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재란 조선 수군의 피맺힌 통곡과 절규가 들려오는 칠천량해전길
정유재란 조선 수군의 피맺힌 통곡과 절규가 들려오는 칠천량해전길
  • 백승태 기자
  • 승인 2019.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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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관광의 거제 섬&섬길 - 1코스 '칠천량해전길'

크게 구한다는 의미를 지닌 거제(巨濟)는 우리나라 두 번째로 큰 섬이다. 거제대교에 이어 거가대교 개통으로 사통팔달 교통망이 뚫렸지만 도심과 기존 촌락이 공존하며 조화를 이룬다. 거제도 해안700리 길은 가는 곳마다 절경이요, 무심히 걷는 명품길 '거제섬&섬길'은 건강과 감동·힐링 그 자체다. '섬&섬길'은 16개 코스 164.9㎞에 이른다. 현재 15개 코스 161.44㎞가 탐방로로 만들어져 있으며, 학동동백숲길은 개설을 위해 환경부와 협의 중이지만 이 지역이 한려해상국립공원지역인 관계로 순탄치 않은 상태다. 거제 특유의 리아스식 해안의 수려한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명품길 '섬&섬길'은 탐방객에게 볼거리와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에는 '올레길'이, 지리산에는 '둘레길'이 있다면 거제도에는 천혜의 자연경관이 어우러져 그저 걷고싶은 길 '섬&섬길'이 있다. 거제가 품고 있는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 길은 접근성과 도보성, 자연과의 연계성·차별성 등을 강조하며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임도를 최대한 활용하고 역사·문화·생활자원을 연계해 차별화된 트레킹 코스로 개발됐다.

본지는 거제시민이 부르짓는 1000만 관광거제의 길이 '거제섬&섬길'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 '거제섬&섬길' 각 코스를 일일이 답사·취재해 개선·활용방안 등을 제시하며 발전성 있게 매월 2차례씩 지면에 연재키로 기획했다. 코스에 대한 정보와 일부 지도 및 사진물 등은 외부 도움을 받기도 했다.
본지는 기획연재가 마무리되는 오는 10월께 취재보도한 내용과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새롭게 스토리텔링한 '거제섬&섬길 가이드북'을 제작해 발품 팔아 공들인 현장성 있는 결과를 전국에 홍보할 계획이다. 가이드북 제작은 '거제섬&섬길'의 매력을 전국에 다시 한 번 알림으로써 탐방객들에게 한려수도 거제의 풍광과 역사와 문화의 숨결을 느끼게 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트렌드에 걸맞은 기록을 남겨 거제시 이미지 제고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기 위한 목적이다.  <편집자 주>


칠천량해전길의 시작인 옆개해수욕장에서 출발해 굿등산 정상에서 바라본 거제 본섬 모습.
칠천량해전길의 시작인 옆개해수욕장에서 출발해 굿등산 정상에서 바라본 거제 본섬 모습.

옆개해수욕장에서 북쪽 도로를 500m 가량 걷다보면 섬&섬길 안내판과 함께 산길로 접어드는 진입로가 나타난다. 칠천량해전길 출발점, 굿등산 길이다. 굿등산은 이곳에서 마을사람들이 평안과 풍어·안전을 비는 굿을 많이 했다고 해 이름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칠천량해전길에 접어들자마자 임진왜란·정유재란 중 칠천량해전에서 유일하게 참패한 조선 수군의 통곡과 아픔의 메아리가 전해져 오는 듯하다. 당시 이 해협에서 패전한 병사들의 탈출경로는 다양하지만 이 산길을 따라 사방팔방 흩어졌을 것으로도 어림짐작 된다.

패전병사가 걸었을 이 길이 목숨을 건 사활의 길이었다면, 현재 기자가 걷는 이 길은 여유와 힐링의 길이다. 역사의 아이러니 속에서 세월을 지나 이제 거제신문이 (고증할 길은 없지만)조선수군이 내달았던 칠천량해전길에 접어들었다.

평범한 산길로 완만한 경사가 트레킹하기에 제격이다. 기존 등산로에 최소한의 인공을 가미해 안전과 환경을 고려한 배려가 돋보인다. 인공이라고 한 것이 경사지 나무계단과 간간이 설치된 휴식테크와 전망대 및 이정표가 전부일 정도다.

굿등산으로 오르는 도중 멀리 칠천도 대곡마을과 칠천연육교가 바라보인다(사진 왼쪽). 또한 길 중간중간에 나무계단을 설치돼 있어 편하게 오를 수 있다.
굿등산으로 오르는 도중 멀리 칠천도 대곡마을과 칠천연육교가 바라보인다(사진 왼쪽). 또한 길 중간중간에 나무계단을 설치돼 있어 편하게 오를 수 있다.

