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의종의 限 서려 있는 청마의 고향…고려촌 문화체험길
고려 의종의 限 서려 있는 청마의 고향…고려촌 문화체험길
  • 백승태 기자
  • 승인 201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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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관광의 거제섬&섬길4 - 3코스 '고려촌문화체험길
둔덕기성에서 바라본 둔덕면 거림마을.
둔덕기성에서 바라본 둔덕면 거림마을.

거제섬&섬길은 2011년부터 지역 내 북부·서부·남부 등 4개 권역을 16개 노선으로 묶은 거제의 관광·역사·문화·체험·트레킹 길이다.

이중 고려촌 문화체험길은 사등면 오량리 거제시 관광안내소를 들머리로 둔덕기성~청마 유치환 생가~옥동마을을 연결하는 길 16.4㎞ 구간으로 걸어서 8시간가량 소요되는 장거리 코스중 하나다.

이 코스는 둔덕기성을 중심으로 고려역사와 관련된 문화자원은 물론 둔덕농촌체험센터·청마 유치환 생가 및 기념관·산방산 비원·산방산 등 다양한 관광자원이 펼쳐져 있다.

길은 기존 임도와 마을길로 이어져 있고 찾기도 비교적 수월하다. 다만 곳곳의 갈림길에서 이정표를 찾아보지만 없는 곳이 많아 아쉽고,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라 여겨진다. 갈림길은 대부분 다시 이어져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임도를 따라 걷다 좌측을 내려다보면 관광안내소를 비롯한 오량성(경남도기념물 제109호)과 마을이 정겹게 어우러져 있다.

다소 완만하게 경사진 고즈넉한 숲길을 3㎞ 정도 걷다보니 둔덕기성이 나타난다. 경남도 제509호로 지정된 문화재로 신라시대 때 건립된 후 수축한 성이다. 고려 무신정변으로 폐위된 의종이 3년간 유배생활을 한 성이다. 한때는 폐왕성이라 불리기도 했고, 주민들은 피왕성이라고도 불렀다고 전해진다.

둔덕기성 내 서문지
둔덕기성 내 서문지

성안에는 잘 정돈된 잔디와 고목들이 드문드문 서 있고, 동문·서문·남문지와 석환군·제단·집수터인 연지 등에서 의종의 삶과 아픔이 묻어난다. 천년의 세월에도 산성의 형태가 온전하게 남아 있고, 거제도에서는 현재 남아있는 성 중 가장 오래된 성이다.

성터 정상에 오르니 거제 남쪽 앞바다 비경이 시선을 끈다. 서쪽으론 견내량과 통영을 마주보고 있다. 동남쪽으로 계룡산과 노자산·가라산 등이 올망졸망한 섬들과 쪽빛바다를 품어 가히 볼만하다. 바로 우측으론 우두봉과 산방산이 눈에 들어온다. 인적은 드물고 염소떼가 성내를 지키며 주인노릇을 하고 있다. 애닯은 마음에 애꿎은 염소떼를 '훠이 훠이' 쫓아보고 1구간을 끝낸다.

역사의 흔적을 뒤로하고 거림마을과 2구간 종점인 둔덕농촌체험센터를 향해 발길을 옮긴다. 

남쪽 바다풍경을 내려다보며 걷다보니 벚나무가 간간히 어우러져 있어 봄철이면 제법 운치가 있어 보인다. 콘크리트 포장과 비포장 내리막 산길을 걸어 거림소류지를 지나 마을로 내려선다.

아스팔트 포장길에 도달하니 지척에 둔덕농촌체험센터가 있다. 논에는 한껏 푸른 벼와 포도농장이 여기저기 눈에 들어온다. 여름철 생산되는 둔덕포도는 해풍을 맞아 제대로 여물어 맛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둔덕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체험센터는 아직 성수기가 아닌지 한산한 느낌이다. 동네사람들이 뜻을 모아 운영하는 이 센터는 각종 농촌체험과 교육·세미나·체육·휴게·휴양시설을 갖춰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는 힐링공간으로 안성맞춤이라 여겨진다.

