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대장'으로 통하는 거제경찰서 자율방범연합회 최병권 회장

"사실 먹고 살기 바빴죠. 그러다 우연찮게 자율방범대에 들어가 활동하기 시작한 게 벌써 10년이 넘었고, 이젠 연합회 회장이라는 무거운 직책까지 맡았습니다."

거제경찰서 자율방범연합회 최병권(58) 회장은 늦깎이 자율방범대원이다. 경남 진해가 고향인 그는 2000년대 초 거제대교 밑 신촌마을에 정착하면서 무료함을 달래고 의미있는 일을 찾다가 자율방범대에 가입했다. 대교자율방범대에 가입해 늦게 시작한 방범활동이지만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활동 덕에 회장직도 떠안았다.

지난 3월 연합회장에 취임한 그는 최근 40여일 동안 무척이나 바빴다. 피서철을 맞아 지역 해수욕장에서 매일 순찰활동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해수욕장이 개장한 지난 7월6일부터 8월18일까지 44일간 연합회 산하 19개 지대가 일정을 나눠 구조라·학동해수욕장을 중심으로 관광객 안전 순찰활동을 벌였다.

대원들과 함께 오후 5시부터 밤 10시까지 안전 순찰뿐 아니라 관광객들에게 길을 안내하고 거제관광 홍보, 청소년 선도, 음주·야간 해수욕 통제, 피서지 쓰레기 줍기 등 활동은 다양했다. 해수욕장 폐장까지 큰 사고 없이 안전한 순찰활동을 마감했지만 아쉬운 점도 많았다고 그는 속내를 비췄다. 몽돌을 몰래 가져가는 피서객이 아직도 많아 입씨름을 벌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대가 없이 해수욕장 개장기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순찰활동을 벌였으나 잠깐 쉴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조차 없어 대원들이 많은 고생을 했다"는 그는 "임시초소를 만들어 대원들이 앉아서 시원한 물이라도 마음대로 마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또 대원들과 함께 '한번 오면 다시 오고 싶은 관광도시 거제', 아름답고 안전한 관광도시 거제가 될 수 있도록 늘 한마음 한뜻으로 봉사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교자율방범대장이던 지난 2018년 4월 '금송나무'를 훔치려던 절도범을 발견해 잡은 공을 인정받아 경찰서장 표창을 받았다. 귀하게 여기던 '금송나무'가 없어졌다는 주민의 신고를 받고 야간순찰과 잠복근무에 들어갔다. 현장에서 잠복근무하던 그는 다음날 새벽 범행 당시 CCTV에 찍혔던 옷과 똑같은 복장을 하고 금송나무를 은닉한 곳에서 서성이던 절도범을 발견해 연락처를 확보한 후 경찰에 인계했다. 다소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나 절도범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홀로 잠복근무를 통해 절도범을 잡은 것이다.

그는 자율방범대 활동이 대가없이 힘들고 위험할 수도 있으나 또 유사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마다않고 나서겠다고 했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또 일이 생기면 몸이 먼저 반응해 이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열정 탓에 그는 취미도 포기했다. 포기가 아니라 아예 할 수가 없게 됐다. 바다 일(잠수기어업)을 하는 사람답게 늘 낚시대를 끼고 살 정도로 낚시광이었으나 요즘은 아예 낚시를 할 수 없다. 하루 일을 마친 오후부터 다시 방범대 일들이 널려 있기 때문에 낚시할 시간이 없다는 것.

낚시 외에도 그에게 변화는 많았다. 모두 거제와 방범대와 인연을 맺은 후부터다. 진해에서 거제로 이사와 지인의 소개로 새로운 가정을 꾸릴 수 있었다. 급했던 성격도 느긋하고 온화한 성격으로 바꿨다. 또 남을 위해 봉사하는 보람과 재미도 흠뻑 느끼게 됐다.

세상을 밝게 보는 눈도 생겼다. 각종 행사장에서 찾는 이도 많다. 대부분 긍정적인 변화라 다행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변화지 않는 건 부족한 머리숱과 봉사에 대한 열정이다. 그런 그를 두고 대원들은 '달마 대장' 또는 '달마 회장'으로 애칭하기도 한다.

"방범대 일에 매달리다 보니 집안에 크게 보탬이 되지는 못하지만 손 내밀지 않는 것만 해도 어디냐"며 큰소리치는 그는 "큰 사고 없이 건강하게 봉사하고, 대원들이 봉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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