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 용(龍)난다고요?
개천에 용(龍)난다고요?
  • 윤일광 칼럼위원
  • 승인 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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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하강 상류에 급류 때문에 잉어가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곳을 용문(龍門)이라 불렀다. 이 용문만 통과하면 용(龍)이 된다고 해서 등용문(登龍門)이라 했다. 따라서 등용문은 입신출세를 위해 통과해야 하는 관문을 상징한다. 그런데 수챗물이 흘러 나가도록 땅을 길게 골이 지도록 파서 만든 내를 개천(開川)이라 한다. 이 좁은 '개천에서 용 난다'는 건 주어진 환경이나 열악한 조건을 극복하고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불가능한 업적을 이루거나 매우 높은 지위에 올라 성공하는 경우를 이르는 속담이다.

대표적인 입지적 인물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지독하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상고 출신으로 울산에서 막노동을 하면서 공부해 사법고시에 합격했고, 이후 판사·변호사·국회의원을 거쳐 대통령에 이른다.

1986년부터 25년간 토크쇼의 여왕자리를 차지했던 오프라 윈프리 또한 개천에서 용 난 예다. 시카고의 삼류지역 토크 쇼를 세계 140개국에서 중계하는 최고의 자리로 끌어올린 유명 MC다. 20세기의 가장 부자인 흑인계 미국인으로 작년 6월 발표에 따르면 개인자산이 4조원에 이른다. 미국인의 최고로 존경하는 인물 3위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명사 100인에 속하며, 유엔이 주는 세계지도자상을 받았고 최근엔 차기 미국 대통령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의 대단한 이력 뒤에는 보통사람보다 더 눈물겨운 개천 출신이다. 미시시피주 시골에서 사생아로 태어났기 때문에 부모의 손에 키워지지 못하고 친척집에서 맨발로 소를 키우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9살 때 사촌오빠에게 강간 당했고, 14살 때 미혼모가 돼 사생아를 낳는다. 흑인에 100㎏이 넘는 뚱보였고 20대에 마약 복용으로 수감된 전과도 있다.

자유주의 국가가 사회주의 국가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일까? 개천에서 용 날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마저 무너져버린 우리사회가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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