둔덕기성 내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모습으로 바로 아래 무기로 사용됐던 석환군 무더기가 보인다.
둔덕기성 내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모습으로 바로 아래 무기로 사용됐던 석환군 무더기가 보인다.

3구간은 0.7㎞로 여기서 가깝다. 바로 건너편 마을 방하마을 청마 유치환 생가까지다. 섬&섬길이 아니라도 한번쯤 찾을만한 곳이다. 인근 들녘은  코스모스 축제가 열리는 청마 꽃들이다. 가을이면 5만평의 들판에 핀 코스모스로 장관을 이뤄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한국 근대문학사의 거목인 청마 유치환 시인의 생가와 기념관은 청마의 아름다운 시풍을 감상할 수 있어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청마로·청마교·청마고향 시비 동산·청마묘소 등이 있어 청마의 문학과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생가를 뒤로하고 5구간인 산방산 비원으로 향한다. 기존 마을길을 이용하는 이 구간은 0.7㎞의 짧은 구간이지만 농촌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길이다. 산방산 비원에 도착하니 입장료가 따로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 개인이 관리·운영하는 이곳은 각종 야생화와 희귀식물들이 어우러진 수목들의 천국으로 불린다. 절제된 자연경관을 느끼게 하는 각종 분재와 이름도 생소한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꽃밭을 이루고 있는 산책로를 걷다보면 어느새 가슴이 확 트인다.

비원에서 눈을 호강시키고 에너지를 충전해 5구간인 산방산을 향한다. 고려촌 문화체험길 중 가장 힘든 구간으로 3.5㎞ 가량 임도와 등산로를 이용해야 한다. 산방산은 거제시 10대 명산 중 하나로 봄이면 참꽃축제가 열린다.

천태만상의 자연경관과 멀리보이는 다도해 풍경은 가히 절경으로 금강산을 옮겨놓은 듯하다. 임도에서 등산로로 접어든다. 꿩은 물론이고 고라니도 쉽게 목격돼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가파른 등산길과 암릉을 지나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 10m 아래에는 기우제를 지냈던 무지개터가 있다. 기우제단 밑에 벼락바위 약수터 등이 있고, 임진왜란 때 옥씨가 피난했다는 옥굴, 절터가 있었다는 석굴암 모양의 부처굴, 다섯색깔의 흙이 있다는 오색토 등 다양한 지명과 재미난 얘깃거리도 덤으로 접할 수 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경관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사방으로 고성의 거류산, 통영 벽방산·미륵산, 거제 계룡산·선자산·북병산·노자산·가라산·앵산 등 명산들이 조망되고,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욕지도·한산도·비진도·소록도·화도·산달도 등의 많은 섬들과  산 아래 방하마을 청마기념관도 보인다.

감상에서 깨어나 마지막 구간인 옥동마을로 향한다. 6구간은 하산길로 4.2㎞다. 다소 가팔라 신경이 쓰이지만 이마에 흐른 땀을 훔치며 큰 부담없이 걸을 수 있다. 대봉산 능선을 따라 거제면 내간으로 내려갈 수도 있으나 옥동마을로 내려와 고려촌 체험길 16㎞의 끝을 맺는다.

 


둔덕기성(屯德岐城)

둔덕기성 내 있는 집수터인 연지
둔덕기성 내 있는 집수터인 연지

둔덕기성은 둔덕면 거림리 해발 326m의 우봉산 자락에 위치한 국가지정문화재이다. 사적 제509호(2010년 8월 24일 지정)로 지정면적 1만9237㎡, 보호구역 2만4823㎡이다.

1934년 일제강점기에 발간된 '통영군지'에서는 폐왕성으로 불렸다. 문화재청이 2010년 8월24일 사적 509호로 지정하면서 일본이 민족문화 말살정책에 따라 붙여졌던 이름을 없애고 1530년 '신증동국여지승람' 32권 '거제현' 고적조 등에 '둔덕기성'이라고 기록돼 있는 옛 명칭을 회복했다.

