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혐오·기피시설 상생의 길을 찾아라④]
혐오·기피시설의 분노를 상생사업으로 푼 강원 영월·홍천군/혐오·기피시설을 도시디자인으로 함께 풀어낸 인천 중구
강원 영월, 교도소·태양광 대단지·군부대까지 전기 면제·농산물 선점 등 혜택
강원 홍천, 비뇨처리·하수처리장·태양광발전시설 한 곳에 친환경 에너지타운 조성
인천, 디자인 하나로 혐오시설을 기네스북 등재 이어 세계디자인상 수상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입지를 반대하는 기피·혐오시설. 최근에는 각 지자체마다 다양한 이유로 그 시설이 들어올 수 있도록 두 손 들어 환영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에너지 자립·가계경제증가·관광자원 활성화 등 기피·혐오시설을 긍정적인 사례로 전환한 강원도 영월·홍천군은 타 지자체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인천광역시는 기피·혐오시설이 '디자인'만으로 어떻게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는지, 미래 도시디자인의 생각을 전환하게 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강원도에서 기피·혐오시설이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인 영월군은 지역민과의 상생으로 농촌일손돕기 및 전기세 절감 혜택을 주고 있다.
강원도에서 기피·혐오시설이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인 영월군은 지역민과의 상생으로 농촌일손돕기 및 전기세 절감 혜택을 주고 있다.

상생 방법 찾은 영월 "기피시설 내게로 오라"

올해 초 강원도에서는 기피·혐오시설 유치전이 벌어졌다. 영월군과 태백시, 횡성군에서 서로 강원 태백지역의 하수처리장을 유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인구유출이 계속되는 3곳의 지자체가 방안으로 마련한 것이 기피·혐오시설이라도 유치해서 인구유출을 막기 위한 싸움이었다. 이 싸움은 태백시의 승리로 마무리됐지만 영월군은 인구유출과 농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전부터 기피·혐오시설 유치에 앞장 섰다.

영월군 영월읍에는 영월교도소를 비롯해 군부대와 태양광발전소가 모두 있다. 이들 모두 기피·혐오시설이고, 주민 반대나 환경단체의 반대로 부침을 겪었지만 현재는 주민들과 상생 방안을 마련해 어울리고 있다.

영월군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의 최대 소비처는 영월교도소다. 게다가 평균연령이 높은 농촌마을에 일손 돕기로 교정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주일에 2회 교정활동은 마을 어르신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팔괴마을 어르신은 "처음에는 우리 마을 인근에 교도소가 들어서서 범죄자 마을이 될까 싶어 우려스러웠지만, 현재는 그들의 일손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고, 농산물 소비에도 영향을 주고 있어 마을 전체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군부대도 마찬가지다.

전국 최대규모의 태양광발전단지인 영월 태양광발전소는 현재까지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친환경 에너지지만 산림에 위치한 만큼 막대한 산림훼손으로 반대에 크게 부딪쳤지만, 에너지타운 조성과 에너지 자립이 주민 설득에 크게 기여했다.

영월군 관계자는 "군 지역의 가장 큰 고민은 인구유출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이다. 경제·환경 자립은 인구유출 방지 및 유입까지 올 수 있고, 태양광발전단지는 연구원이 전입해 오는 등 인구증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강원도에서 기피·혐오시설이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인 홍천군은 친환경에너지타운 조성으로 마을수익 증대의 효과가 주변 지역으로까지 번지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강원도에서 기피·혐오시설이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인 홍천군은 친환경에너지타운 조성으로 마을수익 증대의 효과가 주변 지역으로까지 번지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홍천군, 냄새NO! 친환경 에너지타운 조성

홍천군 북방면 소매곡리. 1995년까지 배로 건너가야 할 만큼 오지에 위치하며 마을 내 하수·분뇨 등 환경기초시설의 밀집으로 '냄새나는 마을'로 불려졌던 마을. '냄새 안 맡고 하루만 살아봤으면 하는 것이 소원'일 만큼 마을 입구부터 냄새만 풀풀 나던 마을이 '친환경에너지타운'으로 거듭났다.

소매곡리에는 '분뇨·가축분뇨시설, 하수처리시설, 퇴·액비시설 등' 혐오·기피 대상 시설이 밀집해 있다. 하지만 음식물쓰레기와 가축분뇨를 활용해 도시가스를 생산하고 각 가정에 보급하는데다, 처리과정의 부산물로 퇴·액비를 생산·판매하고, 태양광·소수력 발전시설을 설치해 전기를 판매하니 마을수익이 커지면서 인구증가까지 이뤄지고 있다.

