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태 편집국장
백승태 편집국장

불황의 긴 터널을 지나 조선경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삼성·대우조선도 잇단 수주로 재도약의 발판을 다진다. 대우조선 매각 움직임이 눈에 거슬리며 변수로 남아있지만 거제시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거제시와 양대조선소가 또다른 고민에 빠졌다. 선박을 집중적으로 만들어내야 하는데 정작 현장에서 일을 할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랜 불황과 대우조선 매각소식에 지역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 가운데, 조선협력업체들은 숙련된 기술인력까지 메말라 제때 배를 만들지 못할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볼멘소리를 내뱉는다. 눈물을 머금고 인력들을 내보내야 했던 과거가 불과 3~4년 전인데 이젠 선박을 수주해 일을 하려해도 일할 사람이 없다는 웃지 못할 현실에 직면했다.

잇따른 채용박람회와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거제와 조선현장을 떠난 숙련공들은 거제를 외면하고 있다. 신규인력도 조선소 현장근로를 꺼리고 있다. 이른바 3D업종인데도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좋지 않다는 이유가 대부분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필요한 인력은 대우조선해양 협력사가 6900여명, 삼성조선 협력사가 4300여명으로 총 1만1200명 정도다. 현재 직업훈련소에서 훈련을 받거나 이미 고용된 인력 1500명 정도를 제하더라도 연말까지 1만명 가까운 신규인력이 필요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42척의 선박을 건조하고, 삼성중공업은 25척의 건조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인력수급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이 계획마저 수정해야 할 처지다. 일자리가 늘어 인력난을 겪고 있는데도 고용위기지역으로 실업률이 최고수준이라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업급여 수급자와 급여액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채용박람회와 각종 지원대책에도 불구하고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지난 2015년말 375개였던 업체 수가 2018년말 261개로 줄었고 노동자도 9만여명에서 5만여명으로 크게 줄었다.

협력업체 한 관계자는 이같은 인력난은 장기간 지속된 조선산업 침체도 원인이지만 무분별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숙련공이 대거 퇴출됐고, 그들은 경기도 등 외지로 나간 후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선박 건조 공정의 80% 이상을 책임지는 협력업체 생산직 근로자가 고임금을 받던 조선업 호황시절처럼 임금이 정상화되기 어려운 현실에서 굳이 거제로 오기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육상플랜트나 건설현장의 복지와 임금 수준이 조선현장보다 높다보니 쉽게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언제 또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확실성과 업친데  덮친격으로 전해진 대우조선 매각 소식도 그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거제시는 조선업 현안인 인력난 해소를 위해 훈련수당과 기숙사비 지원, 근속장려금을 지원하는 등 각종 인력 유입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당장 현장에 적용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해결책은 간단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복지와 임금수준을 높이고 근로환경을 개선해 양질의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면 해결될 문제지만 단가하락 등으로 경영난을 겪으며 버텨왔던 협력업체로서는 여력에 한계가 있다. 그러기에 외국인 고용쿼터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지만 국내 실업문제와 맞물려 여의치 않다.

위기 끝에 찾아온 호기를 일손부족으로 날려버리지 않도록 묘안 찾기에 골몰해야 할 때다. 원청과 협력사는 물론 거제시 또한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정책적 대안을 도출하고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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