원래 고려시대 쌓여진 성으로 잘못 알려졌으나, 조사결과 7세기 신라시대 성 축조기법과 일치해 신라시대 처음으로 성을 쌓고, 고려 때 수축돼 축성법의 변화를 연구하는데 학술적 가치가 있다.

고려 의종이 정중부의 난을 피해 3년간 살았던 성으로 서쪽으로 통영과 마주한다. 거제대교가 있는 견내량의 원래 이름은 의종이 건너온 길이라고 해서 전하도로 불렸다. 당시 의종을 받들고 왔던 반씨 성을 가진 장군의 후손들이 지금도 둔덕면에 살고 있다. 둔덕기성은 둔덕면과 사등면의 경계지역에 있는 우봉산의 지봉(해발 326m)에 있다. 둘레는 500m·높이 4.8m로 성내에는 집수터인 연지가 있다. 기우제와 산신제를 지내는 제단·동문지·서문지·무기로 사용됐던 몽돌무더기(석환군) 등이 있다.


폐교횐 둔덕초등학교를 리모델링란 둔덕詩골농촌체험센터.
폐교횐 둔덕초등학교를 리모델링란 둔덕詩골농촌체험센터.

둔덕詩골농촌체험센터

폐교된 둔덕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둔덕시골농촌체험센터는 농촌과 도시를 이어주는 문화·체험·교육의 장이다. 이 센터는 미래산업화(지역 경제활성화·수출산업화·지역의 특화 발전 가능성)에 크게 기여할 자원발굴을 목표로 실시한 행정안전부 향토자원 조사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9개의 객실과 세미나실·식당(100명수용)·미니수영장(물놀이 체험장)·운동장·야외 어린이놀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MT·워크숍·세미나·교육·동문회·가족 및 동호회 모임 등 다양한 규모의 행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인기가 높다. 체험으로는 미꾸라지 잡기·감자캐기·포도따기·매실따기·버섯따기·두부만들기·새끼꼬기·바닷가재 잡기·고구마 캐기 등의 다양한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여름수련회 시즌을 맞은 요즘 학교 및 학원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이 센터는 여러 관광지와 다르게 조용한 휴식·휴양·교육을 제공하면서 방문객들이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농촌체험거리가 있어 더욱 인기가 좋다.

총 면적 1만5506㎡(체험센터 1677㎡)인 둔덕시골농촌체험센터는 지난 2012년 8월1일 지정됐으며, 친환경 농업·자연경관·전통문화 등 농촌의 부존자원을 활용해 농업의 부가가치를 증진시키고 도시민의 농촌생활에 대한 체험과 휴양 수요 증가에 부응하기 위한 체험·휴양 공간이다.


둔덕면 산방리 197번지에 위치한 산방산 비원

산방산 비원

거제시 둔덕면 산방리 197번지에 위치한 산방산 비원은 각종 야생화와 희귀식물들이 어우러진 수목들의 천국이자 비밀의 화원이다. 산방산 자락 3만여평에 별천지를 연상케 하는 폭포와 계곡이 흐르고 1000여 종의 야생화가 계절을 달리하며 피어나 희귀식물들과 어우러져 독특한 풍광을 연출한다.

온갖 산새들의 울음소리에 어우러진 맑은 물소리를 따라 산방산을 휘감아 도는 운무 속에 쌓인 풍경은 마치 신선이 사는 곳을 연상케 한다. 고둥을 비롯한 메기와 붕어 등 온갖 민물고기가 뛰놀고 있어 동심의 세계를 맛 볼 수 있다.

숱한 세월을 넘나든 각종 분재와 이름조차 생소한 무늬종 비비추를 비롯해 수국·큰꽃으아리와 매발톱 등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야생화들이 사계절 온통 꽃밭을 이루고 있는 산책로를 걷다보면 세파에 찌든 가슴을 확 트이게 한다.

