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혐오·기피시설 상생의 길을 찾아라③]혐오·기피시설 자체 해소하는 제주, 어떻게 상생하나
모든 쓰레기 자체 해결해야 하는 제주도…관광객 쓰레기까지 늘면서 엎친데 덮친 격
기피·혐오시설 설치 시 이에 부응하는 혜택…환경 수치 지키는 건 필수

육로와 연결돼있는 거제시와 달리 제주도는 해상과 항공을 통해서만 출입이 가능하다. 이는 제주도에서만 머무를 수밖에 없어 관광산업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에너지·물·폐기물 등 생활에 밀접한 모든 시설을 내부에서 해결해야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로 광역지자체는 각 기초지자체마다 기피·혐오시설 설치를 협력하고 각 시·군에 분산해 혐오·기피시설에 대한 민원을 해소하지만, 제주도는 모두 내부에서 수용해야 한다. 이로 인해 인구가 밀집해 있는 제주시와 관광객들이 집중돼있는 서귀포시의 기싸움은 매년 반복되고, 인구가 많은 제주시에 각종 혐오·기피시설이 위치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도청 환경보전국 관계자는 "평균 사용량을 봤을 때 관광객이 있는 서귀포시는 일시적이고, 제주시는 꾸준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데이터를 갖고 충분한 설득을 한다"며 "관광시설 때문에 서귀포시가 아닌 제주시를 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시설이 자연경관과 맞춘 디자인이 된다면 바랄 게 없겠지만, 우선 입지선정에 부지비용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은 어느 지자체나 다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발생하는 모든 쓰레기를 처리예정인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공사현장. 순환센터 뒤편 하얀색 부지는 쓰레기매립장이고, 현 건축물은 소각시설로 사업비 2070억원을 들였다. 이 시설이 들어서기까지 제주도청은 수십 차례 주민들을 만나고 설득해 입주에 성공했다.
제주도에서 발생하는 모든 쓰레기를 처리예정인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공사현장. 순환센터 뒤편 하얀색 부지는 쓰레기매립장이고, 현 건축물은 소각시설로 사업비 2070억원을 들였다. 이 시설이 들어서기까지 제주도청은 수십 차례 주민들을 만나고 설득해 입주에 성공했다.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조감도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조감도

생활폐기물 관리는 감축정책이 유효

제주도민의 쓰레기뿐 아니라 관광객 쓰레기까지 덮치면서 포용 가능한 수치를 뛰어넘어 최근 제주도의 가장 큰 화두는 제주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 양을 어떻게 줄여나갈 것이냐 이다.

그 방향의 하나로 최근 제주도는 '자기 쓰레기 되가져가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는 제주도에 해상이든 항공으로든 도착하면 관광객에게 설파한다. 실효성은 아직까지는 미흡한 실정이다.

환경보전국 관계자는 "한라산에 득실해 있는 쓰레기 사진이 제주를 찾는 관광객에게 꽤 효과가 있었는지, 최근 한라산은 '자기 쓰레기 되가져가기' 운동이 꽤 성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제주가 관광산업으로 먹고 사는 것처럼 비치겠지만 실제 제주는 관광산업 말고도 전산·제조업 등 기둥이 튼실한 산업이 있다. 이로 인해 관광객이 많이 옴으로써 그 불편은 제주도민이 입다 보니 연간 관광객 출입자 수를 줄이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 생활폐기물 관리는 감축 정책이 가장 유효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제주에서 생활폐기물 감축 정책에 대한 공론화도 많이 이뤄졌다. 제주 미래를 설계하는 정책 싱크탱크인 제주연구원(원장 김동전)은 지난해 제주지역의 생활폐기물 관리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도민연구단과 함께 '도시 3대 중점 분야 개선 방안 연구(폐기물)'을 진행, 그에 대한 결과를 보고서로 발간했다.

제주연구원 관계자는 "어떠한 정책을 도입해 추진하더라도 생활폐기물 발생량이 감소하지 않고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이번 연구에서 나타났다"며 "생활폐기물 관리에 있어서 획일적이고 임시방편적인 정책이 아닌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이 추진될 수 있는 장기계획을 수립의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장기계획 수립을 위해 제주도는 또 '설득'에 나섰다.

