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MORE 왜란 실행위원회’ 2000년 이후 매년 한국 찾아 사죄
“최근 경제 보복도 그릇된 역사인식에서 비롯된 부끄러운 일”

“침략의 역사로 고통을 드린데 대해 반성합니다. 최근 경제 보복도 그릇된 역사 인식에서 비롯된 부끄러운 일입니다. 과거 역사를 바로 알고 다시는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 모아 운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일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한 시민단체가 과거사를 사죄하며 20년째 한국을 찾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일본인과 재일교포로 구성된 시민단체 ‘노 모어(NO MORE) 왜란 실행위원회’ 회원 17명은 지난 22~23일 1박2일 일정으로 거제와 부산의 역사현장을 방문해 일본의 과거사를 사죄했다. 이들은 지난 2000 이후 해마다 한국을 방문, 진주 울산 부산 천안 통영 사천 밀양 경주 동래 거제 등지에서 과거사 반성 집회를 가져왔다. 지난해에는 옥포대첩공원에서, 올해는 칠천량해전공원을 방문해 행사를 가졌다.

지난 22일 오전 11시 거제시 하청면 칠천도 칠천량해전공원에 도착한 이들은 가장 먼저 묵념으로 침략의 과거사를 반성하며 고개 숙여 용서를 구했다. 이어 해전공원 전시관을 둘러보고 미처 알지 못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 대해 배우며 역사의 아픔을 통감하기도 했다.

거제YMCA도 동참한 이날 행사에서 김수영 목사(거제다대교회)는 “한일관계가 경색된 와중에 역사바로알기를 위해 거제를 찾아준 방문단에게 감사드린다”면서 “우리나라 수군의 최대 패전지인 칠천량해전은 치욕의 역사이며, 당시 일본군은 조선수군의 귀를 베어 승전을 자축했던 살육의 현장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가와모토 요시아키 실행위원회 대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야망이 조선과 일본민중을 괴롭혔던 엄청난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면서 “과거의 역사를 반성하면서, 잘못된 역사 인식을 극복하고 탈천황제를 위해 재일한국인과 연대해 저항 하겠다”고 과거사를 반성했다.

이어 “일본은 과거 침략의 역사를 인정하는 것은 자학사상이라고 부정하면서, 전통과 문화를 지킨다는 구실 아래 배외주의와 적개심을 부추겨 국민을 대외전쟁에 동원하려는 위험한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고쿠라교회 주문홍 목사는 “일본은 임진왜란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있으며, 일본 우익들은 천황을 신으로 받들고 있다”면서 “우익들에게는 우리의 이러한 역사바로알기 행사가 맞아죽을 행위로 비쳐질 것이지만, 과거의 왜란과 침략의 역사를 바르게 인식해 일본이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게 하기 위해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실행위원회 측은 최근 한일관계 경색도 일본의 그릇된 역사인식에서 비롯됐다며 조속히 해결되기를 기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비뚤어진 역사인식과 정치가 경제보복이라는 유감스런 결과를 낳았다면서, 상대의 취약한 부분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슬프고 부끄러운 행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두 나라가 화해하고 과거 아픔을 극복해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 상생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들은 22일 거제 칠천량해전공원 방문에 이어 23일에는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 소녀상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하기도 했다.

한편 ‘노 모어 왜란 실행위원회’는 일본에서 인권운동을 펼친 고(故) 최창화 목사의 뜻을 이어받아 1992년 결성됐다. 최 목사는 생전 ‘일본이 임진왜란 후 조선 침략을 진정으로 반성했더라면 근대 일본의 침략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1992년 첫 집회를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하려고 규슈 사가현 앞바다에 쌓은 나고야(名護屋) 성터에서 열며 주목받았다.

이 단체에는 일본 근대사 연구가, 목사, 시민단체 대표, 교사, 인권운동가, 학생 등이 참여하고 있다. 1992년을 시작으로 27번째 역사바로잡기 집회를 이어가고 있으며, 2000년 부산을 시작으로 거제와 통영 진주 등 왜란 격전지를 찾아 매년 집회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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