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유난히도 빨리 여름을 재촉하는 5월입니다. 늘 이맘때면 바쁘다는 핑계로 뜸했던 선생님께 못난 제자는 또 성의 없이 글로 안부를 묻습니다. 어렵고 힘들었던 대학졸업과 사회초년시절 때로는 술친구로, 때로는 형으로 선친상막에서는 누구보다 따뜻하게 '꼬옥' 제자의 손을 잡으며 위로해주던 은혜를 잊지 못합니다.

존경하는 선생님. 친구들과 선생님의 얘기를 하면 "요즘 그런 스승이 어딨노"라며 반문합니다. 저는 왜 없냐고 목소리를 높여보지만 믿어주지 않습니다. 요즘 사회가 그렇게 변해버린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합니다.

지난 15일은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제자도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직접 인사를 드리지 못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카네이션 배달을 꽃집에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배달장소도 얘기하기 전에 꽃집에서 "요즘 김영란법 때문에 스승의날 꽃 배달은 학교에서 받지 않습니다"하면서 배달을 사양했습니다. 퇴직하셔서 집으로 보낸다고 하니 그제야 괜찮다고 배달주문을 받았습니다. 서글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존경받아야 할 스승님께 꽃 한 송이도 보내지 못한다니 우리사회가 왜 이렇게 됐을까요?

제자도 매년 5월15일이 스승의 날이라고 알고만 있었지 언제 왜 제정됐는지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스승의 날 제정 및 유래를 찾아보고 놀랐습니다. 세종대왕의 양력생일에 맞춰 지정됐는데, 그 시작은 1958년 충남 강경여고 청소년적십자 단원 학생들이 현직 선생님과 은퇴한 선생님, 병중에 계신 선생님들을 자발적으로 위문한데서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의미 있게 시작된 '스승의 날'이 이제는 현직 교사들이 스승의날 폐지서명운동을 벌일 만큼 불편하고 괴로운 날이 됐고 학교에서 마지못해 행사를 치르는 '고욕의 날'이 됐다고 합니다.

존경하는 선생님, 요즘 스승의 날에 휴교하는 학교가 60%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올해도 '스승의 날'을 폐지하고 '교육의 날'로 바꾸자는 청원이 올라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더 놀라실 일이 있습니다. 학교 성폭력근절운동을 벌이고 있는 청소년 페미니즘모임은 스승의 날을 맞아 편지쓰기캠페인을 진행했는데 "우리는 감사하지 않습니다"가 주제였다고 합니다. 편지는 일부 성폭력교사에게 보내졌다고 합니다. 스승의 날을 맞아 우리 교육현실을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존경하는 선생님, 요즘 선생님들이 학생이나 학부모가 무섭다며 교권이 바닥에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선생이 선생 같아야지' 하는 말을 합니다. 선생님, 찾아뵙지 못하고 몇 자 안부인사 올린다는 것이 선생님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자 안타까운 마음에 선생님께 응석부려본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퇴임식 때 인용했던 윤종건 전 한국교총회장의 말씀을 마무리로 인사를 줄이고자 합니다.

'스승의 날에는 학교 문을 열어야 하며 스승의 날은 제자인 학생들이 만들었기 때문에 학생이 없애고자 하면 몰라도 교사나 교육청이 없앨 수는 없다. 스승의 날은 교사 입장에서는 자기성찰의 시간이다. 내가 올바른 스승인지, 교직생활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학부모는 지난 초·중·고·대학시절 스승이 있었는지를 생각해보고 자녀를 데리고 은사를 찾아가고 문안하는 것이 스승의 날 해야 할 일이다. 스승의 날 자녀의 스승 찾아본다고 촌지문제, 교권문제가 생긴 것인지 자기스승 찾아보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

선생님, 새롭게 시작하신 청춘을 응원합니다. 

- 거제에서 제자 올림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