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태 편집국장
백승태 편집국장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은 유난히도 더웠다. 이날 오전 10시. 거제문화예술회관 소공원에 일본 쪽 바다를 향해 서 있는 평화의 소녀상 앞에 거제시민 500여명이 엄숙히 섰다.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일본의 만행을 규탄하기 위해서다. 시민들은 하나같이 일본의 진정한 사죄를 요구하며 소녀상을 응시했다.

8월14일은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가 28년전 "내가 바로 증거다"라며 일본군에게 무참히 짓밟힌 위안부의 참상을 만천하에 최초 공개증언한 날로, 지난해부터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두 번째 맞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내가 바로 증거"라며 일제의 만행을 고발했던 故 김학순 할머니. 세월이 흘러 28년이 지난 이날 또 다시 후손들이 할머니를 기리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진정한 사과를 받아내지 못했다. 할머니의 고초와 일본의 만행을 되새기며, 저승에서도 사죄 받지 못한 원혼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게다가 가해자인 일본은 잘못된 역사를 반성하기는커녕 부정하고 호도하면서 오히려 이젠 경제적 도발까지 일삼아 우리를 분노케 한다.

무례하고 명분 없는 일본의 도발이 계속되는 지금, 기림의 날과 광복절의 의미는 더한층 가슴 깊이 다가온다. 'NO JAPAN' 불매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맞은 기림일이라 기념식에 참석한 시민들의 가슴도 뜨거웠다. 두 주먹 불끈 쥐고 분연히 일어나 일본의 만행을 규탄하며 퍼포먼스를 선보인 학생들의 결기도 보았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이날 기림식에서 "위안부라는 말 자체가 너무 아프고 슬프다"면서 "나라 잃은 설움으로 겪었을 할머니들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다시는 굴종의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아야 되겠다는 굳은 맹세를 오늘 되새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당시는 물론, 지금도 굴종에 쉬쉬하고 친일에 앞장선 위정자들의 비겁한 처신이 아직도 분노처럼 남아 있다"며 "이제 우리가 나서서 그 굴종의 역사를 끊어내고 한마음 한 뜻으로 승리의 역사를 만들어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주자"라고 강조했다.

옥영문 거제시의회 의장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기림일을 맞아 이제 남아있는 우리들이 해야 될 역할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야 하고 그 일을 실천에 옮기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시의회는 소녀상 앞에서 성명을 통해 일본 아베 정권의 경제 침략과 사법 주권 유린을 규탄했다. 또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 국가) 배제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모든 경제적 보복 조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거제는 임진왜란 당시 국난의 위기에서 첫 승전보를 울렸던 역사의 현장이라고 강조하며 25만 거제시민과 함께 구시대로 회귀하려는 일본의 시대착오적인 경제침략에 당당히 맞서 싸워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일본 정부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사법부 판결을 존중해 과거사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로 진심어린 사과와 정당한 배상에 나서라고 가르쳤다.

시민들도 일본을 규탄했다. 사죄는 외면하고 적반하장으로 경제도발을 이어가는 일본의 무례함을 꾸짖었다. 평화의 소녀상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취소 등으로 극일을 외치고 있다. 온 민족이 가혹한 노예의 삶에서 벗어나 목이 터져라 만세를 불렀던 광복절, 74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일본 제국주의가 남긴 상흔을 아물지 않고, 경제도발로 상처가 더해지고 있다. 가해자의 진정어린 사죄와 정당한 배상만이 아픈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

일본을 응시하고 서 있는 평화의 소녀상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는 역사의 가르침을 일본 아베 정권에 다시 한 번 알려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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