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안 공간 좁거나 출입문 폭 좁아 이용불편

수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거제시탁구장 화장실 출입문이 좁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사진 왼쪽).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거제시체육관 여자 장애인화장실에 들어갔지만 출입문과 세면대사이에 바퀴에 끼어 멈춰 있다.
수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거제시탁구장 화장실 출입문이 좁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사진 왼쪽).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거제시체육관 여자 장애인화장실에 들어갔지만 출입문과 세면대사이에 바퀴에 끼어 멈춰 있다.

"이렇게 비좁아 터져서야…. (전동)휠체어 탄 사람이 무슨 죄라고 화장실도 맘대로 못쓰노."

장애인화장실 내부가 좁아 전동휠체어가 들어가기만 할 뿐 차체를 움직일 수 없어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거나,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야 해 장애인뿐 아니라 그 가족들도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 4월30일 장애인의날 행사가 열린 거제시체육관. 전동휠체어를 탄 B씨가 장애인 남자화장실에 들어갔지만 출입문과 세면대 사이에 휠체어 바퀴가 끼이고 말았다. 휠체어 방향을 돌려야 화장실 변기사용이 가능한데 공간이 좁아서 움직임에 제약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들어간 상태 그대로 후진해 나온 B씨는 어머니가 업고 화장실에 들어가 이용해야 했다.

최근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 수단이 다양화되면서 전동휠체어가 보편화되고 있다. 2018년 장애인실태조사에서 장애인들이 필요로 하는 장애인보조기구로 전동휠체어가 12.2%로 1위로 꼽힐 만큼 홀로 이동하는데 편의성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일상생활에서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이용이 보편화된 것과는 달리 법적으로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장애인화장실 설치규격은 수동휠체어 기준이다. 장애인화장실의 대변기 활동공간은 폭 1.4m 이상, 깊이 1.8m 이상이고, 칸막이 출입문의 통과유효 폭은 0.8m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출입문과 장애인화장실 출입문 사이 거리는 1.2m∼1.5m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수동휠체어보다 상대적으로 부피가 큰 전동휠체어의 경우에는 화장실 공간이 협소할 뿐 아니라 출입문을 통과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전동휠체어의 전체 길이는 1.3m∼1.4m인데 문 사이 거리에서 이미 차체가 끼이는 실정이다. 전동휠체어의 이동반경이 나오려면 고속도로휴게소 장애인 화장실 면적 기준인 17㎡의 면적이 필요하다.

실제 공간확보가 되지 않다 보니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장애인의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사회복지사 C씨는 "이동의 불편함이 있는 장애인 같은 경우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화장실 벽이나 세면대 등에 부딪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손 조작이 자유롭지 못한 뇌성마비 장애인의 경우 불편함은 더욱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거제지역 공공기관에 설치된 장애인화장실 66곳도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다. 거제시장애인복지관을 비롯해 최근에 지어진 하청면 주민센터를 제외하면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활동 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공공기관이 이런 실정인데 민간기관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장애인 업무를 담당하는 시 사회복지과는 확답을 피했다. 시 관계자는 "현 장애인복지관도 전동휠체어 이용자들의 편의를 제공하려면 지금 화장실보다 두배 정도 큰 공간이 필요하다"면서 "새로 짓는 장애인복지관은 전동휠체어 이용 장애인들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도록 협의·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출입문 폭이 좁아 수동휠체어조차 들어가지 못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취재과정에서 드러났다. 거제시탁구장은 장애인화장실 출입문 폭은 넓어도, 화장실 입구가 수동휠체어조차도 통과하지 못한다.

이에 대해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관계자는 거제시탁구장은 위탁관리만 할뿐 시설설치 등은 거제시 몫이라고 책임을 전가했다. 또 거제시체육관 내 이동편의를 위해서는 "관련부서와 협의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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