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태 편집국장
백승태 편집국장

추석이 눈앞이다. 이른 추석 탓에 들판에 넘실대는 황금물결은 볼 수 없지만 온갖 과일들이 갖가지 색깔을 발하며 자태를 뽐내는 수확과 풍요의 계절이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말해왔다. 계절마다 어김없이 풍요를 선사하는 자연과 마찬가지로 우리 세상사도 서로 나누고 베풀면 더욱 풍성해진다는 가르침을 주는 것만 같다.

그러나 현실은 녹녹치 않다. 거듭된 경제불황속에 서민들의 지갑은 얇아지고 인심은 덩달아 위축되는 현실이다. 조선불황의 한파를 견디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우리 거제는 더욱 그런 느낌이다. 지역 복지시설과 소외계층을 찾는 사랑의 발길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온다.

그래도 추석은 설날과 더불어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중 하나다. 학업 또는 직장 등 여러 이유로 흩어져 살던 가족과 친인척들이 천리 길도 마다않고 달려와 정담을 나누고 미래의 계획과 목표들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전국 각지의 가족들이 한데 모이는 명절이라 담론의 주제도 다양하고 각자의 생각도 각양각색이다. 지역·세대·직업을 초월해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다. 그러기에 명절은 민심을 읽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내년 4월15일 치러지는 총선이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를 앞둔 명절은 정치인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추석 밥상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여의도 입성을 꿈꾸는 위정자들은 이번 추석이 민심의 향방을 좌우하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저마다 시민속으로 파고들 전략을 세우고 있다. 각종 행사장은 물론이고 사람이 모이는 장소면 어디든 얼굴을 내민다. 저마다 거제와 시민,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목소리 일색이다. 정말 고마운 말들이고 실천하길 바랄 뿐이다.

그러나 정작 이들 중 추석을 맞아 소외계층과 불우이웃을 찾아 그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는 위정자는 몇이나 될까 반문해 본다. 크고 작은 선물을 수행원들에게 들린 채 복지시설을 찾는 이도 더러 있겠지만 표심을 얻겠다는 목적 외 진정으로 불우이웃을 찾고 돌보는 정치인들은 많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필자만의 비뚤어진 착각일까. 이웃사랑이라는 본연의 뜻은 온데간데 없고, 선물만 전달하고 사진 몇장 담아 "내가 이런 사람이다"고 자화자찬하며 언론 등에 보도자료만 뿌려대는 정치꾼들은 없는지 눈여겨 살펴볼 일이다.    

필자가 본사에 입사해 첫 명절을 맞은 지난 설날. 설연휴를 앞두고 한 직원이 일정금액의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낼 수 있냐며 의향을 물었다. 이유인즉 명절을 맞아 지역 소외계층과 복지시설을 찾아가 명절선물을 전달하기 위해서란다. 몇 안되는 직원과 회사가 십시일반 모금하고 자그마한 선물을 준비해 나눔을 실천한단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수년전부터 하고 있는 일이라 올해도 거스를 수 없는 일이라고 첨언했다. 불우이웃이나 다름없는 열악한 신문사 형편을 감안할 때 신선한 충격이었다. 특별히 명절이라고 거창하게 봉사를 해야 한다는 마음도 가지지 못한 그동안의 무감각함에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남을 도우고 봉사하는 사람이 따로 정해진 게 아니다"라는 늘 들어왔던 말이 실감났다. 무안한 마음만 전할뿐 불우이웃을 직접 찾아뵙지는 못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올 추석은 그들을 직원들과 함께 만나고 싶다.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추석 명절이 더 외롭고 힘든 날일 수도 있다. 우리 주변에 힘들고 어려운 이웃들은 없는지, 주변을 둘러보는 추석 명절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나눔과 배려의 아름다움이 추석의 보름달처럼 밝혀진다면 추석의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풍요롭고 넉넉해야 할 한가위가 경기침체로 풍성하진 않지만 나눔과 배려로 마음만은 따뜻하고 풍요롭길 기대한다. 또 보름달을 바라보며 하루빨리 거제의 경기가 호전되고 팍팍한 삶이 나아지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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