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리건주(州)에서는 청소년이 비행을 저지르면 그 부모에게 책임을 물어 벌금을 내야하는 '부모연좌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랬더니 소년 범죄율이 40%나 줄었다고 발표하자 다른 주에서도 이 법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자식의 잘못에 대해 아버지에게 그 책임을 묻는 제도는 세계에서 우리가 선진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식이 잘못해 문제가 되면 그날 밤 아버지는 아들을 불러내 함께 조상이 묻혀 있는 무덤으로 간다. 아버지는 무덤 앞에서 먼저 고한다. "제 자식놈이 이렇게 된 것은 모두 제가 잘못 가르친 탓이오니 제가 벌을 받겠습니다" 하고는 상석에 올라가 종아리를 걷고 아들로 하여금 아버지의 종아리를 회초리로 때리게 한다. 이를 '조상매'라고 부른다.

마을에서는 아들이 죄를 지으면 그 아버지를 마을회의에 부른다. 그리고 자식을 잘못 가르친데 대해 질책한다. 여러 사람 앞에서 창피를 당하게 한 뒤에 용서를 빈다고 해서 이를 '만좌면책(滿座免責)'이라 한다.

식당 같은 곳에서 자주 보는 일이지만 아이가 난리를 쳐도 부모는 야단을 치기는커녕 오히려 그 모습이 귀엽다는 표정으로 지켜본다. 만일 옆에서 누가 아이를 나무라기라도 하면 어른싸움으로 변할 지경이다. 공공장소에서는 조용히 해야 한다는 것을 집에서 가르치고 나서 아이를 데리고 나와야 한다.

아이의 기를 살린다고 오냐오냐하고 키우면 언제까지나 부모는 자식을 이길 수 없다. 이미 아버지의 권위는 실종되어 버렸고, 어머니의 교육적 양육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부모와 자식 간에는 교육적 요인보다는 정서적 요인만 강해 책망하려 하지 않는다. 어려서는 규율과 원칙에 의해 아이를 이겨야 한다. 그리고 사춘기 이후에는 자율권을 주어 스스로 세상을 살아가게 해야 한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라는 말은 결국 부모가 만들어 놓은 결과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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