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최초 인증 사회적기업 '연연칠백리' 유원관 대표

거제시 최초 인증 사회적기업이 탄생했다. 인증 사회적기업으로 지난 6일 선정된 업체는 연초면 오비리 소재 '연연칠백리(주)'. 거제시에서는 9월 현재 예비 사회적기업 4곳이 운영되고 있지만 인증 사회적기업은 연연칠백리가 유일하다.

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 등의 일자리 창출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20여년간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연연칠백리 유원관(74) 대표를 만나 인증 사회적기업과 업체 운영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는 직원들이 작업에 여념 없는 공장 한 켠에서 진행됐다.

유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연연칠백리는 조선소 등에서 사용되는 용접복과 장갑·각반·토시 등 조선 소모품 제작 사업체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이기도 한 이 업체는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경남도 지정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운영되다 이번에 인증 사회적기업으로 전환되는 쾌거를 이뤘다.

사회적기업은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을 말한다. 취약계층에서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해 고용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이다.

인증된 사회적기업에 대해서는 인건비 및 사업주부담 4대 사회보험료 지원, 법인세·소득세 50% 감면 등 세제지원, 시설비 등 융자지원, 전문 컨설팅 기관을 통한 경영·세무·노무 등 경영지원의 혜택이 제공된다.

유 대표가 운영하는 업체에는 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 등 13명이 용접복 등 조선소 소모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대부분 단순노동이라 웬만한 장애인이라면 가능한 일들이다.

유 대표가 연연칠백리를 운영한 것은 23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명의 자식 중 아들과 딸 2명이 선천성 장애를 갖고 태어난 탓에 늘 그들에게 어떤 일자리를 마련해 줄 것인가를 궁리했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장목면 관포에서 한 장애인과 단추공장을 시작했다. 그러나 사업은 생각대로 되지 않고 4년 만에 수천만원의 빚을 지고 말아먹었다. 납품했던 업체에서 납품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후 단추공장을 정리하고 고향인 연초면 오비리에 조선 소모품 공장을 차렸다. 부친에게 소를 한 마리 팔아 달라고 해서 마련한 돈으로 가내수공업 같은 공장을 시작했다. 공장이라고 해봤자 미싱 몇대와 천막으로 지어진 허름한 공장이 전부였다. 장애를 가진 아들·딸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시작한 일이다.

아내와 함께 밤낮으로 장갑과 각반 등을 만들어 조선소에 납품하는 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17살에 부산 친척집에서 10여년간 잡화점 점원생활을 했지만 월급 한 번 못받았던 일, 단추공장 망한 일, 장애를 가진 자식 일 등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장애인의 처지를 잘 아는 덕에 장애인들을 고용해 함께 노력하며 공장을 키워갔다. 지적장애를 가졌지만 둘째아들도 함께 일했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지정받고 예비 사회적기업을 거쳐 이젠 인증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했다. 큰돈은 안되지만 장애인들과 함께 일하며 삶을 이어가고 있다. 호사다마였을까. 올 4월 장애를 가진 둘째아들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자식에게 살아갈 수 있는 일거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시작한 공장이지만 이젠 그 자식은 없고 칠순을 넘긴 유 대표가 취약계층들과 공장을 꾸려나가고 있다.

그는 "현재 복지정책이 난무하지만 가장 큰 복지는 법이나 돈보다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 일거리를 만들어줘 정당한 대가를 받고 그들이 일반 사회인들과 같이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자체 등이 나서 이들에게 일거리를 소개해주고 연결해 주는 것이 진정한 복지"라고 말을 맺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