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혐오·기피시설 상생의 길을 찾아라(완)]거제, 혐오·기피시설 상생의 길을 찾아라②
선진 지자체 "주민설득 통한 방법 모색 및 불편 따른 혜택 줘야"
환경·보건복지부 "갈등 조정 사례 다양화해 지자체 대응 방안 마련"
이·통장연합회장 "행정 약속이행, 주민 상호배려 필요"

"기피·혐오시설로 일컬어지는 시설 대부분이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시설인 데에는 시민 모두 공감을 할 것이다. 우리 마을에 기피·혐오시설이 들어서지 않길 바라는 그 이유에 대해 행정은 고민하는데 집중을 해야 한다. 시민들이 이해하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보편적인 포용은 사회 분위기를 어떻게 형성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시민이 포용의 가치부터 생각할 수 있도록 약속을 이행하는 것은 행정의 몫이다."

일본 고베시청 나오키 이와사(Naoki Iwasa) 과장은 대규모 종합사회복지시설인 '행복촌'이 고베시에 들어오기까지 주민들의 반대 등을 무릅쓰고 현재 주민과 관광객, 복지시설 이용객 모두가 한 데 어우를 수 있는데 가장 큰 가치로 '포용'을 꼽았다. 나오키 과장은 시민에게 무조건적인 포용을 요구하는 것보다 포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기피·혐오시설이 들어서기까지 거센 반대에 부딪혔지만 상생의 길을 찾은 지자체는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았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와 강원도 영월·홍천군은 시설을 유치한 마을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활성화했다. 가스·전기 무료 혜택부터 일자리 창출로 인구 확충까지. 그러면서 기피·혐오시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민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 상생하고 있다.

인천광역시는 디자인지원센터 주도로 디자인을 활용한 기피·혐오시설을 지역의 명물로 전환하면서 또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각 지자체마다 기피·혐오시설과의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형식상의 공청회 아닌 유치 이전부터 주민 협의해야

거제시는 여전히 각종 시위·집회로 떠들썩하다. 잦은 토지개발로 인해 피해를 입은 시민부터 각종 기피·혐오시설 유치 반대로 인한 시위에 이르기까지. 이에 대해 선진 지자체 전문가들과 시민들은 시가 주민과의 끊임 없는 대화를 통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에 입을 모았다. 사진은 위에서부터 거제면 귀목정 건설폐기물처리공장 설치 결사반대,사등면 장좌마을 비료공장 퇴치, 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단 유치 반대, 송전탑 이전 설치를 요구하던 거제시민들의 모습.
거제시는 여전히 각종 시위·집회로 떠들썩하다. 잦은 토지개발로 인해 피해를 입은 시민부터 각종 기피·혐오시설 유치 반대로 인한 시위에 이르기까지. 이에 대해 선진 지자체 전문가들과 시민들은 시가 주민과의 끊임 없는 대화를 통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에 입을 모았다. 사진은 위에서부터 거제면 귀목정 건설폐기물처리공장 설치 결사반대,사등면 장좌마을 비료공장 퇴치, 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단 유치 반대, 송전탑 이전 설치를 요구하던 거제시민들의 모습.

현재 거제시는 '형식상'의 공청회·주민설명회 등으로, 주민들의 대승적 양보 끝에 협의에 이뤘으나 협의안이 한순간 '백지화'가 되기 일쑤다.

주민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던 약속이,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되면 '말짱 도루묵'이 되면서 행정과 업체 양측으로부터 상처만 입는 양상이 주를 보이기 때문이다.

개발업자의 행위에 대해 관리·감독해야 하는 행정이, 민원을 제기하는 시민에게 되려 개발업자를 대변하는 발언이 쏟아질 시엔 '결탁 의혹' 제기로까지 연결이 된다. 특히 법 조항에 '불법'이라고 적시돼 있는 사안을 혹여 검토하지 못해 승인이라도 난다면 사안은 일파만파로 퍼진다. 사실이 아니라면 담당 공무원은 억울하겠지만, 주민들이 거리로, 시청으로 나서게 된 배경이다.

19개 면·동 이·통장 연합회장 역시 혐오·기피시설 유치의 첫 번째는 행정과의 신뢰감 형성이라고 입을 모았다. 거제시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려면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이를 어디에 설치할 것이냐는 행정에서 먼저 유치하려는 지역에 대한 이점을 제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답했다.

강원도에서 혐오시설 유치전에 각 지자체가 뛰어들 듯, 거제시 역시 협의할 기회를 주민들에게 먼저 제시하는 것이다. 또 어떠한 시설이 들어서든, 거제시는 '주민'이 먼저 돼야만 한다는데도 많은 의견이 나왔다.

윤성부 거제면 이장협의회장은 "기피·혐오시설의 시공사는 공사 허가가 나기 전까지는 지역주민에게 다양한 약속을 하지만 허가가 난 이후에는 '나 몰라라'하는 실정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며 "이는 업체와 행정이 결탁한 모양새로 비춰 시민들은 실망하는 수밖에 없다. 주민들과의 약속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행정의 관리·감독과 이를 언론이 감시해 잘 이뤄진다면 소모전이 장기화되지 않을 텐데, 업체도·시도·언론도 약속된 역할을 하지 않아 거제가 '시위 천국'이 돼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피·혐오시설을 담당하는 곳이 격무부서임을 알기에 시민들도 이해할 수 있는 선이 있지만, 이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며 "대화의 시작은 행정이 신뢰를 보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일명 떼법으로 불리는 '법 적용을 무시하고 생떼를 쓰는 억지 주장 또는 떼거지로 몰려다니며 불법시위를 하는 행위'는 행정력 낭비와 소모전에 그치므로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지적됐다.

이에 대해 김종태 남부면 이장협의회장은 "'떼법'이라고 일컫기 전에, 주민 불편을 먼저 알고 행정이 해결을 한다면 시민 역시 행정을 믿고 기다릴 것"이라며 "피해가 속출하고, 민원을 제기하고, 시청 앞 시위까지 해야 행정이 움직이다 보니 소모전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거제시 "주민 편의 먼저 생각하는 행정되겠다"

이에 대해 기피·혐오시설 관련 부서는 "주민 편의를 먼저 생각하는 행정이 되겠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인센티브 혜택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시 관계자는 "예산이 한정돼있는데 특정 지역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 고려할 사안이 많아서 바로 답변하기는 힘들다"며 "기피·혐오시설이 무조건적인 반대부터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협의체 구성 등 주민들과의 의견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시 관계자는 "담당부서가 일부 한정되다 보니 검토 과정에서 일부 누락 되는 사안들이 있고, 관리·감독에 있어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은 인정한다"면서 "시설 유치와 관련해 전문가 집단을 활용한 숙의과정을 거치고, 유치 이후 관리감독이 강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