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원 스님/금강사 주지

망망한 광야에 한사람이 길을 가는데 뒤에서 무서운 코끼리가 나타나 그를 쫓아오고 있었다. 생사를 눈앞에 두고 정신없이 달아나다 보니 언덕 밑에 우물이 있었는데 등나무 덩굴이 그 속으로 늘어져 있었다.

그 사람은 등나무 덩굴을 붙들고 우물 속으로 내려갔다. 겨우 숨을 돌려 아래를 내려다보니 우물 밑에는 독룡(毒龍)이 입을 벌리고 쳐다보고 있었고 우물중턱 사방에는 네 마리의 뱀이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등나무 덩굴을 생명줄로 삼아 공중에 매달려 있자니 두 팔은 아파서 빠질 것만 같았다. 설상가상으로 매달려 있는 그 등나무위에는 흰쥐와 검은쥐 두 마리가 나타나 그 등나무덩굴을 쏠고 있지 않은가!

그 경황 중에 얼핏 머리를 들어 위를 쳐다보니 등나무 위에 있는 벌집 속에서 달콤한 꿀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져 입속으로 들어왔다. 그 사람은 꿀을 받아먹는 동안 자기의 위태로운 처지도 모두 잊고 황홀경에 도취되어 버렸다.

이는 인생을 묘사한 부처님의 비유로서 한사람이란 생사고해를 헤매는 모든 중생들의 고독한 모습을 말 한 것이요, 코끼리는 아무런 예고 없이 홀연히 찾아올 죽음의 순간을 말함이며, 등나무 덩굴은 사람의 생명줄이고 흰쥐와 검은쥐는 낮과 밤이 쉼 없이 교차함이요, 벌집속의 꿀은 눈앞의 다섯 가지 욕락(五欲樂)을 말한 것이니 곧, 재물 색(色) 음식 잠 명예욕이다. 

어리석은 자는 급박한 상황에 놓여 있으면서도 그 달콤한 꿀 한 방울에 애착하여 지극히 위태로움 속에 처해있음을 잊고 살아간다.

주변으로부터 종종 한해의 6분의1이 지나가 버렸다는 말들을 듣는다.

우리는 흔히 한해가 가고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많은 목표를 계획하고 그것을 이루고자 노력한다.

끊임없이 흐르고 변화하는 세월의 시점에서 무자년 한해 나에게 주어진 365일을 어떻게 쓰고 있는가? 생각하고 생각해볼 일이다. 시간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으므로….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