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제(齊)나라 위왕(威王) 8년이 되던 해였다. 초(楚)나라가 크게 군사를 일으켜 제나라를 침공해 왔다. 위왕은 순우곤에게 금 백 근과 말 네 필을 예물로 내놓으면서 조(趙)나라로 가서 원병을 청해 오라고 지시했다.

그때 순우곤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관의 끈이 끊어질 정도로 크게 웃자(仰天大笑) 왕이 물었다. "선생은 예물이 적다고 생각하시오?" "어찌 감히 그럴 수 있겠습니까?" "그럼 왜 그렇게 크게 웃소?" "신(臣)이 여기로 오는 길에 논둑에서 풍작을 비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 사람은 상위에 돼지 발굽 하나와 술 한 잔 달랑 얹어놓고 이렇게 빌었습니다. '높은 밭에서는 채롱에 가득하고 낮은 밭에서는 수레에 가득하도록 오곡이여 풍성하게 익어서 집안에 가득 넘쳐라.' 신(神)에게 바치는 것은 그렇게 작으면서 원하는 것은 그처럼 사치스러운 것을 보았기 때문에 웃은 것입니다."

위왕은 순우곤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황금 천근과 흰구슬 열쌍을 네 마리가 끄는 마차 백대에 나눠 싣도록 했다. 순우곤이 조나라 왕에게 많은 예물을 바치자 조나라는 정병 십만과 병거 천대를 보내줬다. 이 말을 들은 초나라는 밤중에 군사를 돌려 철수했다.

앙천대소는 하늘을 바라보며 크게 웃는다는 말이지만, 속뜻은 남의 행위를 보고 황당하거나 같잖아서 비웃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 광복절 경축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를 비난하는 담화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명의로 발표했는데, '남조선 당국자의 말대로라면 저들이 대화 분위기를 유지하고 북남협력을 통한 평화경제를 건설하며 조선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리인데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 할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속담에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보다도 훨씬 모멸스런  '삶은 소대가리'라는 말을 듣고도 웃어넘기는 우리 정부에 연민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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