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임업 분야 신지식인 옥치섭 우리꽃식물원 대표

"먹고 살기도 바쁜데 애먼 짓 한다고 아내로부터 타박을 받지요, 돈도 안 되는 일에 정신이 빠져 매달리다보니 그러겠지요. 그래도 내가 좋아서 하고 재미있는 일이니 어쩌겠습니까?"

지난 6월 대한민국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옥치섭(56) 우리꽂식물원 대표는 희귀한 식물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직접 보고싶고 가지고 싶어 안달이 난다. 열일 제껴두고 달려가기도 하고 비싼 값에 모셔(?)오기도 한다. 그런 그를 두고 아내는 늘 못마땅해 하지만 수십년째 고쳐지지 않은 버릇이고 일상이 됐다.

이번에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이유도 그의 이같은 식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달 14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2019 대한민국신지식인 지식 나눔대회 및 인증식' 행사에서 농수산임업분야 신지식인 인증서를 받은 그는 대나무 분재와 매트식 마삭줄 재배기술 등으로 신지식인에 선정됐다. 전국 30여명의 전문 심사위원들의 엄격한 비노출 심사로 최종 선정된 79명 중 한 명이 되는 영광을 안았다.

거제시 연초면 연사리 연초고등학교 진입로 앞에서 '우리꽃식물원'을 운영하는 그는 30여년째 각종 야생화와 분재를 키우고 변이·희귀식물들을 돌보며 살아간다.

공고를 졸업하고 엔지니어 길을 걷고 건축 일도 했지만 늘 실패했다. 첫 직장의 부도로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그만둬야 했고, 건축 일도 IMF 때 부도가 나 접어야만 했다. 그래서 평생 살면서 받아본 직장생활 임금이 한 달 월급이다. 불행중 다행으로 취미였던 식물키우기를 직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에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식물원을 열었다. 무작정 식물을 키우고 판매하는 것보다 식물에 대해 배우고 연구하며 식물을 자식같이 여기며 교감해왔다. 동백과 정원수는 물론 난과 야생화 등을 키우고 번식시키며  다양한 단체에 가입하고 배움을 이어갔다.

특히 변이종과 희귀종에 관심이 많다. 그의 식물원에는 형형색색의 별다른 변이종과 희귀종이 널려 있다. 일반인들은 그냥 지나치지만 그는 이 동백은 어떤 특징이 있고, 이 난은 어떤 멋이 있다는 등 하나하나 사연과 내력을 설명한다. 패션만큼 식물도 칼라시대라고 말하면서 동백잎 하나에도 여러가지 색깔이 묻어나고, 난 잎에도 무늬가 들어가야 제멋이 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두고 연구하고 관찰하는 열정과 습성이 있다고 했다. 특허도 내고, 책도 출판하고, 이번에 신지식인에 선정된 것도 이러한 자신의 독특한 취미와 습성의 결과라고 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일 욕심도 많지만 돈에 대한 욕심은 거리가 멀다. 그런 덕에 학위 없는 식물학 박사가 됐고, 엉뚱하게 사진작가도 됐다.

식용달팽이를 키우면서 연구하고 관찰한 내용을 '식용달팽이 양식과 이용'이라는 책으로 펴냈고, 매트식 마삭줄을 이용한 속성 녹화방법은 특허로 등록되기도 했다. 맹종죽 분재기술은 세계 최초로 알려질 만큼 희귀성도 있다. 수십m까지 자라는 맹종죽을 절단없이 50㎝까지 축소해 분재로 재배하는 기술이다.

어린 죽순때부터 껍질을 벗겨가며 정성을 들여 키우는 게 방법이라고 단순하게 설명하지만 구체적인 재배기술은 노하우다. 껍질을 너무 많이 벗겨내면 말라죽기 십상이고, 너무 적게 벗겨내면 웃자라 희소성이 떨어진다는 게 그의 귀띔이다. 몇 년에 걸쳐 실패를 거듭한 끝에 터득한 그만의 기술이 신지식인으로 선정되는 기반이 됐다.

신지식인은 학력·직위에 상관없이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해 부가가치를 능동적으로 창출하는 사람, 새로운 발상으로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거나 혁신하는 사람 등이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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