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미국의 작가 크리스 조던은 환경오염이 빚는 비극과 슬픔의 민낯을 마주하기 위해서 태평양 미드웨이 섬에 8년간 머물렀다. 그는 이 섬에서 가장 높이, 멀리, 오래 나는 새로 알려진 알바트로스의 출생부터 죽음까지를 사진과 영상으로 담았다. 알바트로스는 인간이 바다에 버린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해 먹었다. 배에는 플라스틱이 가득 찼고 고통 속에서 서서히 죽음을 맞이했다. 부패가 진행돼 흙과 엉킨 알바트로스의 주검 속에서도 유일하게 형태를 유지한 건 플라스틱 조각들이었다.

최근 어느 신문에 보도된 기사를 보고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일본의 유명한 나라공원의 사슴이 죽었다는 보도였다. 나라공원에는 수많은 사슴들이 자유롭게 놀고 있다. 사람에게 어슬렁거리며 다가와 기웃거린다. 먹이를 달라는 표정이다. 그런데 이 사슴, 몇 마리가 한꺼번에 죽었다. 사체를 해부한 결과 배 속에 비닐봉투 등 플라스틱이 가득 들어 있었다는 것.

크리스 조던의 말대로 폐플라스틱은 알바트로스·사슴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위협이 되고 있다. 플라스틱을 만든 게 인간이니 위험을 자초한 일이지만 자책만 하기엔 시간이 없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내놓은 '주요국의 플라스틱 규제 동향과 혁신 비즈니스 모델 연구'를 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지난 10년간 42%나 증가했다. 2017년 3억4800만톤을 기록했고, 2016년 플라스틱 폐기물은 약 2억4200만톤이다. 이중 79%는 매립됐거나 환경에 방치됐고 12%만이 소각됐다.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9%에 불과했다.

특히 폐플라스틱의 대부분은 바다로 흘러들어갔다. 유엔환경위원회(UNEP)에 따르면 플라스틱에 의한 세계 해양 생태계의 경제적 손실은 매년 최소 130억 달러에 달한다.

이에 2015년 이후 비닐봉투와 스티로폼 등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국가 차원의 정책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18년 현재 87개국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사용금지 조치를 취한국가도 64개국이 된다. 지난해 6월 유엔은 포장재로 사용되는 일회용 비닐봉투와 플라스틱 음식 용기에 대해 사용을 금지하거나 과세를 강화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플라스틱이 지구환경을 위협하는 주된 쓰레기로 인식되기 시작한 건 지난해 중국이 폐플라스틱 수입을 금지한 뒤부터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재활용 폐기물관리 종합대책'을 내놨다. 2022년까지 일회용컵과 비닐봉투 사용량을 35% 줄이고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축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지난해 8월부터 커피전문점 등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 지난 1월부터 대형마트 등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했다.

플라스틱 조각들 중 미세플라스틱은 지름이 5mm 이하인 플라스틱 조간을 통칭한다. 화장품이나 치약에 넣기 위해 애초부터 작게 만든 1차 미세 플라스틱, 바람·파도 등의 자연작용으로 마모되거나 쪼개진 2차 미세 플라스틱이 있다. 2016년 러셔 맥휴 등이 공동 저술한 '북대서양 중심해수층 어류와 미세플라스틱의 연관성' 논문은 총 761마리의 중심해수층 어류를 표본 추출해 분석한 결과 북대서양 어류의 11%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됐다고 했다.

럼멜 로더 등이 2016년 출간한 '북해와 발틱해의 심해어와 회유어류의 플라스틱 섭취' 논문에서는 북해와 발틱해에서 포획한 290마리 어류를 분석한 결과 5.5%의 내장에서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검출된 플라스틱 중 40%는 폴리에틸렌이었고 폴리아미드와 폴리프로필렌도 각각 22%, 13%나 됐다.

무엇보다 미세 플라스틱과 관련해 주목할 점은 포식자가 미세 플라스틱에 오염된 먹이를 섭취할 경우 그 플라스틱이 먹이사슬 내에서 전이되거나 축적될 수 있다는 점이다.

양식업으로 유명한 거제의 바다, 청정해역이라고 이제껏 자랑해오고 있는데 괜찮은 걸까. 양식장의 부이는 스티로폼 제품이다. 부서지고 마모돼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한다. 해안가 갯벌에 떠밀려와 쌓이고, 바다 위에 부유한다.

우리 모두가 후손에게 물려줄 지구, 깨끗한 바다를 걱정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볼 것은 자명한 일이 아니랴. 플라스틱의 역습은 환경오염의 큰 비극 중 하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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