중간중간 나무사이로 보이는 마을들과 바다 조망은 눈과 마음을 맑게 한다. 길옆에 여기저기 자생하는 두릅과 산초나무는 푸른 잎이 무성하고 수줍게 붉은 티를 내는 산딸기가 입맛을 당긴다.
무성한 맹종죽 사이로 죽순이 장대처럼 자랐고, 말 몇마리가 풀을 뜯고 있는 모습도 한가롭다. 느긋한 발걸음이지만 여기저기에 정신이 팔려 지루할 틈도 없이 눈길은 바쁘다. 섬&섬길이 그렇듯이 오늘 못가면 다음에 기약할 수 있기에 서두를 필요는 없다. 굳이 완주해야 할 목적이 없기에 여유가 있고 감동이 밀려온다.

산 속에서 바다향기와 자연을 호흡하니 머리가 맑아온다. 굿등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칠천량해협은 또다른 여운을 남긴다. 패전병사도 여기서 한번쯤 가쁜 숨을 가다듬고 불에 타는 해협의 판옥선을 바라보며 아픈 가슴을 짓눌렀을 것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저민다.   

다시 발길은 이어져 산길을 걷다 내리막이 나오고 차도가 있는 대곡고갯길에 내려선다. 1코스 1구간 종점이다.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내려가면 대곡마을과 황덕도로 향하고 남쪽도로는 칠천도 입구쪽으로 향해 있다. 차도를 뒤로하고 2구간 시점인 산길로 또 접어들었다. 옥녀봉을 거쳐 옥계마을을 거쳐 2구간 종점인 칠천량해전공원으로 가는 길이다. 1구간과 마찬가지로 길은 자연스럽게 잘 정비돼 있다. 마을 위주의 탐방길은 제주 올레길과는 다소 다른 트레킹코스처럼 여겨진다.

칠천도에서 제일 높은 옥녀봉(230m)을 향한다. 땀줄기가 흐르는 제법 힘든 오르막도 있지만 간간히 보이는 벤치와 맹종죽 숲을 위안삼아 정상에 오르니 쉬어갈 수 있는 팔각정 정자가 나타난다. 사방을 둘러보니 가슴이 뻥 뚫린다. 우거진 나무가 시야를 가려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옥계마을을 지나 종점인 칠천량해전공원이 보이고 씨릉섬을 너머 거제 본섬이 눈에 들어온다. 옥녀봉은 옥황상제의 딸 옥녀가 죄를 짓고 내려와 하늘로 올라가기를 기다리다 산이 된 섬이란 전설이 전해진다.

칠천도 어온마을에 그려진 벽화
칠천도 어온마을에 그려진 벽화

생수 한 모금과 간단한 주전부리로 재충전해 다시 발길을 내딛는다. 산길은 고즈넉하다. 굵은 대나무인 맹종죽숲은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탐방객을 반긴다. 찔레꽃과 각종 야생화는 수줍은 듯 미소를 짓는다. 옥녀봉을 뒤로 하고 길을 따라 옥계마을로 하산한다. 마을길을 지나 마을입구에 표지판이 있어 잠시 멈춘다.

옥계마을은 행정안전부에서 '참 살기 좋은 마을'로 선정하기도 한 마을이다. 마을 바로 앞에 일본군이 주둔했다는 씨릉섬과 등용도라는 무인도가 보인다. 마을에서 해안쪽으로 조금 더 가면 칠천량해전공원이다. 패전의 아픔을 담은 역사교육의 현장이다. 기념관과 함께 공원의 거북선 모형 위에 칠천량해전을 알리는 기념비가 있다. 통곡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통찰과 반성을 통해 다시는 아픔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서려있다. 그 때의 아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칠천량 푸른 물결은 호수처럼 말없이 흐르고 있다.

여기가 섬&섬길 1코스 종점이다. 1·2구간 합해 5.4㎞, 3시간30분 정도 소요됐다. 코스의 매력도 매력이지만 칠천도는 해안을 따라 터벅터벅 걷는 맛도 일품이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오밀조밀한 해안절경은 물론 정감어린 마을을 둘러보는 재미도 만끽할 수 있다.

잠시 쉬면서 차와 커피와 자연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운치 있는 커피숍, 싱싱하고 풍부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는 횟집과 맛집들이 발길을 유혹한다.

웰빙 추세에 따라 요즘은 걷기는 물론 달리기와 자전거 하이킹족들에게도 인기 있다.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섬이다. 그 속에 주민의 애환과 역사의 숨결을 고이 간직한 거제의 보물섬이다. 

 


거제의 가장 큰 부속 섬 칠천도

거제시 북서쪽에 위치한 하청면 칠천도(七川島)는 9.87k㎡ 면적의 거제도 부속섬으로 2000년 1월 1일 칠천연륙교가 개통되면서 본섬과 연결됐다. 예로부터 옻나무가 많고 바다가 맑고 고요하다 하여 칠천도(漆川島)라 불려오다가, 섬에 7개의 강이 있다 하여 칠천도(七川島)라 해서 현재에 이른다. 주민등록 인구는 1160명 정도다. 거제 부속 섬 65개 중 가장 크다.

