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면 높고 푸른 하늘에 뭉게구름이 떠오르는 한 폭의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여기에 가을바람까지 삽입되면 가을의 이미지는 동영상이 돼 파노라마처럼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날씨 좋다"는 말을 하거나 들을 때는 대개가 가을철이다.

2013년 개봉한 영화 '신세계'에 나오는 명대사가 "죽기 딱 좋은 날씨네"다. 본래 이 말은 미국 인디언들이 싸움에 나갈 때 동료들의 결의와 자신을 추스르는 주문으로 "죽기 딱 좋은 날씨네"라고 외쳤던 말을 차용한 것이다. 총을 든 기병대와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영화에서 이 대사가 나올 때 날씨를 맑은 가을 하늘쯤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영화에서의 그날 날씨는 우중충하고 흐린 날씨였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한 인상을 말할 때 사계절이 뚜렷한 날씨를 빼놓지 않는다. 특히 햇볕을 탐낸다. 그러나 정작 야외에 걷거나 등산하는 여자들의 모습을 보면, 햇볕이 무서워 모자 쓰고, 선글라스 끼고, 장갑에 토시 끼고, 긴팔·긴바지에 눈만 내놓은 마스크와 선크림, 그렇게 가릴 것 다 가리고 완전무장 하면 햇빛과 몸은 거의 절연의 상태가 된다. 햇빛은 있으나 마나다. 그런데 영국 사람들은 태양이 이글거리며 내리쬐는 날이면 가만히 있질 못한다.

영국날씨는 축축한 회색하늘에 하루에도 비가 몇번씩 오락가락 할 만큼 변덕이 심하니까 햇빛만 보면 난리가 난다. 홀라당 옷을 벗어버리고 거의 벌거숭이가 된다. 염천에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인부도 한국사람은 온몸을 가리지만 영국사람은 살이 발갛게 익어도 벗고 일한다. 그 뜨거운 여름 바닷가에서도 일광욕을 즐긴다. 마치 태양 중독증에 걸린 사람들 같다.

가을이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문체부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여행주간을 정해 운영하고 있다. '2019년 가을여행 주간'은 9월12일부터 29일까지다. '여행하기 딱 좋은 날씨'에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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