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거제 다대교회 목사
김수영 거제 다대교회 목사

5월 가정의 달이 되면 우리 교회에서는 첫 주는 어린이 주일로, 둘째 주는 어버이 주일로  셋째 주는 노인 주일로 지킵니다.

어린이들은 우리들의 새싹이요 미래이기에 아이들을 축복하면서 아이들을 잘 양육하기 위해 어린이 주일로 지키는 것이며, 어버이주일은 우리들의 생명의 근원이시요 우리들을 여기에 이르기까지 지극 정성으로 길러주시고 뒷바라지해 주신 부모님들의 그 크신 은혜를 생각하면서 예배를 드리며, 셋째 주는 급격한 고령화 사회 가운데 우리 교회도 노인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일평생 수고하신 우리 어르신들을 격려하고, 남은 생 행복한 노년 생활을 보낼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노인주일로 지키고 있습니다. 

"노인 한 명이 사라지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속담이 있지요. 이 말은 '노마지지(老馬之智·늙은 말이 길을 잘 찾아간다)'라는 고사성어와 비슷한 속담으로 오랜 인생역정을 통해 터득한 노인들의 경험과 지혜가 정말 소중하니 허투루 생각해서 안 된다는  말이요, 나이들어 힘없고 무용지물이 되어 짐만되는 그런 노인들이 아니라 지혜의 보고로 우리들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겠지요.

여러분! 현재 노인들은 해방과 6.25전쟁 같은 우리나라 역사의 가장 격동기 시대를 지내온 분들로서 지난날 그 어려운 시대를 살면서 오늘이 있게 한 시대의 개척자이자 선구자들이며, 우리사회를 일으키고 지탱해온 기둥이자, 영웅같은 소중한 존재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한때는 어르신들도 다 청춘들이었는데 세월에 장사 없다고 세월가면서 나이들고 쇠약해져 노인이 된 것이지요. 그렇게 고생하셨던 어르신들을 쓸모없는 노인이 됐다고 외면하거나 박대해서는 안 될 것이며, 그런 어르신들을 더 잘 섬기기 위해 노인복지를 더 확대해야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이제는 늙음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사람은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 가면서 익어 가는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가을 황금들판을 생각해 보십시오. 얼마나 아름답고 풍요로우며 넉넉합니까? 가을의 결실이 없다면 우리가 어떻게 살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늙음을 한탄하거나 늙음에 절망하지 마십시오. 늙음은 여물어가는 것이요, 성숙돼가는 것이며, 늘어가는 나이테는 인생의 무게요, 깊은 연륜을 상징하는 것이기에 늙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당당히 맞이하며 보내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늙음이 아닌 낡음일 때입니다. 늙음은 아름다운 것이지만 늙음이 낡음이라면 삶은 곧 죽어감을 말하는 것이기에 절망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사람의 육체는 쇠하고 낡아져 결국에는 땅에 묻혀 소멸되고 말지만 마음(영)은 늙지도 쇠하지도 않습니다. 몸은 늙어가도 마음은 세월의 연륜에 따라 더 깊어지기도 하고, 더 큰 깨달음을 얻으면서 원숙한 삶을 펼치며 살아가는 고상한 늙음이 있습니다.

이런 어르신들을 보면 늙은 나이에도 젊은 마음의 열정이 있고, 꿈(비젼)도 있고, 사명도 있습니다. 몸은 비록 늙었지만 마음이 이처럼 언제나 새로움으로 살아간다면 평생을 살아도 늙지 않는 사람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젊은 나이에도 낡은 마음으로 산다면 그 사람은 다름아닌 노인일 것입니다. 문제는 몸의 늙음이 아니라 마음의 낡음이란 말이지요.

그래서 예수님의 제자 바울은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겉사람(육체)은 낡아지나 속사람(영)은 날마다 새로워지기 때문이라(고후4:16)"고 고백하면서 육체의 낡아짐에 낙심하지 말고, 속사람(영)이 거듭나고 새로워져야한다고 권면했던 것이지요.

지난번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서 가는데 좌석에 앉아있던 학생이 벌떡 일어나면서 "할아버지! 여기 앉으세요" 하면서 자리를 비켜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얼마나 황당하던지…. '나도 이제 할아버지가 돼가나 보다'는 생각에 서글픈 마음이 들기도 하고 '나도 벌써 이렇게 젊은 사람들에게 폐(민폐)가 되는군. 이거 참!'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나이는 들었지만 내 마음은 아직 청춘이니, 늙기는 하되 낡지 않는 인생, 남에게 폐를 끼치고, 가족들에게 짐이 되지 않는 노년인생이 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 옛날 호호백발 80의 나이를 극복하고 이스라엘 나라의 위대한 민족의 지도자가 되어 자기 백성들을 이집트로부터 해방시키는데 최선봉장이 됐던 모세를 생각하면서 나도 남은 생 모세와 같은 정말 멋진 인생, 모든 사람들에게 덕을 끼치는 아름다운 노년인생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갑자기 떠오른 노랫가락을 읊었습니다.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