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개관/프랑크 게리-미국 건축가

 

 1997년 세계적인 미술재단인 구겐하임은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빌바오에 구겐하임 미술관을 개관했다. 이 미술관은 미국 철강계의 전설인 솔로몬 구겐하임이 직접 수집했던 현대미술 작품들을 전시하기 위해 설립한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분관으로 해체주의 건축가로 알려졌으며 1989년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캐나다 출신의 미국 건축가 프랑크 게리의 설계로 7년만에 완공됐다.

 번쩍거리는 티타늄 패널로 둘러싸인 높이 50m의 독특한 형상을 한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은 물고기 형상을 패러디해 설계했다는 프랑크 게리의 말처럼 여러 마리 물고기들이 서로 뒤 엉킨 듯한 거대한 건물 외관이 흡사 물고기 비늘이 반짝이는 것처럼 멀리서도 빛난다. 

 몇 개의 덩어리로 이뤄진 건물의 구조는 다양한 재료와 각기 다른 공간으로 구분되는데 특히 스페인산 라임스톤과 신소재인 티타늄 등 희귀한 소재들의 어우러짐이 환상적인 컬러를 뿜어내고 있어 흔히 볼 수 없는 화려하면서도 우아함을 지닌 매혹적인 미술관이다. 
 전시장에는 리처드 세라의 작품 'the mater of time'이 1층을 채우고 있는데 높이 4m·길이 31m에 이르는 그의 작품은 이곳에 영구히 전시되고 있다. 그 외에도 로이 리히텐슈타인·클래스 올데버그의 설치작품을 비롯한 수많은 팝아트·미니멀리즘·추상표현주의 계열의 현대미술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바스크 지방과 스페인을 대표한 현대미술도 항상 소개되고 있어 스페인 문화의 위상을 한껏 올려놓은 중요한 미술관이라 볼 수 있다. 네르비온강에 반사돼 티타늄 패널의 색이 시시각각 변하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조형물은 마치 고요한 바다에 정박하고 있는 거대한 배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베리아반도 북쪽 끝에 위치한 빌바오 시는 과거엔 스페인에서도 네 번째로 큰 도시로서 제철과 조선산업의 중심지로 1970년대 중반까지도 스페인 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했었지만 1980년대에 철강업의 쇠퇴와 잦은 분쟁으로 도시가 쇠퇴해 갔다. 그러자 빌바오를 되살리기 위한 정책으로 바스크 지방 정부가 1억 달러를 문화산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했으니 그것은 구겐하임미술관의 유치 결정이었다. 빌바오 시민과 지방정부의 노력으로 회색의 쇠퇴한 도시는 새롭게 건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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