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혐오·기피시설 상생의 길을 찾아라②]복지시설 한데 모인 일본 고베 행복촌은 어떻게 주민들과 상생하나
계획도시 '고베 행복촌' 장애인·노인 복지시설이 가족 휴양시설로
일본도 혐오·기피시설과 시민 상생 위한 고민 지속

150만 인구의 고베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7㎞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고베 행복촌은 전 세계에서 선진사례로 방문하는 종합복지시설이지만 한때는 도심에서 격리한 시설이 아니냐는 비판도 받아왔다. 사진은 지난 9일 행복촌 내 온천건강센터 내부 모습
150만 인구의 고베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7㎞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고베 행복촌은 전 세계에서 선진사례로 방문하는 종합복지시설이지만 한때는 도심에서 격리한 시설이 아니냐는 비판도 받아왔다. 사진은 지난 9일 행복촌 내 온천건강센터 내부 모습

혐오·기피시설. 지역 주민에게 공포감이나 고통을 주거나, 주변 지역의 쾌적성이 훼손됨으로써 집·땅값이 내려가는 등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유발하는 시설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혐오시설에는 쓰레기 매립장·원자력발전소·소각장·유류저장소 등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장애인·노인 복지시설 등도 기피시설로 분리되면서 님비(Not In My Backyard)에 대표적인 시설이 됐다. 거제시 역시 장애인복지관 예정지가 거제종합운동장 앞 부지로 잠시 거론된 것만으로도 "왜 그 금싸라기 땅에 장애인복지관이 들어서냐"는 반대 목소리에 부딪혔다. 고현동주민센터 앞에 들어선 치매안심센터 역시, 부지 선정부터 준공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다.

이는 거제시뿐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로 확산된 가운데 일본 최대 종합복지타운인 고베시 시아와세무라(이하 고베 행복촌)는 이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지역들의 선진지 견학에 1순위가 되고 있다.

고베 행복촌은 지체·지적장애인을 위한 시설부터 치매성 고령자 전용 복지시설, 의료·보건시설 등이 갖춰져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복지시설뿐 아니라 다른 한 켠에는 온천과 수영장, 휴양·체육·연수시설 등과 숙박시설까지 지역 주민과 장애인·노인이 모두 한데 어울리고 있다.

행복촌 프로그램을 즐기고 난 이후 집으로 돌아가는 고베시 일반 주민들의 모습.
행복촌 프로그램을 즐기고 난 이후 집으로 돌아가는 고베시 일반 주민들의 모습.

계획도시 고베 산노미야 '행복촌'

150만 인구의 고베시에서 북서쪽으로 7㎞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고베 행복촌. 행복촌은 미야자키 다즈오 전 고베시장이 구상하고 추진했던 프로젝트로 미야자키 전 시장은 부시장이었던 1955년 북유럽을 시찰하면서 구상했고, 30년이라는 긴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1987년 문을 열었다. 투입된 사업비만 4000억원.

나오키 이와사(Naoki Iwasa) 고베시청 과장은 "행복촌을 구상했던 시기인 50년대에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매우 좋지 않았다. 국가가 나서서 장애인은 시설에서 생활하도록 했고, 장애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했던 시기였다"며 "한 지역의 장(長)이 꿈꿨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공간'에 대해 신선하고 선진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건 그 누구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던 때였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장애인들과 장애인들이 한 공간에서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던 장의 의지의 결과가 현 '행복촌'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행복촌은 장애인과 노인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환경으로 갖춰져 있다. 행복촌 총 면적 205㏊(62만평)에 장애인들이 가지 못하는 공간이 전혀 없다. 원하는 곳이 있다면 원하는 방법으로 다 갈 수 있게 됐다.

게다가 행복촌이 세계적으로도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를 받는 이유는 복지·휴양시설이 잘 결합 돼 있다는 것이다. 행복촌은 크게 도시공원과 복지시설로 나눌 수 있다. 전체 면적 22.5%에 해당하는 46.1㏊는 복지시설이 들어서 있고, 나머지 77.5%는 도시공원이다.

도시공원에는 호텔과 산책로, 온천·캠프시설 등 다양한 레저시설이 들어서 있고, 테니스·양궁·볼링·승마·골프 등을 즐길 수 있는 체육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노인·장애인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휴양·레저시설로 찾는다.

