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수 칼럼위원
김계수 칼럼위원

심호흡은 언제 어디서 많이 하시나요? 맑고 푸른 숲속, 아니면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면서 깊은 숨을 들여마셨다 내뱉기라도 하면 마음이 시원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지요. 긴장되거나 가슴이 답답할 때, 머릿속이 복잡할 때, 갇힌 공간에서 밖으로 나왔을 때 심호흡을 하고 나면 조금 진정이 되기도 합니다. 답답함이 사라진다고 계속 심호흡을 하며 살 수는 없겠지요.

그래도 심호흡을 하게 되면 많은 산소를 들여 마시게 돼 혈중 산소농도가 높아지고 독소나 노폐물을 빼준다고 하네요. 가만히 생각해 봐요. 하루에 심호흡을 몇 번이나 하며 사는지. 사람은 호흡을 1분에 평균 15회 정도 한다는데 절반 정도로 호흡을 줄이고 크게 하는 것이 심호흡이라 합니다.

숨을 크게 들여 마셨다가 3~4초 정도 참았다가 길게 내쉬면 된다는데 이것도 운동처럼 꾸준히 해야 되겠네요. 효과가 좋다니 말입니다. 심호흡은 긴장을 이완시키고 체내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일이라니 요즘 같은 세상이라면 하루 종일 심호흡을 해도 부족할 판이네요. 세상사는 일이 워낙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아서 말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막 숨이 차오르고 호흡이 짧아지잖아요. 그러면 우리 몸에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두통을 일으키고 스트레스는 더 적립하게 되죠. 너무 화가 나면 잠시 상황을 벗어나 심호흡을 두세 번 하면 좀 진정이 됐던 경험이 있기도 합니다.

세상사는 일로 받은 스트레스를 심호흡만으로 다 풀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어디 세상 일이 그리 만만해야지요. 그래서 저는 글을 씁니다. 글을 쓰면서부터 심호흡을 한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졌거든요.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편안해지는 상태를 경험했지요.

글쓰기라 해서 그리 대단한 논평이나 시·수필이 아니라 일기처럼 그냥 한 페이지를 채워보겠다는 마음으로 낙서처럼 써 본답니다. 글을 써 본다는 것은 어떤 상황이나 생각을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라 봐요. 남에게 보여 줄 필요 없는 자유분방한 낙서이지만 질서나 조화를 이뤄나가는 과정이 좋습니다. 처음 시작이 어렵지 일단 시작하고 나면 글을 쓰면 쓸수록 삶에 대한 통찰력도 생겨 스스로 행복감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글을 쓰기 전 심호흡을 합니다. 좋은 언어로 잘 써야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립니다. 집중을 하게 되면 온갖 상념이 사라지고 내 숨소리조차 듣기 어려울 만큼 최면 상태에 빠진 듯한 상황에 들기도 합니다. 내가 내 의지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손이 저절로 글을 써내려가기도 합니다. 그림을 그릴 때도 마찬가지라 봅니다. 만화 주인공을 따라 스케치하는 연습을 하다가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게 뭐라고 너무 진지하게 몰입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런 몰입된 일이 끝나면 마치 심호흡을 여러 차례 한 것처럼 머리와 가슴속이 편안해진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뭐랄까요, 카타르시스를 경험한 기분이랄까요. 물론 글에서는 엄청난 감정을 드러내는 작업을 해야 하지요. 한마디로 좋은 글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래도 뭐 어떻습니까? 건강에 좋다는 심호흡을 한 효과를 봤으니 좋은 일이겠지요.

특별할 일도 없는 평범하고 지루한 하루가 계속된다고 여겨지면 심호흡이나 글쓰기를 한 번 시도해 보세요. 글쓰기는 자신의 마음을 펼쳐보이는 일입니다. 심호흡은 우리의 뇌와 심장을 청소해주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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