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광 칼럼위원
김미광 칼럼위원

문명이 발달해 손가락 하나로 온갖 것을 다 하는 시대가 왔다. 핸드폰 앱만 깔면 물건을 사고팔고 집으로 다 배달시킬 수도 있고 세상의 거의 모든 정보와 지식을 접할 수도 있다.

나는 은행에 직접 가서 일을 처리한 지가 언제인지도 모를 정도로 앱을 통해 모든 은행업무를 하다 보니 은행앱이 없으면 굉장한 불편함을 느낀다. 또 외국에 있는 친구와 마치 옆에 앉아서 얘기하는 것처럼 대화를 나누는 앱도 있다. 내 형제들 다섯은 카톡 대화방이 있어서 집안의 대소사를 직접 모이지 않고도 자유롭게 이런저런 일을 의논한다. 도대체 앱을 통해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급속히 세상은 변해가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2020년에 민간인들에게 우주정거장을 체험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고 한다. 1년에 두번 관광객들은 최대 30일까지 우주에 머무르며 지구에서처럼 인터넷 사용도 할 수 있단다. 내 살아 생전에 달나라에 가서 커피를 마시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 두바이의 인공섬인 팜 아일랜드와 건설 중인 세계지도 모양의 300개의 섬으로 이뤄지는 더 월드 아일랜드를 보면 세상의 건축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이 극도로 발전하는 반면 범죄는 어떤가. 많은 국가들이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그 노력과는 상관없이 극단적인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세상에서 가장 살인률이 높은 나라 멕시코는 2018년 한 해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살인사건이 났다. 작년 9개월 동안 발생한 살인사건만 해도 무려 2만5394건의 살인 사건이 보고됐다. 신사의 나라 영국 웨일즈에서도 젊은이들에 의한 범죄가 10%나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과학과 문명이 엄청나게 발전하고 세상은 편리하게 변하며 온갖 지식과 인류문명의 기록을 낱낱이 들여다보고 인간의 DNA까지 조작하고 탐구해 볼 수 있는 이 시점에서 반인륜적이고 미개한 범죄율이 늘어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범죄율의 증가만으로 볼 때 문명의 발달 정도와 범죄의 증가는 오히려 비례한다고 볼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요즘은 뉴스를 보기가 겁이 난다. 범죄가 너무도 극악하고 잔인하기 때문이다. 양 부모밑에서 보살핌을 받고 잘 살아왔으며 대학공부를 했다는 인간들이 생명을 끔찍하다 못해 엽기적으로 살해하고 범죄를 은폐하려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게다가 아동성범죄, 여성 대상 범죄가 나날이 늘어가는 추세라고 하니 인간의 지식과 이성이 발달할수록 범죄가 늘어난다는 공식이 수립된다는 말인지 도무지 나의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된다. 곳곳에 CCTV가 있어 범인을 잡는 것은 형사가 아니라 CCTV라는 말이 있을 정돈데도 자신의 범죄가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는 범죄자들의 이상한 논리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지금까지 인간의 문명은 좋은 쪽으로 발전해 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사고도 세련돼지고 넓어졌고 의식은 깊어지고 지식은 끝없이 확장돼 우주의 기원까지 밝히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문명의 발달에 비례해 극악한 범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문명의 발달이 꼭 인간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아 되레 씁쓸해진다. 나의 단편적인 생각이지만 문명의 발달과 비례해 범죄가 급증하는 것은 아마도 기계화에 따른 '인간성의 상실' 뭐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이것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고찰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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