1)를 만들게 하고, 이것이 성장인자결합단백질(IGFBP-3)과 결합해 뼈의 성장판으로 이동해 뼈의 연골세포의 수와 크기를 증가시켜 키성장을 하게 됩니다. 이 성장호르몬은 수면 시에 우리 몸에서 분비됩니다.

수면은 크게 비 렘수면과 렘수면으로 나뉘는데 렘수면은 수면 중에 빠른 안구의 운동이 있으며, 뇌파가 활동적으로 깨어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전체 수면에서 일반적으로 렘수면은 비 렘수면 뒤에 나타납니다. 렘수면은 전체수면의 20∼25%를 차지하고, 비 렘수면은 75∼85%를 차지합니다. 우리가 잠을 잘 때는 이런 렘수면·비 렘수면주기가 약 90∼120분 주기로 하루 밤에 5회 정도 반복을 하게 됩니다.

정상수면 패턴awake stage R(렘수면단계)비렘수면단계 stage1, stage2, stage3 (출처: The Physiology of Normal sleep, Hanyang Med Rev 2013;33:190-196)
정상수면 패턴awake stage R(렘수면단계)비렘수면단계 stage1, stage2, stage3 (출처: The Physiology of Normal sleep, Hanyang Med Rev 2013;33:190-196)

성장호르몬 분비에는 이 두 가지 수면단계 중 비 렘수면단계가 중요합니다. 비 렘수면 단계는 수면의 깊이에 따라 stage1·stage2·stage3·stage4로 나눌 수 있고, stage4로 갈수록 더 깊은 수면상태를 말합니다.

성장호르몬은 비 렘 수면단계 중 특히 깊은 수면상태인 비 렘수면단계의 stage 4단계, 서파수면 단계에서 특히 많이 분비됩니다. 이 서파수면 단계는 수면초기 1/3 시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나게 되며, 특히 수면 시작 후 1시간에서 4시간 사이에 많이 분비됩니다. 따라서 충분한 수면시간으로 깊이 잠을 자는 것이 수면 중에 성장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고, 성장기의 키 성장을 도울 수 있습니다.

사람의 수면구조는 연령대에 따라 특징적인 차이를 보이나, 3∼5세에는 총 수면시간이 11∼12시간, 6∼12세에는 10∼11시간 수면을 필요로 하고, 12∼18세의 청소년들도 하루 최소한 9∼9.25시간의 수면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년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9∼17세 아동 중 38%가 잠 부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특히 12∼17세의 경우에는 절반에 해당하는 49%가 수면부족을 호소했습니다.

특히 청소년기에 건강한 수면을 위해서는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하고, 특히 잠자리에 들기 전 핸드폰 게임·TV시청을 자제하는 것이 수면을 깊게 들게 해 수면 시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도와줄  수 있겠습니다.

또 성인의 경우 적정수면 시간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성인의 경우에는 주간에 생활할 때 얼마나 졸리는지에 따라 본인이 수면 적정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수면시간이 부족하면 성장기의 아동에게는 성장호르몬 분비의 감소뿐 아니라 집중력 감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성인의 경우 수면부족이 지속될 경우 여러가지 심장질환·치매 등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므로 건강한 수면습관과 수면시간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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