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혐오·기피시설 상생의 길을 찾아라 ①]
냄새나지 않는 혐오·기피시설, 일본 오사카 이바라키·히라카타시
엄격한 환경기준 준수...정기분석 결과 주민에 공표
하루 800대 청소차 드나들고 연간 1만6000명 관람객 방문

거제시의 2018년은 각종 시위로 시끄러웠다. 이 가운데 기존 혐오시설 신설 유치 반대와 운영문제 등의 시위도 잇따랐다. 혐오시설은 쓰레기매립장·하수처리장·비료공장·건설대형폐기물처리장 등 극심한 냄새나 환경오염 유발물질 배출 등 기존시설도 있지만, 최근에는 장애인복지시설 등도 다양한 이유와 맞물려 유치 반대에 휩싸이고 있다. 시민의 삶에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인근 주민에게는 우리 동네에는 오지 않았으면 하는 시설, 단순하게 '님비현상(Not In My Backyard)'이라고 일컫기에는 주민들의 사정도 있다. 당초 설립 조건에는 주민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노력'이 주민들에게는 수년 동안 트라우마로 남았을 뿐이기 때문이다. 일부시설은 시설관계자와 주민들 간의 이해로 극적 타협을 이뤘지만 여전히 갈등은 남아 있다.
이에 본지는 혐오시설이라고 불리는 곳의 주민들과 상생하는 방안을 찾고 해결해 나간 타 지자체와 해외사례를 방문해 거제시도 더이상의 소모적인 갈등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일본은 화장장·쓰레기매립장·하수처리장 등을 설치할 때 우선적으로 주민들의 동의와 주변환경 여건을 고려한 설계를 진행한다. 선진적으로 혐오·기피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을 줄여나가기 위한 노력을 해나가는 일본 오사카부 이바라키·히라카타시를 방문해 그들이 해온 과정과 성과를 확인해보고자 한다. 또 최근 혐오·기피시설에는 각종 노인·장애인 등의 복지시설도 포함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일본 고베시에는 노인·장애인 복지시설인 '행복촌'에서 주민들과 복지시설 이용객이 자연스럽게 한데 어울리는데 그 원동력을 살필 계획이다. 제주도는 섬 특성상 혐오시설을 타 지자체로 내보낼 수 없는 지리적 여건을 갖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주민들과의 소통과정과 설치된 이후 운영이 어떻게 되는지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강원도 내 혐오시설이 집중된 강원도 영월군 주민들이 영월교도소·태양광발전단지·군부대 등을 유치한 배경을 살피고, 협의하는 과정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또 하수처리장·가축분뇨처리장 등을 '에너지타운'으로 조성한 강원도 홍천군을 찾아 혐오 및 기피시설을 에너지시설로 전환하고 폐기물을 자원화한 과정도 함께 엿볼 계획이다. 인천항이 밀집돼 콘테이너 박스와 각종 공장이 모인 인천 중구는 미관을 헤칠뿐 아니라 공해도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인천 중구는 디자인지원센터와 협력해 인천항의 새로운 명물을 만들었다. 인천 중구와 인천디자인지원센터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혐오·기피시설과 주민들의 상생은 상급기관인 환경부와 보건복지부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환경·보건복지부는 어떠한 고민과 노력을 기울고 있는지도 확인할 예정이다. 타 지자체의 선진 사례를 토대로 거제시는 앞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 취재하고, 시민들이 생각하는 혐오·기피시설과 상생하는 방안도 물어보고 그 안에서 답을 찾고자 한다.  편집자 주


마이시마 소각장을 디자인한 오스트리아 건축가 훈데르트 바서는 혐오시설이 자연환경과의 공생과 미적 감각을 끌어올려 무조건적인 혐오 의식에서 벗어나게 하는데 역할을 했다. 사진은 오사카부 남단 마이시마 인공섬에 위치한 마이시마 소각장으로 자연 속에 형형색색의 타일 모양으로 디자인된 모습.
마이시마 소각장을 디자인한 오스트리아 건축가 훈데르트 바서는 혐오시설이 자연환경과의 공생과 미적 감각을 끌어올려 무조건적인 혐오 의식에서 벗어나게 하는데 역할을 했다. 사진은 오사카부 남단 마이시마 인공섬에 위치한 마이시마 소각장으로 자연 속에 형형색색의 타일 모양으로 디자인된 모습.