이는 소매곡리 주민의 기술과 의지가 모여 '기피시설'을 '에너지시설'로 전환하고 '폐기물'을 '자원화'함으로써 친환경에너지 신산업을 창출하는 모델이 됐다. 무엇보다 이 사업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지역경제에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 농촌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 있던 기피·혐오시설을 친환경 에너지시설로 전환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면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환경문제까지 동시에 해결하는 것은 물론 주민소득 증대도 가져왔다. 지금도 오지에 가까운 곳이지만, 웬만한 도시보다 각종 사회기반시설이 더 잘 갖춰져 있다.

홍천군 관계자는 "에너지타운 조성은 주민들의 수익창출 뿐 아니라 생활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여름철마다 분뇨와 하수로 냄새가 가득하고 모기·파리떼가 들끓던 모습이 사라지고, 평균연령 70세 이상의 마을로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곳이 이제는 체험학습의 장이 됐다"며 "홍천군 친환경에너지타운 사업은 님비현상을 극복하고 현재 각 지자체마다 가장 문제인 '에너지·환경·농촌문제'를 가장 획기적으로 잘 해낸 사례라고 내세울 수 있다"고 자부했다.

노후한 산업시설에 디자인을 활용해 이미지 변신을 추구하고, 이를 인천지역 관광산업으로 연계하고자 한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는 사업비 6억2000만원을 들여 도시 경관을 바꿨다. 인천시 관계자는 "기피·혐오시설에 모든 시민이 부정적인 것은 마찬가지지만 어떻게 돌파해나가느냐는 행정의 몫"이며 인천시는 디자인으로 돌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후한 산업시설에 디자인을 활용해 이미지 변신을 추구하고, 이를 인천지역 관광산업으로 연계하고자 한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는 사업비 6억2000만원을 들여 도시 경관을 바꿨다. 인천시 관계자는 "기피·혐오시설에 모든 시민이 부정적인 것은 마찬가지지만 어떻게 돌파해나가느냐는 행정의 몫"이며 인천시는 디자인으로 돌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미도 가는 길 명물이 된 '사일로 슈퍼그래픽'

세계 최대 야외 벽화가 인천에 등장했다. 2018년 9월20일, 인천 내항 사일로(곡물 등의 분체물이나 입체물을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다량으로 저장하는 세로형의 건조물) 시설의 대형 벽화가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벽화'로 기네스 월드 레코즈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혐오·기피시설에서 새로운 관광 볼거리, 지역 랜드마크로 재탄생한 것.

전체 벽화면적 2만3688.7㎡, 아파트 22층 높이에 달하는 대형 벽화는 북 커버 디자인을 선보였다. 100일 동안 총 22명이 투입됐고 사용된 페인트 양만 86만5400ℓ. 대상건물은 인천 월미도 인근 콘크리트 건물로 그 크기 탓에 주목도가 매우 높았다. 노후한 산업시설에 디자인을 활용해 이미지 변신을 추구하고, 이를 인천지역 관광산업을 연계하고자 한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가 각 50%씩 사업비 6억2000만원을 들였다.

설계를 맡았던 인천디자인지원센터 관계자는 "건물 디자인이 바뀐 것만으로도 향후 인천항 재개발 계획까지 영향을 미치게 했다"며 "디자인을 활용해 기피·혐오시설이 시민 친화 공간으로 변모하고, 이는 월미관광특구와 연계해 지역 랜드마크로까지 발전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간 사일로는 1979년에 건립되고 40년이 지난 노후화된 곡물저장용 산업시설로 그간 거대한 규모와 투박한 외관 때문에 위압감을 주며 혐오·기피시설로 여겨졌다.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인천시·인천항만공사·(재)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한국TBT 등 4개 기관이 디자인을 활용해 사일로 외벽에 그림을 입혔고, 이는 기존 부정적인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지난 3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독일 '아이에프 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을 수상하는 영예까지도 안았다.

인천시 관계자는 "기피·혐오시설에 대해서는 모든 시민이 부정적인 것은 마찬가지. 이를 어떻게 돌파해나갈 것이냐는 행정의 몫"이라며 "인천디자인지원센터 설립 당시만 해도 그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이들도 많았지만, 도시의 부정적 이미지가 디자인을 통해 긍정적 이미지로 변하는 모습을 직접 느낀 시민을 비롯한 행정에서도 그 가치에 대해 강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기피·혐오시설과 시민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에 '디자인'은 아주 주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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