산이 빚은 산방산 대자연과 인간 조화가 어우러진 걸작품으로 도심지 주변에 위치한 타 수목원과 엄격히 차별화 된다. 산방산 비원 산책로는 물레방아 분수대와 분재원·세한곡수원·수국 길·연꽃 연못·폭포 등 모두 20개의 다양한 코스로 이어져 있다. 비원은 산자락의 투박한 다랑이 논에 들어서 사람의 손길을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려는 흔적이 엿보인다.

2015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우수 관광농원 17개소'에 선정되기도 했다.


거제10대 명산 중 하나이며 해발 507.2m로 둔덕면 산방리에 있는 산방산.
거제10대 명산 중 하나이며 해발 507.2m로 둔덕면 산방리에 있는 산방산.

산방산(山芳山)

산방산(山芳山)은 둔덕면 산방리에 자리잡은 해발 507.2m 산으로 기암괴석이 많고 경치가 아름답다. 산꼭대기에는 바위로 된 두 개의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고, 능선을 따라 산중간까지 이어져 군데군데 작은 바위 봉우리를 만들고 있다.

'거제 10대 명산' 중 하나로 봄이면 진달래와 야생화가 만발하고 가을이면 수려한 암봉에 단풍이 아름답다 해서 '뫼 산(山)'에 '꽃다울 방(芳)'자를 써서 붙여진 이름이다. 낙조가 장관이고, 정상부에서 바라보는 한려수도의 크고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있는 풍광은 가히 환상적이다.

산방리 보현사에서 오르다보면 옥굴과 부처굴 무제터 오색토 등을 만날 수 있다. 부처굴은 삼신굴이라 부르기도 했으며 신리시대부터 이곳 굴밑에 절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원래 삼존 석조좌불이 있었으나 해방후 석가모니불의 머리가 훼손됐고, 아미타불과 역사여래불은 도난당하고 없다.

옛날 옥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숨어 살아다는 옥굴, 기우제를 지냈던 무제터(일명 무지개터)를 지나 정상 인근에 오색토가 있다. 하늘나라 선녀들이 봄구경 나와서 춤을 추며 놀았다는 330㎡나 되는 선녀바위와 처녀들이 왜구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낭떠러지로 몸을 날렸다는 절부암 등 많은 명소가 있다.

등산로는 5∼6개가 있으며, 매년 음력 삼월삼일에는 참꽃축제가 열린다.


둔덕면 방하리에 있는 청마 유치환 선생 생가.
둔덕면 방하리에 있는 청마 유치환 선생 생가.

청마 유치환 생가와 기념관

거제 둔덕면 방하리는 한국 문학의 거두 청마 유치환 선생의 고향마을이다. 거제시에서 둔덕면 그의 고향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청마선생이 노래한 '둔덕골' 시가 새겨진 비석이 서 있다.

청마 유치환은 문예월간지 '정적의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했으며, 한국시 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깃발'로 유명하다. 거제시는 그의 생가를 2000년 5월에 복원 완료했다. 복원된 생가는 1908년 옛 모습 그대로 두채의 초가와 싸리문 대문, 텃밭과 우물 등이 있다

생가 앞에는 기념관을 지어 청마의 삶의 흔적과 숨결을 느낄 수가 있다.

350여년 된 팽나무 옆에 넓직한 주차장이 있고, 현대식 기념관 입구에는 대표적 기념품인 노스탈자 손수건과 빨간 우체통이 이색적이다. 굵은 뿔테 안경을 쓴 얼굴로 깊은 상념에 잠긴 동상은 삶의 허무를 인간 사랑으로 극복하려고 노력했던 시인의 모습이 우뚝 서 있고, 동상 옆에는 검은빛 대리석으로 만든 시벽이 세워져 있다. 내부에는 청마의 생애를 돌아볼 수 있는 육필원고 등 유품과 주옥같은 시들이 전시돼 있다. 인근에는 묘소도 있어 참배객들이 드나든다.

시인이자 교육자였던 청마는 부산남여상(현 부산영상예술고등학교)의 교장으로 재직하던 도중 1967년 2월 13일 수정동에서 시내버스에 치여 병원으로 후송되던 중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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