1012년(고려 현종3) 목장을 두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정유재란 당시 조선수군이 전투에서 패전한 뼈저린 패배의 역사가 담겨있는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중심에는 높이 232.2m의 옥녀봉이 있다. 정상에서 조망하는 해안경관은 수려하고, 창원과 부산이 바다 건너 한눈에 다가오며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섬이다. 일본군이 주둔했다는 씨릉섬, 패전의 역사를 간직한 칠천량해전공원,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수야방도, 딸린섬인 황덕도, 캠핑과 피서가 있는 물안해수욕장 등 둘러볼 곳도 많지만 해안을 따라 일주하는 드라이브도 제격이다. 도보와 자전거, 차량이 해안선을 따라 달리면 그만이다.

칠천연륙교 개통으로 요즘은 전원주택과 커피숍 식당들이 해안을 끼고 즐비하며 대통령 별장인 저도와 거가대교 등을 순회하는 유람선도 운행한다. 칠천도에는 바닷가를 따라 해안을 일주할 수 있는 도로가 깔려 있다.

조선수군의 메아리 '칠천량해전'

임진왜란·정유재란 가운데 조선 수군이 유일하게 패배한 해전이다.

1597년(선조 30) 7월 14일~16일 칠천도와 송진포해협에서 벌어진 칠천량해전은 임진왜란·정유재란 당시 조선 수군이 유일하게 패배한 해전이다. 수군통제사 원균이 일본 수군과 칠천량 앞바다에서 벌인 이 전투는 전함 180척 중 150척이 침몰하면서 1만명의 병사가 숨진 조선 수군 최대의 패전으로 기록되고 있다. 전라우수사 이억기와 충청수사 최호 등 수군 장수들이 전사했다.

원균은 육지로 탈출했으나 일본군의 추격을 받아 전사했고, 경상우수사 배설만이 12척의 전선을 이끌고 남해쪽으로 탈출했다.

이로써 삼도 수군은 일시에 무너지고 적군은 남해 일원의 제해권을 장악해 서해로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조정은 백의종군하고 있던 이순신을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해 수군을 수습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이후 이순신 장군은 명량대첩을 앞두고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라고 했다.

뼈아픈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의 현장, 이곳에 거제시는 칠천량해전공원 전시관을 조성해 조선수군의 통곡의 메아리를 후세에 전하면서, 현재의 우리들에게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주며 미래를 더욱 지혜롭게 살게 하는 이정표가 되고 있다. 칠천량해전공원은 거제섬앤&섬길의 종점이자 시점이다.

옆개(물안)해수욕장과 굿등산

칠천량해전길 시점 해안에 자리한 물안해수욕장은 수심이 낮아 어린 자녀들과 함께하는 가족단위의 피서지로 인기다. 고운 모래와 맑은 물에다 고둥과 게·조개 등 해산물을 손으로 잡을 수 있어 멋진 추억을 남길 수 있다.

뒷편으로 울창한 송림과 주차장이 마련돼 있고 요즘은 캠핑족들이 즐겨 찾아 여가를 즐기기도 한다. 칠천도 북동쪽 물안마을과 맞은편 깊숙하게 들어앉은 실전리·송진포 사이의 해협에서 칠천량해전이 벌어졌다. 물안해수욕장에서 500m 남짓 걷다보면 칠천량해전길 1구간 1섬인 굿등산 초입에 도달한다.

대곡 송포 물안마을 삼각지대에 있는 굿등산은 높이 1600m 남짓의 야산으로 마을사람들이 이 산 중턱에서 굿을 했던 곳이라는 유래가 남아 있다. 굿등산 정상은 조망이 좋고 넓은 전망대에서는 칠천량 바다와 장목면 일대가 눈에 들어온다. 산세가 험하지 않아 가족단위의 산행에 적합하다.

씨릉섬과 옥녀봉

칠천도 주봉인 옥녀봉은 높이 232.3m로 트레킹을 하기 안성맞춤이다. 칠천량해전길 중심부에 위치하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도 수려하다.

거제에는 가조도와 아주동 등에도 옥녀봉이란 지명이 있다. 전국 여느 산과 마찬가지로 칠천도 옥녀봉에도 옥황상제의 딸 옥녀에서 유래됐다.

옥녀가 하늘에서 죄를 짓고 칠천도에 내려와 살다 올라갈 날만 기다리다 지쳐 산이 됐다는 전설이다. 그때 세월을 보내기 위해 거문고를 타며 노래를 불렀는데 그때마다 용왕신이 북을 치며 장단을 맞췄다. 거문고 탈 때 '씨릉씨릉' 소리가 나서 '씨릉섬'(칠천도해전공원 앞 작은 섬)이란 이름도 붙여졌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온다.

옥녀봉 인근 옥계(옥녀의 비늘)마을과 금곡(거문고 계곡)마을 등의 지명도 옥녀와 관련된 전설에서 비롯됐다는 유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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