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귀식 밀양교회 목사
민귀식 밀양교회 목사

6월6일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하신 문재인대통령은 추념사를 통해서 임시정부의 광복군 창설을 언급하면서 호국영령들과 애국지사 및 온 국민들 앞에서 이렇게 강조한 바 있습니다.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되어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고 강조하시면서 “그 광복군의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되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같은 추념사을 두고 이 나라 정치권이 좌우로 양분된 채 소모적 이념논란에 빠져 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국력을 낭비하며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 국회와 한국 정치권의 현실이며, 여기에 일부 종교인들까지 편협된 사고와 이념에 사로잡혀 그릇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약산(若山) 김원봉 선생은 어떤 분입니까? 1898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에 만주로 이주해 1919년 아나키즘계열 무장독립단체인 ‘의열단’을 조직하여 국내의 일제 수탈 기관 파괴, 요인암살 등 무정부주의적 투쟁을 주도하였으며, 중국 근대식 군사학교인 황푸[黃浦]군관학교를 졸업한 이후 1930년대 후반 조선민족혁명당을 이끌고 중국 관내지역 민족해방운동을 펼쳤으며 1938년 ‘조선의용대’라는 군사조직을 결성하여 항일운동을 펼치다가 1942년 대한민국 임시 정부에 합류하여 임시의정원 의원 및 한국광복군에 부사령관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1944년 임시정부 군무부장에 선출되기도 했습니다.

해방 후 1946년 민족주의민주전선 공동의장, 인민공화당 위원장, 좌익 청년단체인 조선민주청년동맹(조선민청)의 명예회장을 역임했으며, 1948년 김규식, 김구선생 등과 함께 남북협상에 참여한 뒤 월북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정부 수립 후 국가검열성상, 노동상,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중앙위원 및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의 최고위직을 역임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김일성과의 권력 투쟁에서 패배하며 1958년 숙청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김원봉선생의 행적을 두고 현재 나라를 운영하고 있는 문재인정부와 진보성향을 보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보수 우익을 대표하는 자유한국당과 극 보수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일부 종교인들까지 진흙탕 싸움에 합세하여 심각한 대립각을 세우며 불필요한 소모전을 벌이면서 국력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같은 부끄러운 모습을 보면서 약산 김원봉선생을 당리당략에 이용하는 오늘의 정치현실을 통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문재인대통령께서 호국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현충원, 6.25한국전쟁으로 인해 엄청난 아픔과 큰 상처를 가슴에 새기고 있는 애국지사들과 그 가족들이 지켜보고 있는 자리에서 6.25한국전쟁의 관련자 약산선생에 대하여 헌사를 하는 듯이 언급한 것 역시 온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통합해야만 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지혜로운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문재인대통령의 발언 내용이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추진되었던 '국정 역사교과서'에 기술하고 있는 내용임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통령의 발언은 여러 독립운동세력이 이념과 관계없이 단일대오를 구축하게 된 분명한 역사적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우리사회 통합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보수적인 정치권과 언론를 비롯하여 보수적인 종교인들은 대통령의 그 발언에 대해 "북의 전쟁 공로자에게 헌사를 보낸 대통령"으로, "전쟁으로 인해 큰 상처를 입은 분들에게 있어서 가해자 중의 한 사람인 김원봉선생을 떠받든 대통령"으로, "보훈대상에 친북좌파인물을 넣어서 '역사 다시쓰기'를 하려는 대통령"으로 인식시켜 빌미를 주며 구태의연한 색깔론에 말려들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시대가 어떤 시대입니까? 남북정상회담으로 평화의 한반도를 향한 새로운 여정이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남과 북이 상호존중하고 서로를 배려하면서 남북관계를 보다 더 발전적인 관계,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야만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이 같은 시대 상황 속에서 우리가 보여주어야 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은 극단적인 진용논리에 빠져서 상대진영을 향하여 손가락질 하며 정죄할 것이 아니라 “중용의 도”를 지켜가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집트를 탈출하여 광야 40년의 방황을 끝내고 약속의 땅 희망의 땅 가나안을 향하여 전진해 가는 지도자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하여 좌우로 치우지지 말 것을 부탁한 바 있습니다. 치우치지 않을 때 형통할 것이라 했습니다. “오직 강하고 극히 담대하여 나의 종 모세가 네게 명령한 그 율법을 다 지켜 행하고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말라 그리하면 어디로 가든지 형통하리니 이 율법책을 네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며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여 그 안에 기록된 대로 다 지켜 행하라 그리하면 네 길이 평탄하게 될 것이며 네가 형통하리라”(수1:7-8)했습니다.

극단적 치우침은 우리 민족에게 더 큰 갈등과 상처를 비롯하여 아픔과 비극을 초래할 것입니다. 극단적 치우침은 공멸의 전주곡임을 기억하며 중용의 도를 걸어가면서 아름다운 연합과 공생의 길을 모색하는 지혜로움이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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