특히 복지시설은 노인과 장애인시설이 어우러져 있는데 교육과 치료까지 행복촌에서 모든 것이 해결이 가능하게 돼 있다는 점은 종합복지의 역할이 무엇인지 확인해준다. 복지시설에는 신체장애인 생활 시설·노인성 치매 질환 전문 병원·신체장애인 공동작업시설·지적장애인 작업시설·지적장애인 통원시설·노인 홈 치료센터·중증심신장애인 교육센터·사회복귀병원·노인보건시설 등 총 10가지다.

고베 행복촌에는 노인·장애인 복지시설 뿐 아니라 비장애인이 즐길 수 있는 숙박·스포츠시설 등이 위치해 있다. 행복촌 안내지도
고베 행복촌에는 노인·장애인 복지시설 뿐 아니라 비장애인이 즐길 수 있는 숙박·스포츠시설 등이 위치해 있다. 행복촌 안내지도

고베시 "노인·장애인 복지시설 기피는 일본도 고민"

일본 최대규모의 복지시설이 들어서 있고 세계인이 방문하는 종합복지시설이 갖춰 있음에도 고베시의 고민은 깊다. 우리나라나 거제시와 마찬가지로 노인·장애인 복지시설을 기피하는 시민들의 온도 차는 같기 때문이다.

고베시 역시 행복촌을 대규모로 조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행복촌 면적의 극히 일부만 사유재산이었고, 대부분이 시·국유지인 것이 큰 몫을 했다. 특히 산으로 둘러싸인 행복촌의 지형을 보면 알 수 있듯 고베시에서 대규모 개발을 하지 않는 이상, 어느 누가 사업을 확장하기도 어려운 공간이었다. 게다가 도심지와 멀리 떨어져 있고, 지형 덕분에 행복촌이 도심에서 보이지 않는 것도 주민 설득에 큰 도움이 됐다.

이에 대한 비판이 현재까지 이르는 것도 사실이다. 행복촌 요코 야먀오카 경영계장도 이를 인정했다.

요코 경영계장은 "당초 행복촌을 설립할 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르는 공간으로 조성하려 했지만 '어우름'을 상상도 못하던 시대에 엄청난 규모의 복지시설이 들어서는데에 반대 목소리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예산까지 4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됐기 때문"이라며 "필요한 시설이지만 우리 동네에 굳이 그렇게까지 크게 들어설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밝혔다.

또 그는 "가장 반박할 목소리가 적을 부지를 찾았던 이유도 그 연장선상"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지금은 도심지와의 '격리'가 아닌 떨어져 있음으로서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찾게 되는 곳으로 한 몫 하게 됐다. 도심지에 158.9㏊에 달하는 도시공원이 있는 곳이 어딨겠나"고 현재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음을 선을 그었다.

이는 고베시 공무원인 나오키 과장도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시작은 민원이 가장 적은 부지를 선정했을지 몰라도 결과론적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어우를 수 있는 공간이 되지 않았나"라며 "행복촌에서는 어떤 장애를 갖고 있어도 신기해하거나, 불필요한 시선을 주지 않는다. 모두가 시설을 공유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베시청 내 행복촌 총 책임자 나오키 과장과 행복촌 경영계장 요코씨가 행복촌에 대해 본지 기자에 설명하는 모습.
고베시청 내 행복촌 총 책임자 나오키 과장과 행복촌 경영계장 요코씨가 행복촌에 대해 본지 기자에 설명하는 모습.

기피시설, 무조건적인 이해보다 '포용'을

현재 거제시뿐 아니라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일본인인 두 사람은 의아함을 표했다.

나오키 과장은 "한국은 일본보다 개신교 신자가 몇 배로 많은데 하느님의 가르침에 따른 '사랑'의 마음으로 포용할 수 있지 않느냐"며 "이해하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보편적인 포용은 사회 분위기 형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해하려는 것보다 포용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행복촌의 오후에는 트레이닝장을 방문한 노인 수십 명과 온천건강센터에 온천을 즐기러 온 대가족의 행렬이 이어졌다. 행복촌 곳곳에 위치해 있는 버스정류장에는 다른 시설을 즐기러 온 노인들이 줄지어 있었다. 누가 어떤 장애를 갖고 있는지 보다, 이곳에 어떤 시설을 즐기러 왔는지 더 관심 있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 행복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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