쓰레기 매립장·원자력발전소·소각장·유류저장소·하수처리시설 등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우리 동네에는 오는 것은 기피하게 되는 혐오시설. 그중에서도 쓰레기 소각장은 폐기물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 탓에 주민 기피시설로 취급받기 일쑤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시행된 자원순환기본법을 토대로 10년 주기의 제1차 자원순환 기본계획을 세우면서 직매립 제로화 목표 시점을 2027년 이전으로 설정했다. 쓰레기 직매립 제로화를 실현하려면 가정 내 생활폐기물과 사업장 폐기물 감축, 재활용 확대만큼 소각 시설 확충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소각장 확충사업을 비롯한 각종 혐오 시설은 환경 피해 등을 우려하는 주민 반발 때문에 유치할 때마다 각 지자체에는 최대 난제이다. 전문가들은 혐오시설이 들어서기 전에 인근 주민들이 우려하고 반대하는 사정은 어느 나라나 같다고 입을 모은다.

주민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복지시설과 편의를 제공하고, 주민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면서 주민을 설득하고 납득 시키려는 노력이 충분한지에 따라 유치를 원만하게 하고 발전의 한 발자국을 나아가느냐, 유치는 했지만 갈등이 극대화가 되느냐, 유치조차 하지 못하느냐가 달려 있다.

이런 점에서 일본은 엄격한 환경기준을 준수해 시민들에게 공표하고, 주민과 시민사회에 이로운 활동을 전개하면서 적극적으로 다가서고 있다.

마이시마 소각장에는 연간 1만6000여명의 관람객이 찾아 자연친화적인 소각 환경이 어떻게 갖춰져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 마이시마 소각장의 체계를 설명해주는 다목적실.
마이시마 소각장에는 연간 1만6000여명의 관람객이 찾아 자연친화적인 소각 환경이 어떻게 갖춰져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 마이시마 소각장의 체계를 설명해주는 다목적실.

놀이시설 같은 폐기물 처리장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부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 인공섬 마이시마시는 테마파크 놀이시설인 유니버설 스튜디오재팬(Universal Studio Japan)이 있는 곳으로 더 유명하다.

그리고 놀이시설을 가는 길에 놀이시설보다 더 놀이시설 같아 보이는 곳, 마이시마 소각장이 있다. 공장지대에서 유일하게 형형색색을 자랑하고, 직선과 직각이 없는 곡선형 디자인이 건물 전체를 휘감고 있는 이곳은 오사카부 최대 규모의 마이시마 소각장이다.

오사카부 인구 272만명이 하루에 배출하는 쓰레기양은 약 3600톤. 이 중 25%를 차지하는 900여톤을 처리하는 마이시마 소각장은 하루 평균 800여대의 청소차가 쓰레기를 실어나르는 거대 소각시설이다.

지난 1997년 착공해 2001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마이시마 소각장은 오스트리아의 유명 건축가이자 자연환경과의 공생을 작품세계로 표현했던 훈데르트바서가 디자인했다. 소각장 건립이 발표되자 인근 주민들을 비롯한 반발은 거셌다. 주택가와 떨어진 인공섬에 입지가 선정됐음에도, 더럽고 냄새 난다는 인식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러나 훈데르트바서의 디자인은 '혐오시설'이라는 고정관념을 깨트렸다. 주변은 공원으로 꾸며져 주민들에게 개방됐고, 학생들에게는 친환경 교육장으로 거듭났다.

우메모토 가츠미 소각장 공장장은 "마이시마 소각장은 하루 처리 용량이 900톤에 이르는 거대 소각 시설이지만 혐오 시설 이미지를 벗고 관광객과 견학생을 불러모으는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고 밝혔다.

5층 건물에 달하는 이 공간에는 소각 중앙통제실부터 화산재관리실·증기 발전실·폐구·휴게실·사무소 등 견학 방문객을 위한 체험 시설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마이시마 소각장에는 연간 1만6000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이 중 30%는 외국인이다.

