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참바랑 지방에서 자라는 벼는, 사람만이 생각할 수 있다는 가설을 비웃고 있는 듯하다. 간혹 동물의 세계에서는 재난이 오기 전에 그것을 알아차리고 제 살길을 찾아 이동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식물이 그런다는 것은 참으로 드문 일이다.

참바랑 지방의 벼는 놀랍게도 자연재해를 미리 알아차린다. 이 벼는 본래부터 키가 보통 1.5m 정도의 높이로 자란다. 그런데 참바랑 지방에는 해마다 자연의 횡포인 큰 홍수가 진다. 심할 때는 수위가 6m를 넘길 때도 있다고 한다. 홍수가 진 그해는 모든 식물들이 물속에 잠겨 다 썩어버리고 말 일이다.

그런데 참바랑 지방의 벼들은 해마다 자라는 키의 높이가 다르다. 벼의 키를 보고 참바랑 지방에서는 그해 홍수를 예측했다. 벼는 항상 홍수 때 수위보다는 조금 더 자란다. 무슨 재주로 알아내는지, 홍수의 물높이는 해마다 다르건만 그걸 미리 알고나 있듯이, 물의 높이보다는 조금 더 자라 벼이삭이 물속에 잠기는 것을 스스로 지켜내고 있으니 참으로 놀라운 자연의 신비가 아닐 수 없다.

장마와 맞서는 말이 가뭄이다. 장마는 비가 많이 와서 탈이고, 가뭄은 비가 너무 안 와서 탈이다. 그럼 이 둘 중에 사람들은 어느 것을 더 무서워했을까? 오랜 생활의 경험으로 만들어 낸 속담을 잘 살펴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고 했다. 심한 가뭄이 오면 농사야 망치지만 땅이라도 남아 있지만, 홍수가 나면 땅마저 없어지니 홍수를 더 두려워했다. '불난 끝은 있어도 물난 끝은 없다' '삼 년 가뭄은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 산다' 같은 속담도 모두 홍수의 두려움을 말하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올해의 장마가 시작됐다. 이번 장마는 예년보다 1주일 늦은 이른바 '지각 장마'지만 그래도 기상청 예보보다는 1주일 정도 빠르다. 그런데 전국이 동시에 같은 날 장마가 시작되는 것은 1973년 이래로 네 번째이며, 2007년 이후로는 12년 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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