구좌읍 동복마을에는 풍력발전단지와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가 모두 들어서 있다. 이는 행정의 '설득' 노력, 신뢰성·마을 혜택이 가장 컸다.
구좌읍 동복마을에는 풍력발전단지와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가 모두 들어서 있다. 이는 행정의 '설득' 노력, 신뢰성·마을 혜택이 가장 컸다.

한 마을에 풍력발전단지·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가 있다

제주국제공항과 10분 거리에 있는 조용한 마을 구좌읍 동복리. 이곳에는 제주도 전역의 모든 쓰레기를 매립하고 소각할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가 지어지고 있다.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는 지난 2015년부터 약 2070억원을 투입해 동복리 일원에 매립시설(21만299㎡)과 소각시설(4만7227㎡)이 들어서는 것으로 매립시설은 지난 3월30일 준공됐고, 소각시설은 오는 11월30일 준공될 예정이다.

현재 제주도는 서귀포에서 일일 70톤, 제주시에서 일일 200톤 정도 처리하고 있는데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가 지어지면 일일 500톤이 이 곳에서 처리가 된다. 현재 소각시설은 공사 중이라서 쓰레기 소각으로 인한 주민 피해가 있을지 유무는 알 수 없지만 매립시설과 불과 30m도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는 어떠한 악취도 나지 않았다. 100m 높이 솟아오를 예정인 굴뚝은 바로 주변 풍력발전단지와 어울려 굴뚝의 모양새를 최대한 주변 환경에 맞출 거라는 제주도의 정책이기도 하다.

동복마을 주민은 "마을의 대부분은 도로 건너 바다에 있고, 풍력단지나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인근에 있는 가구가 많지 않아 부담은 적었지만 처음에는 엄청난 반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풍력기가 15기가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농작물에 피해를 입을까 전전긍긍했는데 제주도의 모든 쓰레기를 우리 마음에 모은다는데 이를 바로 동의할 주민이 어딨냐"고 회상했다.

이 주민은 "제주도청이 주민 동의 없이는 결코 짓지 않겠다는 행정의 신뢰를 보여줄 뿐 아니라, 마을과 함께 선진적으로 행하고 있는 도시를 방문해 이들처럼 행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다지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다"며 "구좌읍 중에서 동복마을이 가장 생활여건이 열악했는데 기피·혐오시설이 들어옴으로써 더 악화되는 거 아닌가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주민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다양한 생활사회기반시설이 들어오면서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 있어 주민들의 만족도가 올라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행정과 기관, 주민과의 3자 약속이 계속 이행될 수 있도록 감시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도 환경보전국 관계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설득'뿐이다. 이곳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설득하고, 대화를 통해 끊임없이 설득하는 것뿐"이라며 "주민들에게 신뢰를 형성하려면 현실성 없는 약속이 아닌 현실적이고,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는 데이터를 통한 감정호소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주시 도두동 제주하수처리장은 그 신뢰를 잃으면서 현재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제주시 도두동 제주하수처리장은 그 신뢰를 잃으면서 현재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약속 이행하던 제주하수처리장 몰래 배출했다 '큰 코'

지역 안에서 모두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제주도는 기피·혐오시설이 들어설 때마다 주민들과 환경 수치를 지키고, 기존에 계획한 대로 배출할 것이라고 협약을 맺는다. 그러나 최근 제주시 도두동에 위치한 제주하수처리장에서 정화되지 않은 하수가 바다로 배출되는 모습이 인근 해녀들에게 목격되면서 하수처리장의 이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두어촌계 계장은 "이전에 하수가 배출되던 곳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 하수가 배출되고 있었다"며 "하수처리장 측이 당초 계획해왔던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배출하는 것은 시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말했다. "더는 행정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제주하수처리장을 이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도 상하수도본부는 계획해왔던 시설이 아닌 곳으로 하수가 배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4000억원을 투입해 제주하수처리장 시설 현대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도두어촌계를 기반으로 하는 도두1·2동 거리마다 현수막이 내걸리며 제주하수처리장의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도두어촌계계장은 "하수처리장의 입지가 바다와 가까이 있어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할 때와 지금의 얼굴이 너무도 달라 분개한다"며 "정화되지 않은 하수물을 우리 청정한 바다에 뿌려댔다. 어떠한 혜택도 이제 필요 없으니 더는 도두동에 하수처리장을 확장할 수 없게 온 몸을 던저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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