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석 전 거제문인협회장
김한석 전 거제문인협회장

정작 독 안에 흐려진 물은 반성과 참회, 그리고 자정수단만이 목적물을 이루게 한다. 우리의 염원을 이루는 가장 빠른 길이며 방법이며 최선의 진리다, 현실적으로 발전·변화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 그렇다고 자정능력을 불신해서는 안 된다. 불신의 부정이 곧 믿음이 아니다. 믿음 자체가 완벽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확고한 반석을 원하고 여기에 기틀을 장만하고 삶을 누리고 생활을 하게하는 것이 믿음이기 때문이다.

우리사회는 너무나 혼돈돼 있는 것 같다. 사적 주장이 난무하고 지도적 입장에서도 이념대립과 자칫 편가르기로 이어지는 경향이 허다하다. 지금 세계는 중국과 미국 양대 진영으로 우리의 시야가 그 각도를 자못 헛짚을 염려도 있지 않는가? 물론 우리의 국익 차원에서 한치의 방심도 허용돼서는 안 된다.

북의 핵에 대해서 우리는 행여 주눅들어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감을 잃을 때 우리들은 한치 앞을 나아갈 수가 없다. 불안은 존재를 망가뜨리는 가장 불행한 범죄다. 자존이 생존의 버팀목이 되려면 어디에도 굴종은 말아야 한다.

불안은 변화의 소지조차 까먹는 나쁜 심리다. 그래서 뛰쳐나가는데가 굴종이라는 피난처가 돼서는 안 된다. 여기서 하나더 소중한 판단은 상대적 배신감에서 심지어 혈맹의 가치까지도 그러한 의심으로 해서 와해에 이르게 된다고 할 수 있다. 현실은 힘의 논리에서 좌우된다고 보면 우리들의 내적 갈등도 북한을 아우르는 진로에 지정학적 역사성이 있긴 하다.

이와 똑같은 상황에서 혈맹의식 역시 절대적인 방편이 될 수도 없다. 어차피 우리는 스스로 나아가야 한다. 빨리 자존의 생존전략을 실천해야 한다. 변화가 그냥 오는 것은 아니다. 극한에 닿을수록 변화의 갈구는 심해지고 이때 강력한 에너지가 발동하게 되어, 경중(輕重)·동정(動靜)·난이(難易) 등 복잡한 문제의 순일한 본바탕이 됨을 알 수 있다.

어느 한편이 서둔다고 통일의 결과물이 쉽게 오는 것도 아니다. 현실이 의념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 남북한이 바라는 것이 통일이라면 서로의 적대적 시각보다 상호존중의 화해적 행보가 더 소중하다. 어차피 남북이 한민족 한겨레의 정서적 치우침이 늘 선행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쌍방이 솔직해져야 하고 순직한 바탕이 돼야 한다. 이런 면에서 자기반성과 참회와 고뇌는 바라는 순서와 질서의 초석이 된다.

남북이 종전과 평화를 염원하는 화해관계에을지프리덤가디언·키리졸브·독수리훈련 등 한미 연합훈련의 폐지에 따르는 북한의 성의는 아직 없다. 이 참에 6.25남침 및 천안함 폭침 등에 따르는 반성과 참회가 순서적으로 먼저 실현돼야 민족화합과 통일의 동일성이 확고해질 것이다. 이것은 6.25 참변을 기념하는 일과는 별개의 문제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애쓰는 만큼 '북한은 완전한 핵폐기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한다'.

한미동맹이 더욱 굳건해져야 하고 국가안보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북핵에 주눅들지 말고 국가의 책임은 우리 스스로에게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의 단결과 역사의 바른인식·자강의 긍지와 인내에 달렸다. 과거 역사를 공감하면서도 미래비전이 각기 다른 국내 분열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동북아의 방대한 진출과 실현을 촉구하는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가 시급한대로 남북이 근원적 자기성찰과 반성을 첫 순서로 꼽자는 것은 이것이 곧 현실에서 발전과 변화의 초석과 기둥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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