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태 편집국장
백승태 편집국장

경제상황을 진단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가 실업률이다.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하반기 시군별 주요 고용지표' 결과에 따르면 전국 시 77곳 가운데 거제시의 실업률이 2013년 통계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인 7.1%로 가장 높았다. 인근 통영시가 6.2%로 그 뒤를 이었다. 그러던 것이 올 상반기 집계 결과 6.7%로 0.4%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7.0%에 비해서는 0.3% 줄어든 수치다.

거제와 마찬가지로 조선업 불황을 극심하게 겪고 있는 통영시의 실업률도 지난해 6.2%에서 5.9%로 낮아졌다. 두 도시가 조선 불황의 악몽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을 주고 있다.

일부에서는 조선업 불황으로 고용한파가 불어 닥친 거제와 통영의 실업률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는 조심스런 진단이 나온다. 실업률은 전국 최고지만 최근 2년 동안 수주한 선박의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고용이 다소 늘어나는 회복세를 보인다는 것. 이 같은 긍정적인 신호에 거듭되던 장기 불황이 바닥을 친 게 아니냐는 희망 섞인 전망도 있다.

통계청 역시 거제와 통영 등 조선도시의 실업률이 다소 호전된 이유를 점차 나아지고 조선업황 회복의 온기가 지역 고용시장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거제와 통영 두 도시의 실업률이 다소 호전된 건 사실이나, 여전히 전국 1·2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만큼 조선 불황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는 견해도 전했다.

극심한 구조조정을 겪은 조선업이 회복세를 보이며 조선업 종사자 수가 4년 만에 처음으로 늘었다. 고용노동부가 29일 발표한 '7월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조선업이 포함된 기타운송장비제조업 중 1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는 14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00명 증가했다.

이는 2015년 7월 1000명이 늘어난 이래 48개월 만에 처음 증가한 것이다. 고용부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잇단 수주 성공 및 수출 증가를 비롯한 조선 업황 회복에 따라 실제 조선업체 종사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지역별 고용조사에서 실업자 수는 경남도내에서 창원시(2만6500명) 김해시(1만5500명)에 이어 8900명으로 세 번째 많다. 아직까지 인구대비 최고이다. 정부의 각종 지원책과 거제시의 일자리 창출 노력에도 여전히 실업률은 최고수준이고, 실감하는 지역 경제상황은 유래 없는 최악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거제시는 9월부터 93억원을 투입해 1270여명을 대상으로 일자리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는 이번 일자리사업에 올해 정부추경에서 확보한 희망근로지원사업,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 국도비 81억원에 시 자체 사업비 12억원을 더해 총 93억원을 들인다는 계획이다.

재정지원으로 단기 알바형 일자리 늘리기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없지 않으나 고용참사를 겪고 있는 현실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재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일자리 만들기에 매진해야 한다. 민간 부문의 활력을 키우는 근본 대책이 있어야 하지만 일단 발등의 불은 끄고 재기의 발판을 삼아야 한다.

다행이 조선업도 차츰 살아난다는 낭보다. 수주소식도 간간이 들려온다. LNG선 대규모 발주 전망도 쏟아진다. 근로자를 찾는 조선업계 구인광고도 눈에 띄게 늘었다.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자는 시민들의 의지도 높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등 벽은 아직도 많다. 하지만 섣부른 기대일지라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이 있듯이 모든 일에도 때가 있고, 그 때를 놓치면 안된다. 밀물처럼 빠져나갔던 바싹 마른 거제바닥에 활력을 불러들일 수 있도록 저마다의 노를 찾아, 힘을 합쳐 희망의 바다로 향해 이제 그 노를 저을 때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