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공고 '외화(동전)모금 동아리' 김선민·김도인

서랍에서 잠자고 있는 외국동전을 모아 평화와 환경을 지키려는 학생들이 있다. 주인공은 거제공업고등학교 '외화모금 동아리'인 일명 '동전동아리'다.

8명으로 구성된 동전동아리는 같은 학교 학생이나 일반시민들이 해외여행 후 집안에 방치한 외국 동전을 모은다. 때가 되면 북한으로 넘어가 나무를 심는다는 현재로서는 무모하지만 크고 당찬 꿈을 꾸고 있다.

'외국여행 후 남은 동전으로 북한에 나무심기' 캠페인은 거제공고 김선민(3년·사진 왼쪽) 학생이 처음 제안했다. 현재 동아리 회장이기도 한 선민 학생은 지난해 1월 일본여행 후 남은 동전을 어떻게 처리할지 활용방안을 고민하다가 외국동전 모으기를 생각했다. 자투리 외국동전은 환전이나 사용이 어려워 활용성이 떨어지는 점에서 착안해 동전을 모아 환전한 후 기후변화를 막고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는 기획을 했다. 동전으로 북한에 나무를 심으면 환경을 보호하고 평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발상이었다.

선민 학생은 먼저 동아리 결성을 추진했다. 거제공고가 취업을 중점으로 하는 학교이다 보니 동아리도 대부분 취업과 관련된 동아리가 많았으나 기존 취업동아리를 포기하고 '동전동아리'를 새로 만들었다. 친구들과 후배들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동참을 설득했다. 뜻을 같이한 4명이 동아리를 시작해 현재는 8명으로 늘었다.

학교식당이나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장소에 모금함을 설치하고 외국동전을 모았다. 물론 모금취지와 방법에 대한 설명은 필수였다. 교사들도 이들의 뜻을 알고 모금에 동참하거나 도움을 줬다.

학교에서 모금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젠 거제시내 각종 행사장에서도 시민들을 대상으로 모금활동을 벌인다. 지난 5월 어린이날에도 행사장에서 모금을 했다. 모금 전에는 미리 지역 인터넷사이트나 카페·밴드 등을 통해 모금행사를 홍보하고 동참을 호소했다. 행사장 모금 캠페인에는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도 힘을 보탠다.

시민들은 학생들의 뜻을 알고 기특하고 고맙다며 기꺼이 외국동전을 기부한다. 어린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시민들도 아이와 함께 모금함을 찾기도 한다. 모금활동은 동아리 학생 2~3명이 돌아가면서 나선다. 이렇게 해서 이들이 현재까지 모금한 동전은 60여개 국가 5㎏에 이른다. 물론 지폐를 모금함에 넣어주는 시민들도 있었다.

각양각색의 동전이기에 일일이 환율 등을 계산할 수 없어 정확한 금액은 알 수 없고 그저 무게로 모금 규모를 예측할 뿐이다. 돈이라기보다 목적을 위해 사용해야 할 일종의 자재인 셈이다.

언제가 될지 막연하지만 모금액을 바탕으로 북한에 나무를 심어 푸른산을 가꾸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나무를 심으면 미세먼지도 감소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한반도 평화에도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작은 울림이 기후를 바꾸고 평화를 정착시키는데 일조할 수 있다고 그들은 믿고 있다.

김선민 회장은 "3학년이고 머지않아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니 후배들에게 짐을 떠맡겨야 할 처지다"면서 "취업을 하더라도 후배들과 서로 연락하며 교류를 돈독히 해 이 일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동아리가 하는 활동이 다른 학교는 물론 거제전역으로 확산돼 환경과 한반도 평화에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동아리 회원이자 선민 군의 친구인 김도인(3년) 학생은 "선민이의 이야기를 듣고 매우 뜻 있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같이 동아리를 만들었다"면서 "비록 작은 시작일지 몰라도 시도 자체가 의미 있고, 끝은 창대할 것"이라며 많은 동참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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