5층 건물에 굴뚝은 120m에 이르는 소각장의 건축면적은 1만7000㎡ 규모다. 총 사업비는 6100억원이 들었다. 소각로 2기와 3단계에 걸친 유해가스 제거장치에만 5000억원이 소요됐다. 유해가스 제거장치를 설치하는데만 약 82%의 예산을 소요했으니 완벽에 가깝게 지어진 만큼 냄새가 나지 않고 다이옥신 배출을 제로화하는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

특히 청소차가 진입할 때면 공기커튼 막이 가동돼 악취가 새나가지 않도록 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에선 음식물을 씻은 다음 탈수기로 물기를 짜내 가연성쓰레기와 함께 쓰레기봉투에 배출하고 있다.

대형소각로는 900도의 고열로 쓰레기를 완전 소각한다. 여기서 나오는 유해가스는 포집기로 빨아들여 한 번은 냉각시키고 두 번은 230도의 고열로 가스를 분해한다. 공장장은 "냄새까지 태워 없애버린다"고 밝혔다. 실제 시설 안에서는 악취를 전혀 맡을 수 없었고, 건물 바로 인근에서만 약간의 냄새만 났다.

발생한 소각재는 3m 높이로 쌓고, 흙을 50㎝로 깔아주는 작업을 층층마다 반복해 바다에 매립지가 조성된다. 놀라운 점은 완전 연소과정에서 나오는 증기는 대형 보일러실로 보내 모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곳에서 배출된 온수는 주변 공장에 공급해주고 있다. 소각장에서 쓰다 남은 전기를 전력회사에 팔아 연간 13억원의 수익을 별도로 낸다.

자연 친화적인 시설로 주민에게 피해가 전혀 안 갈 뿐 아니라 매년 수익을 내고, 관광객까지 끌어당기니 1석 3조 그 이상의 효과로 주민에게는 이제 자랑거리가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혐오감이 전혀 들지 않는 마이시마 소각장의 디자인이 한 몫 했다.

우메모토 공장장은 "마이시마 소각장이 혐오시설이 아닌 주민들이 자랑하는 관광 명소가 된 것은 창문에 기둥 하나, 타일 한 장까지 디자인을 하고 색채를 입힌 건축 예술작품으로 꾸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이시마 소각장과 100m 거리에 떨어진 전시관은 그 정성의 과정이 잘 설명돼 있다. 소각배출 연료기둥 하나 모두 공예품이라고 불릴 만큼 수작업을 다 거쳤다. 건축가 훈데르트 바서는 생전에 "우리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고, 자연을 지킬 의무가 있다"며 "인간의 더 나은 삶은 자연을 보호하는 것, 순환시설의 가치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밝혔고, 일본과 오사카부는 그 유언을 여전히 잘 지켜고 있다.

마이시마 소각장에는 연간 1만6000여명의 관람객이 찾아 자연친화적인 소각 환경이 어떻게 갖춰져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 일본 어린이들이 방문 후기를 남겨놓은 모습.
마이시마 소각장에는 연간 1만6000여명의 관람객이 찾아 자연친화적인 소각 환경이 어떻게 갖춰져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 일본 어린이들이 방문 후기를 남겨놓은 모습.

고도의 환경처리 성능, 동부클린센터

오사카 근교 도시인 히라카타시는 오사카 동부의 청소공장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곳은 수십년 전 세워진 각종 폐기물 처리시설과 청소 공장들이 들어서 있었는데 2013년 4월부터 모든 시설을 최신화 작업해 대형폐기물파쇄처리 시설을 돌리고 있다.

이곳에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시설이 환경오염을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환경처리 성능을 갖출 뿐 아니라 에너지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쓰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곳에서 배출된 각종 오염물질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모든 시민들이 언제든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 오염물질 배출 농도를 어겼을 시, 벌금이 상당하다.

동부클린센터를 소개한 이수정 통역사는 "환경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첨단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지자체의 몫이지만 철저한 관리운영은 업체의 몫, 그리고 이러한 시설들이 법적으로 잘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주민의 역할임을 일본은 10살 때부터 교육하고 있다"며 "시설이 들어섬에 따라 지역주민과 마을에는 어떤 발전이 있는지, 질적으로 더 나아지는 삶에 대한 고민이 이뤄지는 것만이 주민과의 상생이 이뤄질 수 있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