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대머리~" 열창하는 사등면 한마음 풍물단 김양호 단장

"어릴 적부터 늘 보고 들었던 게 사물놀이 등 국악이었지요. 돌아가신 부친의 신명나는 꽹과리 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게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냥 소리가 좋고 음악이 좋아 아름아름 따라하던 게 이젠 삶의 일부가 됐고, 생활의 활력소가 됐지요."

'사등면 한마음 풍물단' 김양호(61) 단장은 자신을 두고 '미치갱이(미치광이)'라고 표현했다. 음악에 미쳤고, 국악에 미쳤고, 소리에 미쳤단다. 미치지 않고서야 돈도 안 되는 일에 시간과 열정을 쏟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너털웃음을 짓는다.

지난 2012년 사등면 한마음 풍물단을 창단한 그는 지역 국악계에서는 제법 유명인사로 통한다. 자격증을 취득해 국악지도사로 활동하는 그는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저녁마다 사등면주민자치센터에서 국악을 배우고자 하는 단원들과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국악을 강의한다. 사물놀이와 농악·판소리·난타공연 등으로 신명을 돋우며 서로 소통하고 전통국악을 공감한다.

이렇게 배우고 익힌 국악은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나 공연에서 빛을 발한다. 불러주고 초청하면 웬만한 행사에는 대부분 참여해 20명 남짓한 단원들과 함께 흥겨운 한마당 공연을 펼친다. 정월 초이틀부터 대보름까지 계속되는 지신밟기는 물론 거제시민의 날·사등면민의 날 등 크고 작은 각종 행사에 초청돼 공연을 펼친다.

회원들이 십시일반 갹출한 회비로 공연을 준비하고 기금을 조성해 불우이웃돕기에도 앞장선다. 고추를 따다가도, 논일을 하다가도 공연이 있다하면 솔선수범해 참여하고 나서주는 단원들이 있기에 풍물단이 성장하고 있다며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사등면 청곡리 들막마을이 고향인 그는 어릴 때부터 부친이 좋아하던 판소리와 국악을 보고 들어왔다. 꽹과리와 하모니카를 좋아하시던 부친과 함께 피리를 불고, 동생은 기타를 치며 합동공연을 즐겨했던 지난날을 회상하는 그는 전통국악에 대한 끼와 광기는 부모로부터 타고난 것 같다고 했다.

라디오조차 살 수 없었던 어렵던 시절, 전파상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에 홀려 해지는 줄 모르고 우두커니 앉아 있었던 일과 엿장수와 서커스단 노랫소리가 좋아 무작정 따라다녔던 추억, 판소리가 좋아 여인숙에 기거하며 국악을 배우고 전주대사슴놀이에 참여했던 일, 전국 최고의 국악축제인 영동난개국악축제에 참여했던 기억, 전국노래자랑 등 각종 노래경연대회에 출전했던 일 등 모두가 끼와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판소리와 음악을 위해 전국을 누비고 다닌 셈이다.

2003년 '매미' 태풍 때 마을이 침수돼 가장 아끼던 LP레코드판을 모두 버려야했던 일은 아픈 기억중 하나라고 했다. 그때 물에 잠겨서 버려야 했던 LP판을 리어카에 실으니 두 리어카였다고 했다. 이제 LP판이 있던 자리는 북·장고 등 국악기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만든 그만의 음악실에서 여유만 생기면 국악에 젖어든다. 가끔 단원들도 집으로 찾아와 함께 국악을 연습하며 정을 나누기도 한다.

머지않아 공사에 들어갈 예정인 '들막지구 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이 완공되면 마을이 더이상 침수되는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이장으로서 마을의 침수피해 방지를 위해 수십년 동안 노력해왔다. 행정과 정부부처를 오가며 대책을 호소해온 덕택에 올 추경예산에 반영돼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가수가 꿈이었던 그는 이제 환갑의 나이에 고향 들막에서 장구를 두드리며 '쑥대머리~'를 외치고 있다. 한마음 풍물단 단장이기 이전에 새마을지도자 15년, 이장 7년, 전직 사등면발전협의회장·거제시새마을협의회 부회장·사등면 새마을협의회장·사등면주민자치위원장·농촌지도자회 회장·성포중 운영위원장·사등초 운영위원장 등이 그의 또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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