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0주년 특집 인터뷰]강인섭 전 거제교육지원청 교육장

강인섭 전 거제교육지원청 교육장
강인섭 전 거제교육지원청 교육장

Q. 거제신문 구독자 및 거제시민에게 인사 부탁 드린다.
=  인도의 영적인 스승으로 추앙 받고 있는 마하리지는 "그대의 동냥그릇이 순금으로 되어 있다 할지라도 그것을 모르는 한 그대는 가난뱅이입니다."라고 설파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세우는 것을 첫 번째 수행 덕목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그리 멀지는 않지만 고향을 떠나 살면서 가끔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곰곰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거제의 아들이며 거제를 떠나서는 존재의 가치를 느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온갖 비바람을 감내하며 고향을 가꾸시는 거제시민과 거제신문 구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Q. 생각하는 지역의 최대 교육 현안과 대처 및 해결 방법은
=  교육 인프라 측면에서는 자유학년제 운영을 위한 여건은 물론 학생들의 진로체험 공간, 청소년들이 참여하고 활동할 수 있는 문화예술 공간, 학생들의 상담·치유를 위한 환경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학생들의 대중교통을 이용한 통학권 확보 문제는 심각합니다. 교통 문제는 거제가 고교평준화를 시행하면서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였습니다. 현재는 각 학교의 자율성을 존중해 통학 거리를 감안한 통학 버스 활용을 학교에 일임하고 있지만 과감하게 통합 운영 체제를 도입해 비용 절감은 물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거제지역은 현재 고교평준화·자유학년제로 인한 과도기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시돼야 할 가치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 인공지능 알파고로 알려진 4차 산업사회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입니다. 대부분의 학자는 미래사회의 인재들이 갖춰야 할 역량으로 4C, 비판적사고력(Critical thinking)·창의력(Creative)·의사소통기술(Communication)·협업(Collaborate)을 꼽고 있습니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교육 방향과 방법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4차 산업사회의 창의적 인재를 키우기 위해 선진국들은 종래의 '학교'라는 틀을 깨려는 혁신적인 몸부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학교의 자유학년제·무학년제·고등학교의 평준화·학점제·학생의 교과 선택제 확대 등 새로운 교육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시도의 교육적 의미는 모든 학생은 한 명 한 명이 자신만의 특별한 잠재성과 가능성을 갖고 있으므로 학교와 학부모는 학생들이 자신만의 재능을 찾아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사회 모두가 학생들을 다원화된 존재로 인정하고, 자신만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에 맞는 교사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라 봅니다.

Q. 거제시가 지향해야 할 미래의 교육 방향성은
=  아프리카 어느 부족은 한 아이가 태어나면 모든 부족원이 다 같이 아이의 성장에 힘을 보탠다고 합니다. 왜냐면 그 아이에 의해 부족의 미래가 결정되기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의 경쟁 구도나 사교육비 부담 증가, 대학입시 제도 등 전반적인 우리사회 교육문제를 지자체가 해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의 문제들을 완화하기 위한 지원과 함께 학생들이 젊음의 끼를 발산하고 과중한 학업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지자체가 해야 할 일입니다. 청소년들이 건강한 정신과 건강한 육체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지자체에서 해야 합니다.

또한 학생, 학부모가 만족하는 교육 프로그램 운영,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교육 기회 확대, 진로·진학 전문가 육성 및 센터 운영, 교육 기부의 활성화 등 소프트웨어적인 지원으로 교육수요자의 만족도와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강구하여야 할 것입니다. 거제의 인재는 거제에서 키운다는 의지로 거제가 교육의 도시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Q. 30년 후 거제를 살아갈 이들에게 어떤 거제를 물려주고 싶나
=  거제는 나의 고향입니다. 나의 선조들이 묻혀 있는 땅입니다. 지난 30년의 거제를 잘 알고 있습니다. 조선산업의 성장과 함께 거제도 성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거제의 발전사가 조선산업에만 집중적으로 매몰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본의 미쯔비시중공업처럼 우리 조선산업도 안정화돼 우리 거제 경제의 한 축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또 다른 새로운 축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거제도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환상적인 섬이고 피난민, 포로, 왜구의 침입 등의 아픈 흔적도 있습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잘 보전하면서 해양·관광·문화·조선산업의 융복합형 도시 그리고 모든 사람을 품어 안았던 구제(救濟)의 도시로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

Q. 창간 30주년을 맞은 거제신문, 미래 100년을 위한 지역 언론의 역할과 소명은
= 언론은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는 데 앞장서야 하고 문화를 향유하는데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노력해야 하는 본연의 임무 외에도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전하는 것에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이슈화된 사건과 권력에 대한 비판·고발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물론 누구보다 현명하게 판단해 편집을 하시겠지만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미담을 소개하는 부분을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심층 취재로 인과와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독보적 지역신문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Q. 어린이·청소년을 비롯한 학부모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2017 UN 미래직업 보고서는 2030년이 되면 20억 개의 일자리가 소멸하고, 현재 직업의 80%가 사라진다고 했습니다. IMF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르고 있다고 '한국이 직면한 도전'이라는 보고서를 채택했습니다. 이것이 우리 아이들이 살아 갈 세상입니다. 공부 잘하는 지적 능력만으로 미래사회를 살 수가 없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하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필요로 하는 세상입니다.

어린이·청소년들이 꿈 너머 꿈을 꾸고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기를 바라면서 돈키호테의 한 마디로 대신하고 싶습니다.  "청춘이란 늘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어야 하오. 꿈꾸는 자와 꿈꾸지 않는 자, 도대체 누가 미친 거요? 장차 이룰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하는 내가 미친 거요? 아니면 세상을 있는 그대로만 보는 사람이 미친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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